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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희도 이제 힘이듭니다...

맹꽁이 |2006.04.17 22:14
조회 2,450 |추천 0

아버지.

 

홀홀단신 이북에서 혼자 올라온 나의 아버지.

 

서울이란 낯선땅에서 엄마란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가정을 꾸미고 오빠와 저 그리고 남동생을 낳았지요. 심장병이란 큰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북에서 혼자 올라오신 아버지를 위해서 엄마는 목숨이 위태로워도 아이셋을 낳았습니다.

 

그런 엄마는 4년이란 병고끝에 죽음을 맞이하셨고, 그때당시 저 국민학교 6학년 동생 3학년..

아버지는 외로움을 이기지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진지 일년만에 저희 곁에 찾아오셨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데려간곳에서 우리는 낯선 여인에게 엄마라는 호칭을 쓰게 되었고, 억지로라도 써야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는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우리에겐 여전히 타인과 같은 존재였고, 그 여인또한 우리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집에서, 우린..아버지가 남겨놓은 집 한칸에서 삼형제가 살고있었습니다..

우린 아버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삼형제는 영세민이란 가난과 배고픔으로 주린배를 움켜쥐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새엄마의 요구로 인해서 금전을 요구하셨지만,

다 좋은게 좋은거구 그 여인에게 아버지가 편해지시길 원해서 아무 이유없이 금전을 보태드렸습니다.

 

한번도 우리에게 찾아오지도 그리고 용돈조차 주지 않았던 그집에 우리오빠는 달달이 생활비를 보태주기도했죠.

마흔이 넘은 오빠는 아직도 총각입니다. 오로지 동생 둘을 키우기 위해 희생양이 된셈이죠..

 

삼남매중에 중간에 낀 저는 결혼이란것을 했습니다.

물론 친정이 없는 관계로 시댁에서 갖은 꾸중을 들어도 어디가서 하소연할곳도 없고 구박덩어리였죠.

그래도 살아갑니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거에 비하면 이만큼 산것만도 참 행복이다 싶게 이를 악물고 살아갑니다.

 

실업자인 남편과 결혼할때 반대하셨던 아버지. 물론 그동안의 고생때문에 오빠와 동생의 반대도 있었지만, 저의 운명이려니 받아드린 것도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겠죠.

교통사고로 인해서 목발을 짚을때 결혼을 하였으니 당연 반대할만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겐 저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여 결혼했고 이만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그다지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지만 예전엔 갖은 부업거리 다 가지고 와서 일하며 살았던 저였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이십니다..

오빠는 사업을 하느라 그동안 벌어놓은 돈은 다 투자해서 기계를 샀고,

동생은 이제 늦게나마 좋은여자 만나서 결혼을 하려합니다.

 

아버지는 동생 결혼식에 상견례도 안하신다 하십니다.

새엄마란 여자와는 얼마전에 이혼한 상태에서 그냥 저냥 살고 계십니다.

참으로 나쁜여자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자식 버리고 그여자의 자식을 키우며 사셨던 아버지입니다.

그런아버지와 매일 잦은 다툼이 이어졌고, 아버지의 한쪽눈을 실명하게 만들었으며, 저희를 닥달하여 생활비까지 타서 썻던 여자입니다.

 

한 한달쯤 됐을까요. 아버지께서 오셔서 그 여자분과 또 다투시고 나쁘고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여자라 하십니다. 그러시면서도 이십팔년을 살아와서 헤어져서는 불쌍해서 못사신다 하십니다.

 

동생은 자기 애인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어찌 말해야 할지몰라서 그냥 혼자 사신다고만 했답니다.

 

이제 곧 동생 결혼식인데,..말입니다..

 

오늘은 갑자기 찾아오셔서 그 여자가 이혼한 상태이니 딴방가서 각자 자자고 이불도 안준다고

이불을 사놓으라고 전화하시더니 바로 찾아오셨습니다.

