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 김PD!!"
"네..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침부터"
"아 네 그게 아니고.. 무슨 일이세요?"
"회의 안들어가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언능 챙겨 들어와"
"앗 네~"
'아 맞다 회의~'
어제일을 생각하느라고 서희는 지금 정신이 없다. 어제 하작가의 황당한 제안때문에 잠도 한잠 못잔 서희이다. 도대체 하작가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 서희로써는 알수가 없다.
"하작가님 농담이시죠? 제 하작가님은 저 한번도 본적이 없으시잖아요"
"내가 김PD 모를꺼라고 생각해요? 서희씨만 나 모르는거죠"
"네? 절 본적이 있으시다고요?"
"당연하죠 내가 명색이 작간데 내 작품 맡기는 사람 얼굴도 모르고 맡겼을까봐요"
"김PD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거절할께요."
"글쎄요 지금 거절하기엔 너무 이른거 아닌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럼 이만.."
정말 이 사람은 황당한 사람이다. 내가 어디가 맘에 들어서 하작가의 눈에 든 것일까?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가 내 얼굴을 보면서 한번이라도 이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말을 안한다. 도대체 나처럼 평범한 애가 배우가 된다는 건 내 자신조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일이다.
어제 밤에 아무리 거울을 보고 또 봤어도 나는 이 역활을 할만한 사람이 못된다. 솔직히 하작가의 말을 듣고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어렿을때 나도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보기도 했지만 커가면서 그런 거 따위는 잊어버리고 산지 오래인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나를 이 작품에 쓰려고 할까. 아니면 나를 두고 농담을 하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안나온다.
그리고 나를 언제봤다는 것일까. 궁금한것 투성이다.
"김PD? 김PD? "
"네?"
"회의중에 무슨 생각을 해?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요 죄송해요"
"얘기는 들었지. 다음주부터 제작 발표회 들어갈테니깐 그렇게 알고 있어"
"네? 하지만 아직 주인공 섭외도 안 끝났는데요..?"
"그건 하 작가가 이번주 까지 결정한다고 했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준비해봐"
"네? 네"
사무장님은 아직 모르는 눈치이다. 만약 내가 배우에 캐스팅 돼었다는걸 알면 사무실에서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지 생각해도 뻔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분명히 하작가가 나한테 농담하는 걸꺼야.. 날 몰루보고..'
하작가의 농담 한마디에 이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내가 정말 우습다. 말도 안되는 얘기에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에 전념해야겠다. 어떻게 찾은 기회인데... 지금은 다른 망상에 사로잡힐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걸 다시한번 느낀다. 다음주부터 발표회에 들어가면 나는 지금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다.
"김PD 오늘 회식있는거 알고있지?"
"아.... 회식이 오늘이였죠..죄송하지만 저는 오늘 안될꺼 같은데요.. 다음번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할께요"
"무슨소리야 오늘 하작가 드라마 때문에 회식하는건데 빠지지 말라고~ 참 오늘 정태성 PD도 참석한다니깐 그렇게 알고"
또 한번 가슴이 철렁하는 서희였다. 정태성PD가 참석한다는 말에 그녀의 맘이 왜 이리 뛰는지 모르겠다. 정태성PD는 이 바닦에서는 거물급으로 통하는 그였다. 같은 방송사에 근무하면서 그녀는 그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왔다. 아니 더 크게 본다면 짝사랑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간 서희에게 관심을 표하는 남자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항상 서희는 무관심으로 응했다. 그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정태성 그 때문이였다. 처음 입사했을때는 그저 다른 선배들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아니 다른게 있다면 그 이유있는 도도함이였다. 하지만 서서히 서희는 그것이 도도함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과는 다르게 자신감 있어보이고 심지가 강한 그의 모습에 서희는 매력을 느낀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서희를 바라보지 않았다. 한간 소문에 의하면 어느 어린 여배우와 동거를 한다는 스캔들까지 있던 그이기에 서희는 바라보기만 할 뿐 한번도 고백하지 못했다. 그런 정선배가 온다니 무척이나 긴장이 된다. 그가 mnt 방송국을 떠나 다른 방송국으로 간 후로는 그를 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 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나는 미용실이라도 갔다 오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회식시간까진 3시간 정도 남았다. 조금 있으면 정선배를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떨려온다.
"앗 김PD님? 김PD님 맞죠? 우왕~ 또 만나네요~"
이 목소리.. 짐작대로라면 어제 그 팔푼이.. 아니 서윤호의 목소리다.
"앗 서윤호씨? 어쩐일이세요?"
"아~ 오늘요? 회식 있다고 놀러오라던데요~ 어제 그 쫌 높으신 분이 신인이니깐 다른 PD님들한테 잘 보여두면 좋다고 하셔서.."
