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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44화> 준비완료

바다의기억 |2006.04.15 03:16
조회 9,356 |추천 0

최근 부업으로 컴퓨터 부품을 좀 만지고 있습니다만

 

밥 먹고 산다는 게 그렇게 노골노골하진 않더군요.

 

차액만 생각하면 돈 좀 만졌다 싶다가도

 

수수료에 택배비, 포장재료값 등등

 

들어간 돈 다 생각하면 한숨만 푸~욱 나오네요.

 

========================= 그러니까 글이나 빨랑 써 ==========================

 

 

연습실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경전과 무관하게


연극 준비는 순탄하기만 했다.


소품 조달, 공연 홍보, 장비 동원까지...



연극 의상을 비롯한 소품 중 많은 수는


사용의 일회성과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코스프레 동호회나 영화제작부 등


여러 단체들에서 대여해 왔다.



이번 소품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사이즈와 정교함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김양의 천사 날개.



김양 - 야, 이거 무거워.



단지 문제라면 그 무게 또한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


김양은 잠시 동안 날개를 등에 지고


연습실 안을 돌아다녀 보더니


짜증스런 표정으로 고정용 벨트들을 풀기 시작했다.



김양 - 어깨 아파. 안 해.


연출 - 야야야야, 내가 좀 크다고 얘기 했었잖아.



예상치 못한 김양의 반응에


연출이 진땀을 빼고 있을 때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회계가


슬쩍 김양의 뒤로 다가섰다.



회계 - 우리 애기 또 뭐가 마음에 안 들까?


김양 - 이거 너무 무거워.


회계

- 이런~ 나쁜 날개 같으니라고...


이런 못된 날개는 어서 떼찌를 해줘야 하는데 이걸 어쩌지?


애기가 이렇게 있으니까 진짜 천사 같아서


감히 떼찌를 못 하겠어.



김양 - ...... 정말?


회계

- 응, 지금 당장 하늘로 날아가 버릴까봐


불안해서 못 보고 있겠는 걸?



회계 선배 제발 그만...


궁극의 느끼함을 넘어


어떤 새로운 경지에 다다른 회계의 애정공세에


난 닭살에 기도가 막혀오는 초유의 고통을 느껴야했다.



김양 - 거짓말.


회계 - 진짜라니까~ 어떻게 하면 믿을래?


김양 - 음..... 에이, 됐어. 안 믿어.


회계 - 어어? 이렇게 하면 믿을래? 응?



김양의 시큰둥한 반응에


회계는 그녀의 무릎께를 잡아 번쩍 안아 들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란 김양은


짧은 탄성을 지르며


회계의 어깨를 주먹 아랫부분으로 때려댔다.



김양 - 꺅! 밥팅아! 안 내려 놔?



....... 대체 무엇이 저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박군

- 어유ㅡ 선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누나도 싫어하는 것 같은데...



둘의 애정행각을 보다 못한 박군이


슬쩍 불만을 표하며 제지에 나섰지만


그는 잠시 잊고 있었다.


김양의 실제 공격력은


얼음 주먹 효도르에 못지않다는 것을.



김양 - .... 잠깐만 내려줘 봐.



만약 김양이 정말 싫어서 저러는 거라면


이미 회계는 김양의 파운딩에 피범벅되어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김양 - 이 새끼가 낄 데 안 낄 데 구분을 못하고....


=퍼퍼퍼퍼퍼퍼퍽=


박군 - 크헉?!



지금의 박군처럼 말이다.


밖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사이


옷을 갈아 입으로 들어갔던 민아가 밖으로 나왔다.



민아 - 짜라잔~ 어때요? 어울려요?


연출 - 오, 괜찮은데?


민아 - 기억아, 어때?


기억 - 으으응? 아.... 응.


민아 - 뭐가 ‘응.’ 이야~. 어울려? 괜찮아?



진한 곤색 계열의 메이드복을 입고 나온 그녀는


의상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 저리 뽐내듯 몸을 틀어가며 내 대답을 촉구했다.


