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꿈'을 꿔서 그런 걸까.
SBS TV 대작 퓨전사극 '대망'에서 주인공 시영 역을 맡은 장혁은 평소 모습보다 약간 야위어 있었다.
"'명랑소녀 성공기'를 끝내고 살이 좀 찌나 했는데 '대망' 촬영을 시작했어요. 감독님(김종학 PD)이 찬찬히 보시더니 '끝날 때까지 이 얼굴 선을 유지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늘 대기하느라 운동할 새가 없다 보니 '얼굴 선 유지' 방법은 굶는 것 뿐.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본격적인 한겨울이 약간 걱정되기도 한다.
장혁은 요즘 들어 팬클럽의 고마움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대망'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밝히자 팬클럽 '천지개혁'과 '미시장혁(주로 미시들이 회원이라고 함)' 회원들이 사극에 대한 기초 자료에서 조선시대 상공인들의 생활상에 대한 리포트까지 온갖 참고자료를 앞다퉈 보내줬다.
"사실 제가 어디서 그런 걸 배웠겠어요. 상인 연기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 팬들 덕분이죠."
사실 장혁과 김종학 PD 사이에는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장혁은 자신이 '무공을 익혀' 장렬한 최후를 맞는 걸로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인터뷰 도중 김종학 PD가 참견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상황.
"감독님, 저 안 죽어요?"
"네가 왜 죽냐. 너는 안 죽어."
"어, 저는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거 아니었나요?"
"무슨 소리야. 너는 무술도 안 배워."
순간 장혁의 얼굴에는 '어,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래퍼로 데뷔했던 'TJ 프로젝트'의 뮤직비디오 '일월지애'를 찍기 위해 6개월간이나 익혔던 검술을 써먹을데가 없다니. 이럴수가.
잠시 실망도 했지만 장혁은 '대망'의 재영이 그리는 '진정한 영웅'은 칼의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납득했다. 형 시영(한재석)이 꿈꾸는 영웅이 강한 힘으로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는 모습이라면 재영의 목표는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지도자. 아무도 겁내지 않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서 기대는 그런 인물이다.
"데뷔한 뒤 별로 쉬지 못했어요. 연말에 '대망'이 끝나면 좀 쉬고, 다음번에는 정말 더 인간적인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정말 삶의 냄새가 나는 역할이요."
그만큼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보여준 재벌 2세 기태의 모습은 그에겐 그리 편치 않았던 것 같다. 담배 한 대가 아쉬운 촬영 도중에도 사인 요청 하나를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