오늘은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로 인하여, 집안에 들어 누웠습니다.
그냥 누워만 있기는 너무도 심심해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루에 있던 앨범과 사진 뭉치들을 발견했습니다.
마루에 펼쳐 놓고 정리를 하면서 천천히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런 저런 추억 속에 발견 된 사진들...
거기서 세명이서 찍은 사진이 우연히도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와 내 친구와 그 친구의 애인...
사진 속에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이상한 표정들로 웃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 친구의 애인은 원래 제가 알던 친구였습니다.
고 1때 고등학교 올라와서 알게된 친구는 우리 동네에 놀러와 나와 인사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소개시켜주기를 간절히 원하였고, 둘의 소개팅이란 것에 마담뚜가 되어 둘의 인연을 맺어 주게 되었습니다.
내게 있어서는 두 명의 친구들은 한동안 쑥스러운지 그들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동안 그들이 데이트에 원치 않은 동참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때 찍었던 많은 사진들을 지금 보고 있자니 슬픔이 밀려오는군요
고 2때는 친구는 그녀의 생일 선물은 직접 번 돈으로 사주고 싶다며 배고파도 라면조차 끓여 먹기 싫어 굶던 놈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뛰어서 그녀의 생일날 둘이 커플링을 맞추고는 친구들 사이에서 대담하게 키스하며 축복 받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 둘은 영원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겨울 방학에는 어느 날 새벽에 놀이터에 날 불러서 둘이서 여행을 갔다 왔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씩 웃더니,
"야~ 나 이제 총각 아니다. 이제 내가 평생 지켜 줄 거야. 우리 2년 뒤에 결혼 할꺼다. 와서 사회나 서 줘라."
라고 하면서 쑥스럽게 말했습니다.
고 3때는 그녀를 학원까지 태워 준다며 그 친구가 바이크를 사서는
"공부도 못하는 놈이 뭐하겠냐. 공부 열심히 하는 운전기사라도 해줘야지..."
하면서 그 애를 태우러 달려가던 뒷모습이 멋있게도 보였습니다.
그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안가고 취직을 하였으며, 그렇게 그들은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여자 쪽 집안의 완강한 반대, 결국 여자 친구는 미국에 유학이란 형식으로 보내졌고, 그 사이 친구는 머리를 식힌다며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도 어느 정도 둘은 편지와 국제 전화 같은 것을 주고받고 있었다. 유학 마치고 군대가 끝나면 둘이 살자고 둘이 도망가서라도 살자고...
친구는 재대를 하고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열심히 일하며 그녀가 돌아오면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든다며 그녀만을 생각하며 일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9월 11일 그녀는 무슨 일로 갔는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그 불행한 사고로 인하여 내 친구를 이 세상에 두고 홀로 떠났다. 사고 소식을 받은 친구는 망연자실 울기만했다. 오열을 하면서 울었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얼마나 울었을까 친구는 나에게 갑자기
"그 애가 혼자 춥고 쓸쓸할 거야. 그 애가 원래 겁 많고 외로움을 잘 타잖아."
라는 말을 하고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몇 일 뒤에 친구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 놈이 이제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하러 오라고.
친구의 삶의 이유였던 그녀가 떠난 것이 그 놈으로써는 더 이상 삶의 이유가 없다는 그녀와 같은 곳으로 가고 싶으니 화장을 해달라는 유언장을 남기고는... 주변사람에게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없이... 나쁜세끼...
그냥 장례식장에 가서 친구에게 환송을 하고 친구의 유언장에 써 있는 대로 화장을 해줬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죽었으니 자기도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친구의 형이 산에 올라가서 멀리 뿌려 주었습니다. 그 가루가 멀리 그녀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런 그 둘의 시작이 나였다는 것이...
그런 나 혼자만이 남았다는 것이...
너무나 쓸쓸하고 슬플 따름입니다.
2002년 9월 7일 BK LOVE를 들으며 by Synn the 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