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배병수씨
이에 기자는 지난 9월27일 강원도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용철과 첫 면회를 했고, 10월12일 두번째 면회를 하는 등 2회에 걸쳐 옥중 인터뷰를 했다.
원주교도소 면회실에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만난 전용철은 푸른 수의 차림이었다. "푸른 수의는 모범수들이 입는다"는 것이 전용철의 설명이었다. 전용철의 옆에서는 교도관이 앉아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낱낱이 일지에 기록하고 있었다. 강도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약 8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전용철과의 최초 인터뷰는 이렇게 진행됐다.
다음은 9월27일 전용철과 처음 만나서 약 5분간 나눈 1문1답이다.
―건강은 괜찮은가.
▲최근 몸이 붓는 등 좋지 않았다. 간경화로 의심해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침 오늘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신장이 안 좋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안심했다.
―밝히고 싶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여기에서는 말할 수 없다. 법정에서 떳떳하게 밝히겠다.
―그렇게 파장이 큰 내용인가.
▲내가 털어놓으면…(이하 생략. 전용철이 답한 내용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이므로 여기 그대로 옮길 수 없다).
―8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같은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적인 배신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다. 밖에서 진행되는 소식을 듣고 나는 허탈해졌다.
―이러한 행동으로 생길 불이익을 생각해 봤나.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형기는 얼마나 남았나.
▲나는 무기수다. 때문에 앞으로 10년, 아니면 그 이상의 수형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출감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여건만 된다면 다시 연예계에서 일하고 싶다. 다른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전용철은 10월 12일 두번째 만남에서도 처음 인터뷰 때의 완강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여전히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주장만을 거듭했다.
전용철의 그러한 심경은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아래는 전용철이 친지인 모씨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그동안 날씨만큼이나 아주 어둡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중략) 제 기분이 이런 건 일전에 말씀드렸던 OOO 때문입니다. 요즘 제머릿속에는 그들을 파멸시키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하략)"
이 편지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전용철은 면회갔던 기자에게는 물론 친지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도 주장하는 바가 흔들림이 없었다.
이에 본지 기자는 8년 전 전용철 사건의 변론를 담당했던 권모 변호사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근 전용철을 면회한 적 있나
▲없다. 현재 전용철은 기결수 입장이다. 그런 때문에 일반인으로서는 가능하나 변호사 신분으로의 접견은 어렵다.
-전용철이 재심 청구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알고 있었나.
▲전혀. 금시초문이다.
-과거 재판 당시 전용철이 양심선언이나 재심 청구할 만한 내용이 있었나.
▲전혀 없다. 만약 그런 점이 있었다면 그 당시 사건을 더욱 파헤쳤을 것이다.
-재심 청구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재심을 청구할 사유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즉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증거가 있어야 한다.
전용철이 폭로하겠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는 현재로서는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다. 현재 관련 수사기관에서 내사중인 상태이며, 만약 전용철이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하게 될 경우에는 법정에서 그 시비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배병수 살해범 전용철씨, 8년만에 옥중 폭탄발언(11/16)
현장검증 당시 장면.
전 톱스타 매니저 배병수씨 살해범 전용철(29·당시 21세)이 8년 만에 입을 열었다.
강원도 원주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전용철이 "8년 전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폭탄선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용철은 "양심선언을 한 후 검찰에 재수사를 의뢰하겠다. 그리고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후회없는 진술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전용철이 과거 알고 지내던 민주당 당직자 Y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아래는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전용철의 편지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간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이제서야 펜을 들게 됩니다. 형님(Y씨)께서도 조만간 아시게 되겠지만 이번에 제가 아는 몇몇 사람들에게 8년 전 사건의 내막에 대해 모두 얘기했습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면회는 물론 편지 한통 주지 않는 그들의 인간성을 저는 더 이상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한번 시끄러워지겠지만 저 또한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후회도 없구요.(중략)
형님!
저 그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잊어보려 했지만 잊혀지지 않았고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버리려고 했지만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8년(정확히는 7년10개월)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저는 매일매일 몸부림을 치며 살아왔습니다. 내일도 변함없이 해가 뜬다는 희망을 갖고요…(하략)"
전용철이 김영민(31·당시 23세)과 함께 국내 연예인 전문 매니저 1호라 할 수 있는 배병수씨(당시 36세)를 살해한 것은 지난 94년 12월12일 새벽이었다.
서울 서초구 소재 배씨의 집 정원에 미리 숨어 있던 이들은 현관에서 나오는 배씨에게 가스총을 쏜 뒤 얼굴에 수건을 씌워 둔기로 때리고, 커튼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들은 또 배씨를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청평 인근에 도착, 차를 낭떠러지 끝까지 댄 뒤 6.5m 아래로 떨어뜨려 시체를 유기했다. 이곳은 모 드라마 촬영장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후 검거된 전용철은 경찰에서 "평소 배씨가 '너는 매니저를 꿈꾸고 있지만 평생 될 수 없을 것이다'며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줘 앙심을 품고 있었다"고 범행동기를 털어놓았다.
전용철은 또 배씨의 통장에 수억원의 예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돈을 빼앗고 앙갚음도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95년 6월 당시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공렬 부장판사)는 배병수씨 살해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각각 사형이 구형된 전용철과 김영민에게 강도 살인죄 등을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3,000여만원의 빚을 지자 자금 마련을 공모한 뒤 배씨를 잔인하게 살해, 유기한 것은 죄질이 극히 나쁘므로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전용철과 김영민은 항소심에서도 강도 살인죄 등을 적용받아 1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현재 전용철은 원주교도소에서, 김영민은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복역한 지 이미 8년째인 지금 전용철이 하겠다는 양심선언의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현재 모 수사기관에서 편지 내용과 관련,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병수 · 전용철, 그들은 누구인가?
연예인 매니저 배병수씨 살해범 김영민(왼쪽)과
전용철의 현장 검증 때의 모습.
배씨는 연예계에 뛰어들기 전 '배석봉'이라는 이름으로 부기 회계를 가르치는 유명강사였고, 한때는 학원을 6개나 운영하는 준 학원재벌이었다. 그런 그가 매니저에 입문한 것은 지난 87년 군대 동기였던 가수 김모씨를 따라 방송국을 출입하면서부터다.
'사업이 되겠다'고 판단한 배씨는 자신의 재력을 밑천삼아 스타 만들기를 시작했다. 연예가에서 배씨는 '로비의 귀재'로 통했는데, 자신이 관리하는 연기자를 출연시키기 위해 작가의 집 앞에서 몇시간씩 기다리다 캐스팅을 부탁하는 독종 기질로 스타를 제조해 나갔다. 한때 '방송계의 중요인물 10인'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전용철, 그는 누구인가〓배병수씨 납치 살해범 전용철은 연예계 진출을 꿈꾸던 젊은이였다. 전용철은 지난 92년 여름 문화방송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녹화장으로 배씨를 찾아가 연예계에서 일하도록 해줄 것을 부탁했다.
모 연예인의 운전기사를 하면서 연예계 일을 배우라는 배씨의 말에 따라 이때부터 요즘 말하면 '로드매니저'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5개월 동안 모 연예인의 운전사로 일하다 배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대하고 성의껏 돌봐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배씨 곁을 떠난 뒤 1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러다 93년 겨울 다시 배씨 휘하에서 일을 하며 매니저로 행세하고 다녔다. 아역배우 출신이기도 한 전용철은 이것이 계기가 돼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