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극적)한 삶을 살아간다. 어떤 주인공은 암, 백혈병 등 갑자기 발병한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다른 이는 교통사고 혹은 폭력에 의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KBS 「고독」은 40대 여자와 20대 남자의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는 영상에 담아 마니아의 관심을 끌었으나 주인공 경민(이미숙)이 난소암에 걸린다는 설정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논란의 대상이 됐다.
13일 종영한 SBS「정」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상이 깊이 녹아 있는 대사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던 이 드라마도 결국 난소암3기 판정을 받은 미연(김지호)이 수술대에 오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해 평균 15% 내외의 시청보다 높은 마지막회 시청률(18%)을 기록하긴 했지만 극단적인 설정으로 마무리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종영을 앞둔 KBS「당신옆이 좋아」도 주인공 민성(이재룡)이 교통사고를 당해의식을 잃게 되고, MBC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양동근) 역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드라마가 전개됐다. SBS「유리구두」도 철웅(소지섭)이 폭력배와 싸우다 숨지는 쪽으로 끝이 났다.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진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설정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할까?
극단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그로 인한 자아 발견이 시청자에게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공통적인 대답이다.
혹자는 시청자의 코드가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게 된다고 항변한다. 반복되는일상에 권태로운 시청자가 굳이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잔잔하고 밋밋한 드라마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와 뛰어난 영상, 탄탄한 구성으로 깊이 있는 감동을 주는 방법보다 극단적인 설정이 시청자의 눈을 끌 수 있는편하고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임동호 국장은 "선배 작가들은 후배들에게 극단적인 설정을가급적이면 피하라고 충고한다"면서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시청자를 일순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쉽게 관심을 끌어보려는 안일한 제작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 방송대학 방송극작과의 홍용락 교수는 "불치병, 교통사고 등 극단적인 설정을 많이 사용해 자극이 일반화되면 강한 자극과 병리현상에 둔감해지는 악순환이거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히로애락을 담고 시청자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만들기 위해서는 시청률에 휘둘리지 않는 작가주의 드라마의 위상이 하루 빨리 정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