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구들은 대체로 모난 사람이 없다. 얼굴부터 시작해서 성격까지..개는 주인을 닮는다고
우리집 개 삼순이를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얌전한지 같은 우리에 있는 염소 새끼들에게도 진다.
한다리 건너 우리 사촌네는 상당히 다르다. 그 정점에 선 분이 우리 사촌 큰오빠인데 젊었을 때 골통도 골통도 그런 골통은 조선천지에 없었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얼굴은 얼마나 잘생기셨는지 얼굴값한다고 스무살 때부터 결혼한다고 데리고 온 분이 스물은 넘었 단다. 그래도 사촌 오라버니는 시골 어른들께 색시를 꼬박꼬박 선보이는 예절은 있었고 모시고 온 분들이 시골에선 볼 수 없는 이쁘디 이쁜 분들이었기에 우리는 그 날이 언제나 즐거웠다.
젊었을 때 도대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었느냐하면 좋게말하면 유통업 나쁘게 말하면 건달이라고.
식당에 물수건을 납품한다나 어쨌다나..하여간 장가하나는 기차게 잘가서 어찌어찌하다가 건달에서 발을 빼고..처가의 도움으로 또 어찌어찌하다가 무슨 강아지사룐가 무슨 사룐가..공장을 차렸단다..
뭐 타고난 카리스마와 무식과 배짱으로 사업이 기똥차게 잘될 때도 있었는데 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어서 한참 겸손의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사고가 났다.
작년 말 깨였나.. 한참 공장이 안돼서 오빠는 밤에 혼자 기계를 돌리며 일하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그만 샤샤샤샥 하면서 칼날이 내려오는 기계에 왼쪽 발을 반 잘렸단다. 피가 분수같이 솟구치는데 감당이 안되더란다. 기절할까 말까 잠시 생각도 했는데 기절이 생각만큼 잘안되어서..곰곰 생각해보니 내일 공장식구들이 나와서 피를 보면 놀랄 것이 먼저 생각되더란다. 그래서 다리에 비닐을 대고 꽁꽁 묶고 난 후 피를 닦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 차에까지 기어가서 그 발로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되려 놀래서 기절을 하더란다.
오늘 그 오빠가 오셨다. 발을 보니 진짜 발 한쪽이 애기만 해졌다. 안부를 여쭈니 자기는 암시랑토 안허니까 내 시집갈 궁리나 하라나 어쨌다나... 예전보다 칼날같았던 이미지가 녹슬어 많이 늙었더라. 흰머리가 반. 검은 머리가 반.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오빠 나이도 이제 쉰을 넘겼다. 그 때 얘기를 또 해달라하니 토씨하나 안틀리게 반복했다. 아마....젊었을 때 오빠는 부산 자갈치를 주름잡는 칼잡이였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