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배우들 노래 '양념' 영화 맛 돋우네

임정익 |2002.11.25 10:23
조회 145 |추천 1

"노래는 내 부전공이었어"
김정은·김선아·송윤아 등 휴대폰 벨소리·OST 인기

신인 가수 비가 내년 추석께 개봉할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주인공 최배달역에 낙점된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 연기력이 검증 안된 그가 제작비 40억원 규모의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 귀여운 얼굴의 가수 장나라는 현재 3억원의 출연료를 받고 신작 ‘오! 해피데이’를 찍고 있다. . 배우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일까. 한국 영화의 주연들이 노래 경연을 벌이고 있다. 물론 영화 안에서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아니,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연기·음악·미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인 영화에서 노래를 분리해 말한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요즘 많은 한국 영화 속의 노래는 배우 한명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일종의 유행 비슷하게 번지고 있어 특이하다. 최근 관객 5백만명을 동원하며 올 최고의 성공작으로 떠오른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여주인공 김정은이다. 그가 옛 여인을 따라 발길을 돌리는 애인 정준호를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이 요즘 대단한 인기다. . 요즘 인기의 가늠자는 휴대 전화의 벨소리(수신음).컬러링(통화연결음) 서비스. 김정은의 노래가 폭발적인 내려받기(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 최근까지 누계가 60만여회. 김정은의 노래가 실린 OST 음반은 영화 음반으로는 드물게 2만여장이나 팔렸다. 영화 OST는 많아야 수천장에 그치는 게 상례다. . 김정은은 KBS2 TV '윤도현의 러브 레터'에 출연, 노래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덕분에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이선희는 그를 잘 몰랐던 10대들에게 새로 알려졌고, 노래방에서도 톱 순위에 올랐다. 지상파.케이블 방송도 김정은의 뮤직 비디오를 숱하게 방영했다. . '몽정기'의 김선아도 노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교생 실습 첫날 짓궂은 중학생들의 요청에 부른 노래는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를 부르는 그 앳된 표정은 폭소를 자아냈고, 영화도 개봉 3주 만에 전국 2백만명에 근접했다. '가문의 영광'처럼 휴대전화 서비스나 OST 판매, 그리고 뮤직 비디오 방영은 기본이다. . 지난주 개봉한 '광복절 특사'도 예외는 아니다. 극중에서 송윤아가 부른 강애리자의 '분홍 립스틱'은 개봉 전부터 휴대전화 서비스 누계가 1만여회에 이를 정도였다. . 제작진은 김상진 감독, 손무현 음악감독, 가수 김현철.박상민 등이 참여한 별도의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고, 이 안에 송윤아의 '분홍 립스틱' 댄스 버전도 수록했다. . 지난해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다시 유행시켰던 영화 '불후의 명작'이 요즘 개봉됐다면 주연 박중훈과 송윤아 중 한명은 마이크를 들지 않았을까. . 영화의 분위기를 다듬고 색깔을 덧붙이는 요소로 사용됐던 노래가 이젠 영화를 홍보하고, 실제로 구매력을 높이는 강한 도구가 된 셈이다. . 예전과 달리 배우의 서투른 목소리가 그대로 실린 OST 음반이 인기를 끌고, 인터넷.휴대전화.뮤직 비디오 등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영화 기획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 지난 2년새 코미디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의 숨겨진 장기, 이른바 배우의 '망가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사정은 다르지만 배우들의 노래 부르기는 코미디가 아닌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 '연애소설'에서 손예진은 초등학생처럼 두손을 꼭잡고 들국화의 노래 '내가 찾는 아이'를 애처롭게 불렀다. . 장동건은 지난주 개봉한 '해안선'에서 1960대 인기곡이었던 여운의 '과거는 흘러갔다'를 나직한 음성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두 영화 모두 배우의 육성이 담긴 OST를 내놓은 건 물론이다. . 장동건은 그가 알지 못했던 '과거는 흘러갔다'를 김기덕 감독에게 사사했다는 후문이다. 음반으론 히트하지 않았지만 '오아시스'에서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불렀던 문소리의 음성도 방송을 많이 탔다. . 다음달 초 개봉할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선 주연 공효진과 조은지가 주제가 '침대 끝에서'를 부른다. . 세월이 많이 흐른 히트곡을 비틀었던 여타 영화와 달리 이번엔 곡을 새로 만들어 흥행 포인트로 삼았다. 노래를 불러도 대개 대역을 썼던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 이런 현상은 방송.가요.영화 등 연예인의 경계가 불문해진 요즘 세태의 반영이다. 연기자로서의 배우보다 엔터테이너로서의 배우를 선호하는 충무로의 선택인 것이다. 휴대전화.뮤직 비디오 등 여러 통로로 영화를 알린다는 부수 효과도 있다. .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재미를 좇으려는 기획 의도 자체를 나무랄 순 없지만 스타의 명성과 화젯거리에만 의존한다면 영화의 깊이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추천수1
반대수2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