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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파워' 익은 연기 오른 인기

임정익 |2002.10.05 08:39
조회 149 |추천 1

'아! 연기가 주는 감동이 이런 것이구나.'
 
최근 방송3사의 간판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야인시대>(SBS) <인어아가씨>(MBC) <태양인 이제마>(KBS)를 보고 있노라면 오랜 기간 숙성시켜 은은한 맛과 향을 풍기는 음식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연기자들을 만날 수 있다.
 
애초 화려하게 주목받을 주인공은 아니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새록새록 매력을 뿜어내는 드라마의 조연들. 누가 감히 이들을 주인공이 아니라고 무시할 수 있을까.
 
최근 시청률 50%대를 넘보며 장안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야인시대>에서 '야인' 김두한을 둘러싸고 있는 사나이들, 장서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 이상을 보여주는 <인어아가씨>의 중견급 연기자들, 그리고 <태양인 이제마>의 '의인' 최수종을 그림자차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악역 연기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냉혹한 야인의 세계에서 꽃피운 연기력-이재용 박준규 이원종
 
지난 1일 시청률 48.3%(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하며 시청률 50%대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극본 이환경·연출 장형일·월∼화 오후 9시55분)의 성공 뒤에는 주연같은 조연의 힘이 있다. 김두한이 종로 주먹세계를 장악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미와(이재용) 쌍칼(박준규) 구마적(이원종) 등이 그들로, 김두한에게 무너지기 전까지는 '야인'임을 자부하던 주인공들. 이들이 있기에 김두한의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이고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들의 힘은 일단 자신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내가 주연'이라는 생각으로 온몸을 던지는 데서 나온다. 그동안 연극무대와 영화계에서 다져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는 중요한 전환점들을 본인들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드라마 초반은 종로경찰서 형사 미와로 나오는 이재용의 몫이었다. 김두한의 생모와 그를 키워준 원노인을 모진 고문으로 죽이는 '악랄함'을 실감나게 보여줘 시청자가 김두한의 비극적인 어린 시절로 빠져드는 데 한몫했다.
 
이재용이 '악랄한' 카리스마로 초반 분위기를 잡아 줬다면 시청률 40% 돌파의 1등공신은 쌍칼 박준규와 구마적 이원종. 종로 주먹세계의 1인자 구마적과 그에게 도전하는 쌍칼의 숨막히는 '일전'은 사나이들의 카리스마 대결로서 압권이었다. 쌍칼과 구마적의 대결 이후 <야인시대> 홈페이지에는 박준규와 이원종의 골수팬이 생길 정도로 팬들에 대한 흡입력은 주연 못지않다.
 
이원종은 영화판에서 오랜 기간 무명의 설움을 겪다 <신라의 달밤>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럴듯한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꿈을 접지 않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결과 오늘의 '구마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원로배우 박노식씨의 아들로도 유명한 '쌍칼'의 박준규는 김두한과의 대적에서 패한 후 브라운관에서 사라져 팬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남자다운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에 반했다"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박준규의 팬카페도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드라마 <피아노>에서 이미 그 진가를 발휘한 이재용은 극중 인물에 빠져들게 하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역시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다.
 
#분노의 핵, 맹인 연기의 절정-정영숙
 
최근 일일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연출 이주환·월∼금 오후 8시20분)는 복잡하지만 아주 조직적인 유기체다. 각자의 기능과 역할이 분명한 인물들의 집합. 이중 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의 존재에 가장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이 있다면 당연히 엄마 역인 한경혜를 꼽는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들까지 잃은 충격에 시각장애인이 된 비련의 여인 한경혜는 은아리영의 분노의 핵. 모든 것을 잊고 현실에 순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딸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함이다.
 
정영숙의 가장 큰 연기과제는 불편한 내색없이 평화로워 보여야 한다는 것. 딸과 나누는 다정한 이야기, 부드러운 시선, 온화한 표정 등이 서슬퍼런 복수심을 무디게 만듦으로써 극의 균형을 맞춰간다.
 
"따로 연구한다고 해서 되나요.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생각에 집중해 몰입하는 수밖에 없죠."
 
<인어아가씨>에서 정영숙이 펼치는 시각장애인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섬뜩하다. 눈은 떴지만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압권. 그대로 1분만 있으면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언젠가 진짜 시각장애인과 통화한 적이 있어요.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주위에서 들으니 자신의 모습과 너무 똑같다는 거예요. 놀라기도 했지만 보람도 있었죠."
 
장서희를 비켜 서서 바라보는 정영숙의 모습은, 앞이 보인다, 안 보인다의 차이일 뿐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대명사임을 알 수 있다.
 
#사랑과 분노 그리고 질투의 끝은?-윤용현
 
MBC <왕초>에서 '도끼'로 무명을 탈출한 악연 전문 배우 윤용현. 그는 요즘 <태양인 이제마>(극복 김항명·연출 고영탁·수~목 오후 9시50분)에서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최수종을 못 괴롭혀 안달 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 의식을 가진 윤용현은 설이 김유미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연적 최수종을 죽이고만 싶다. 주인공 최수종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나쁜 놈'이고 가냘픈 김유미를 거칠게 사랑한 나머지 겁탈하려고까지 했다.
 
시청자들은 윤용현에 대한 원성이 높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장봉수를 그만 빼라, 빨리 죽이고 설이를 이제마의 품속으로 돌려 보내라"는 글이 오를 정도다. 사극이 첫 도전인 윤용현은 이런 시청자들의 글을 볼 때마다 일단 안심이다. 본인의 악역이 어느 정도 시청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윤용현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해온 최수종과는 다른 분명한 조연이다. 그런데 윤용현은 조금도 굴하지 않는다. "악역은 선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역입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역이 저에게 주어진 것이죠. 저는 아주 못된 놈이 될 책임이 있는 겁니다." 스스로 타당한 악역을 연기하기 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는 장봉수. 그가 막판 <…이제마>의 극적 반전을 위해 이제마를 향해 칼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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