 

왜 잠잠하시더니 싸우셨냐고 했더니 다시 혼인신고를 해달라고 조르더랍니다.

아버지는 그여자가 이혼할 당시 집이 재개발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해달라고 졸랐답니다.

집 재산의 반을 주겠으니 나가라고 말입니다.

재개발 되면 돈이 올라갈것을 염두해 두고 아버지를 내쫒을 생각을 하고 그랬던것 같습니다.

 

재개발 사실을 알고 아버지께서 이혼해도 재개발 되고 오르면 집서류 (공동명의)를 풀어주겠다고 하니

그게 잘안되어 다시 아버지의 연금이라도 가로챌 생각으로 다시 혼인신고 해달라고 하는가봅니다.

 

참...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동안 생전 아버지에게 소리한번 지르지 않고 용돈이며 아버지 맛있는거 사드리며 그저..건강한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느꼈던 저였습니다..

 

오늘은 정말 너무 화가났습니다. 이불을 새로 사달라고 해서 돈이 지출이 될까봐 화가 난것이 아니고,

그냥 헌이불 두개만 달라시는데 그걸 보따리에 싸려니 화가 불쑥 치솟았습니다.

 

왜 이렇게 사시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해가 안된다구요.

저희 삼형제 그집에 발길 끊은거 저 취업하고 나서 돈드리면서 발걸음 끊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을 할퀴어 실명시킨 여자 보기도 싫었습니다.

그저 아버지가 생활비가 필요하고 병원비가 필요하다면 그냥 드리는것 뿐이였습니다.

찾아오시면 그저 밥한끼 그리고 적은 용돈정도 드리는 수준이니 더이상 무어라 말할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 오늘 제가 소리질렀다고 뭐라 하십니다. 헌이불 두개 주면서 이년아 애비한테 소리지른다고 말입니다.......

아버지에게 헌이불 두개 드리면서 아까워서가 아닙니다..옛날도 아니고 무슨 보따리에 이불두개 싸들고 늙은 아버지가 버스타고 전철타고 가시는게 미치도록 화가났습니다.

 

왜 그렇게 그집에서 갖은 고생다하며 돈이며 생활이며 다하셨던 분이 왜 이제 찬밥신세처럼 이렇게 하냐고 소리쳤습니다.

 

우리에게 해준것도 하나없고 돈을 준적도 없으면서 그집에 다 투자하며 사셔놓고 그 이불조가리 하나 못뺐냐고 소리쳤습니다.

다신오시지 말라고 보기 싫다고 그집에서 일어난일은 그집에서 해결하시라고 모진소리 무지 배터냈습니다.. 나쁜년입니다..그래도 말하고 싶었습니다..속상했습니다..오빠 동생 말한마디 못하고 아버지가

달라는돈 다 내놓는 착한 아들말고 전 나쁜딸이 잠시라도 되고싶었습니다...너무 속이 상해서요...

 

배가고프신지 " 밥한술 떠먹고 갈란다"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있는 반찬 다 꺼내여 상을 폈습니다.

아무일도 없다는듯 너도 앉아먹어라 하시는 아버지 앞에서 반공기 떠다놓고 조용히 밥을 먹으니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더 초라해보이십니다..

 

동생이 전화가 와서 아버지 예식장에 입고갈 옷...사드라고 해서..보따리 제가 대신 들고 옷매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데 왈칵..눈물이 솟습니다..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죄송합니다..아버지 못난딸이지만..그래도 속이 너무 상했습니다..

 

양복을 이리저리 입어보시곤..좋아하시는 모습 뵈니..아까 그 미운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그저 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신나는거 같아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지하철역까지 그 이불보따리는 들어드리고 나서 지하철로 들어가시는 아버지를 뒤로한채..나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또 한번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아버지.........내 아버지...........저희 삼남매도 힘이듭니다..........

 

그러나..당신의 그 힘듬도..이루말할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이제껏 살아오신것처럼..건강하게만..사십시요..........

 

                                                                         죄많은 딸년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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