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40만명의 관객이 관람하고 흥행가도를 질주 중인 영화 ‘몽정기’(정초신 감독·강제규필름 제작)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정초신 감독은 유명감독이 아니다. 주연배우인 김선아나 이범수가 주연으로서 영화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힘이 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영화의 기념비가 될 만한 ‘쉬리’를 만든 강제규 감독이 설립한 강제규필름에서 그동안 제작한 작품도 사실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영진부터 일선 마케팅 담당 직원까지 대거 바뀌는 등 회사 내부적으로 진통도 있었다. 그래서 ‘몽정기’의 흥행성공이 영화계에서는 화제다.
일단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판정을 받은 게 흥행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제작사는 15세로 신청을 하긴 했지만 내심 18세가 나오더라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심의기준이 많이 완화된 요즘 흐름에 힘입어 15세를 받아낸 게 흥행에 결정타가 됐다. 그래서 개봉일도 수능시험이 있었던 지난 6일로 잡았다.
두번째는 섹스코미디라는 장르가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지금까지 흥행에 성공한 한국의 코미디영화는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주로 조폭이 소재였다. 이제 관객의 입맛에 조폭코미디가 식상할 즈음에 때맞춰 섹스코미디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연기력과 흥행성에서 검증이 덜된 김선아와 이범수가 눈부신 호연을 해줬다. 김선아는 다소 맹한 듯하면서도 섹시한 자신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남자중학생들의 성적 팬터지가 되는 교생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에 ‘미스터 지저분맨’으로 출연한 이범수의 열연도 훌륭했다.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사랑에도 둔감한 노총각 선생님은 그에게 적역이었다.
코미디영화는 당연히 재미있어야 한다. 촌철살인의 섹스코드는 성에 눈뜨던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두 번쯤 겪었을 법한 내용이라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얘기를 보는 듯한 화끈거림과 즐거움을 느낀다. 학생들이 컵라면 참외 철봉 등을 자위에 활용하는 등 엽기적인 장면은 외국 영화계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80년대의 문화적 코드도 번득인다. 그 당시 청소년들이 성의 호기심을 풀곤 했던 주간지 선데이서울과 플레이보이 등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저질 음란물인 일명 ‘빨간 책’도 소재로 채택됐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가수 싸이가 재미의 방점을 찍는다. 그 포복절도할 장면을 확인한 관객의 입소문으로 이 영화는 당분간 흥행대로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