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죽림장의 대혈투......
무림인 들은 십 팔 년 전에 있었던 피비린내 나는 그 사건을 기억조차 하기 싫어한다. 그 일을 거론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세간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전설처럼 죽림장의 혈투에서 눈부신 무공을 펼친 천봉자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을 뿐 이다.
당시에 죽림장에서 은거하던 천봉자를 상대로 하여 무림 오대문파의 고수와 이대교파의 고수들이 삼 일 낮과 밤을 목숨을 건 대결을 벌렸다.
등에 갖 난 아들을 엎은 채 삼 십여 명의 고수들을 상대로 대결을 벌렸다는 것은 실로 천봉자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 이였는가 알 수 있는 장면 이였다.
오대문파에서 십 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대문파에서도 역시 여 섯 명의 고수가 죽었다. 그 이외에 십 수명의 고수가 폐인이 되었으니 어느 문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천봉자 한 명을 상대로 그렇듯 커다란 손실을 본 강호에서는 그 사건을 입에 올리기 조차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한번 쓴 초식은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초식은 그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 끝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초식의 전개와 별빛이 뿌려지는 듯한 그의 무공은 실로 무림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 이였다.
삼 일째 되는 날 밤에 천봉자는 회복이 불능한 몸의 화를 입고 갖 난 아들을 등에 업고 죽림장에서 사라졌다. 그 후에 모든 사람들은 천봉자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 늦게 이 일을 안 소림사의 혜정선사는 경솔한 무림강호의 행동을 탓하여 탄식 하였다.
"우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림의 고수 뿐 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인품의 친구를 잃어 버렸다. 멀쩡한 사람들이 탐욕과 허명의 귀신에게 희롱 당하였다."
그리고는 소림사를 삼 년간 폐쇄하여 일체의 무림인 들을 상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 혈투에 가담한 승려들은 모두 산문에서 쫓아 내었다.
서역의 묘연존자도 그 사건을 전해 듣고는 통탄하여 말하기를 "중원무림을 넘어 저 동쪽의 대협객이 사라졌다면 서쪽의 내가 무림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도다. 대 무공의 싹이 짓밟혔도다.... " 하고는 설산 깊숙이 은거하여 강호에서 발을 끓었다.
계곡 아래에서부터 피어 오르는 안개는 북두봉 아래에 몰려 들었다. 노인의 낮은 음성이 이어졌다.
"도련님의 몸에는 중후한 천봉자의 내공이 들어 있으며 또한 어려서부터 석실의 천장에 그려진 심오한 천기도의 운행을 보면서 걸음마를 배웠습니다. 주인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천장의 천기도를 깨우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흉내만 내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서역에서 만다라를 그리는 주정뱅이가 그린 천기도, 그 주정뱅이의 천기도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아 본 사람이 바로 천봉자였다. 묘연존자 마저도 그 천기도의 심오함을 알아 보지 못했으나 천봉자는 첫 눈에 그 그림의 조화에서 자기가 평생을 소원하던 무공의 극치를 직감하였다.
천봉자가 묘연존자와의 무공을 겨루기 위하여 서역을 간 일이 있었다. 상인들이 많이 오가는 돈황에서 묘연존자와 보름간을 서로가 무공을 겨루었으나 쉽사리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심오한 무공에 탄복하며 삼 년 후를 기약하고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 때에 묘연존자가 어느 기인을 소개하겠다고 하며 소개 시켜 준 사람이 바로 주정뱅이 화가 파한천 이였다.
파한천(破翰天)
일생을 만다라를 그리며 술에 취하여 시작한 하루를 술로서 끝내는 기인 이였다. 모두가 미친 사람 취급을 하였으나 묘연존자는 그의 심오한 내면의 세계를 알고 있었다. 비록 속세의 술주정뱅이지만 이미 마음은 해탈의 경지에서 노니는 그를 알아 보았던 것이다.
천봉자가 처음에 그를 보았을 때에 파한천은 비단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늘의 운행을 붓 가는 데로 그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천지의 어떤 기운이 운행하는 길을 그리고 있는 것임을 천봉자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무공의 심오한 내외면이 모두 망라하여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천봉자는 파한천과 객잔에서 보름간을 같이 지내며 간청을 하였다.
물론 호방함과 의협심이 강한 천봉자를 알아 본 파한천은 몇 달을 걸친 먼 길을 천봉자와 동행하여 북두봉의 석실에 당도 하였던 것이다.
파한천은 그 천기도의 실체를 암시적으로 알아 본 천봉자를 속으로 기뻐 하였다. 비로소 물건이 제 임자를 만난 것이리라, 그림이란 제대로 그 그림을 알아 보는 사람을 위하여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식사도 전혀 안하고 잠도 자지 않으며 백일간을 석실의 천장에 천기도를 그렸다. 그 천기도가 완성 되던 날에 천봉자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자신이 그 천기도의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곳에 무림의 일가를 이루면 그 언젠가는 천기도의 운행을 알아 보고 깨우칠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 후에 파한천은 다시는 그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죽림장의 혈투 이후에 아들과 같이 이 석실에서 십 오 년을 지낸 천봉자는 바로 자신의 아들이 이 천기도의 운행을 깨우칠 수 있는 인물임을 알고 심혈을 기울여 아들의 무공을 연마 시켰다. 그러한 기쁨이 바로 천봉자의 목숨을 십 오 년이나 연장 시켰는지 모른다.
(( 라이코스에서 활동하시는 월하벽송 / viking999 님의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