그냥 =잘 어울려= 라고 대답하려던 난


방금 전 회계의 엄청난 말빨을 떠올리며


적절한 수식어를 찾아 분주히 머리를 굴렸다.



기억 - 최.....


민아 - 응?


기억 - 최고로 예뻐.



제 딴에는 머리를 굴린 다고 굴렸지만....


아무래도 썰렁한 감상에


그녀는 한 동안 대답 없이 날 보고 서있었다.


역시... 이 뒤로 뭔가 더 멋있는 말이 나왔어야 하는데...



민아 - ... 진짜?


기억 - .... 응.


민아 - .....



왜..... 왜 안나오는 거냐...


회계 때랑 똑같은 전개인데....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로...= 이런 게....!!


로맨틱한 남자로의 발전 가능성이라고는


1g도 보이지 않는 내 자신을 탓하며


다시 찾아온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막 의식을 찾은 듯한 박군이


또다시 퉁명스러운 말투로 태클을 들어왔다.



박군

- 아오.... 진짜 여기가 연습실이야 양계장이야...


닭살이 아주 용솟음친다, 용솟음쳐....



방금 전 회계와 김양에 비하면


닭살이라 할 만한 것도 없거늘...

(그건 커플 자신들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박군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민아는


잠시 안절부절 못하고 헤매다 자리를 피했다.



=퍼억=


박군 - 컥?!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박군을 향한 로우킥 한 방.


지금.... 발로 찬 거 맞지?



그렇게 여자부원들의 의상 확인이 끝나고


이제는 남자부원들의 차례.


첫 번째 타자는 악마역의 박군이었다.



박군 - ......



까만색 전신타이즈에 은색 두꺼운 세로 줄무늬가 있는


봉긋한 호박모양 반바지.


위로 동그랗게 말려 탄력 있게 흔들리는 화살표 꼬리.


등 뒤에 애교스럽게 붙어있는 두 뼘 크기 박쥐 날개.


머리엔 빨간색 큼직한 염소뿔 장식.


그건.... 악마보다는 세균에 근접한 모습이었다.


박군이 옷을 갈아입고 나온 순간


웃음바다가 되어버린 연습실.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한참을 서있던 박군은


소품조달을 맡았던 연출에게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박군 - 아, 이게 뭐예요! 특히 이 반바지!


연출 - ... 그럼 쫄바지만 입을래? 불룩할 텐데?


박군 - 그, 그건....


연출 - 하긴 너 정도면 별로 티도 안 나겠다.


박군

- 누, 누가 그래요?! 내가 이래뵈도 별명이...


아니, 그걸 떠나서,


애시당초 왜 쫄바지인 거예요?



연출 - 그럼 악마가 짹필드 면바지 입고 나오냐?


박군 - .........


연출

- 의상은 아무 문제없어.


그걸 소화하는 건 네 노력에 따른 거야.


만약 기억이가 그걸 입었다고 생각해 봐라.


그래도 웃음이 나올까?



연출의 일갈에 박군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은


아무 상관없는 나에게로 몰렸다.


나....나는 갑자기 왜?



김양 - 과연 그러네.


박군 - .... 알겠습니다.



왜, 왜 그렇게 빨리 수긍을 하는 건데?!



민아 - 기억아, 너도 입고 나와 봐~.



의사 가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소품이 없는 난


처음 받았던 박스 그대로 연습실 한쪽에 치워놓은 후였지만


방금 전 한 방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나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피해가기 힘든 분위기에


연습실 한 쪽에 붙어있는 별실에서


흰색 와이셔츠와 의사 가운으로 갈아입고


상자 바닥에 있던 소품들을 꺼내든 순간


난 한 가지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뱀을 목에 감은 듯한 청진기.


뼈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은 메스,


물에 젖은 커텐 마냥 밑으로 축축 쳐지는 가운..


파우스트.... 이건 당신의 것인가.



잠시 후 내 모습을 본 부원들은


말없이 엄지손가락만 번쩍 들어보였다.



민아 - 어쩜.... 너무 잘 어울린다.


회계 - 풋!



다른 사람도 아닌 민아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뭐 어찌됐건,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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