사무장님을 말하는가 보다. 그 오지랖 넓으신 분이 또 쓸데없는 짓을 하셨나보다.
"히힛~ 김PD님도 오늘 가시는거죠? 나 이런자리 처음인데 정말 잼있겠어요 ㅎㅎ"
정말 이 서윤호란 사람은 봐도봐도 어린애 같다. 하긴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 그래도 왠지 얼굴에서 빛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밝게만 자라온 듯한 그런 분위기가 난다.
"그럼 이따가 회식에서 봐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 하는데 또 그가 없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서 요즘 잘나가는 배우 이영에씨가 지나간다. 싸인받는 모습을 보니 왠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한마리 강아지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후~ 암튼 재밌는 사람이야'
회식 자리에 정선배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는 항상 나에겐 곤욕스럽다. 아마 그건 성격 탓인 듯 싶다. 이런 성격이 편할때도 있긴 하지만 친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 앞에선 쉽사리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정 선배의 모습은 아직도 보이지 않지만 너무 시끌벅적해서 그런지 아까처럼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오늘 회식은 왠지 다른때랑 분위기가 틀린 듯 싶다. 아마 아까부터 술을 따르러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하는 서윤호 때문인듯 싶다.
"김PD님도 한잔 받으셔야죠~ 제가 드리는 첫잔인데"
결국엔 내 차례가 왔나보다. 사실 나 술을 엄청 못한다. 그나마 PD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이 PD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권해준 술 덕분에 그나마 소주 3~4잔은 겨우겨우 마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술을 먹고싶지 않았다.
"어서 받으세요~ 하하 김PD님 술 잘 못하시죠~ 얼굴에 그렇게 써있어요"
한잔은 받아야 예의라는 생각에 잔을 받았다. 무슨 정이 그렇게 넘치는지 잔이 넘치게 소주를 따랐다.
식탁에 내려놓았더니 또 한번의 난리를 친다. 결국 난 소주 한잔을 원샷했다. 근대 하필이면 소주를 마시고 있는 순간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 선배의 얼굴과 마주쳤다. 그리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들어와 내 앞에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 다들 한마디씩 정선배한테 안부를 묻고 술을 권하는 동안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술잔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가 말을 먼저 건낸다.
"김PD도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네? 네 선배도 잘 지냈죠?"
"이번에 같이 일하게 됐네~ 잘해보자고"
"내? 제가 선배하고요?"
"나하고 공동 프로듀서 맡을 거란 얘기 하 작가가 아직 말 안했어? 사무장님도 알고계신 일인데.."
이건 또 무슨 썡뚱맞은 일이란 말인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자존심마져 상해왔다. 얼마나 기대하고 있던 작업이였는데.. 그게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내 속에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어떻게 정선배가 이 드라마를 나하고 같이 맡게 되었으며 또 하작가님은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인 나 혼자 그 작품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봐도 내 머릿속에서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역시 나에게 행운은 찾아오지 않나보다. 사실 처음부터 공동 프로듀서란 말을 들었다 해도 나한테는 큰 기회나 다름없는 일이였다. 그러나 정선배와 함께라니 내 이름은 분명 정선배 뒤에 무쳐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사무장님을 바라보니 이미 술이 떡이 된 상태셨다. 그리고 이런자리에서 일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네 그래요?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
"아직 모르고 있었던 거야? 왜 아무도 말을 안해준거지"
"아무튼 잘해보자고"
".............."
"네 잘 부탁드려요..."
역시 나에겐 아직 사랑보다는 일인가 보다. 그렇게 보고싶은 정선배를 봤는데도 지금은 정선배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 일을 정선배한테 빼앗긴거 같아서 더 분하고 억울했다. 하작가도 너무 미웠고 지금은 정선배도 나에겐 적이였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선배한테 공동 프로듀서건이 나한테 기분나쁜 일이라는걸 티내고 싶지도 않았다. 선배는 내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을테니깐....
"앗 정PD님도 오셨네요~ 정 PD님도 한잔 하셔야죠 ㅎㅎ"
벌써 서윤호랑 인사까지 한 사이인가 보다. 왜 이런일을 나 혼자만 모르고 있어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 여우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건지... 사무장님은 정선배를 믿고 제작 발표회 날짜를 서둘러 잡은게 분명했다. 정선배는 프로니까..
갑자기 술이 너무 먹고 싶었다. 이번에 큰 일을 맡았다고 나한테 술 잔을 건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걸 건내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정말 속이 타서 미칠꺼 같았다. 그렇게 몇잔의 술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따사로운 햇살이 방안 가득히 들어왔다. 아직 눈을 감고 있었지만 서희는 느낄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햇살이 반갑지가 않다. 눈이 안떠지고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어제 과음을 한 탓이 분명했다. 근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어나서 물을 마시려고 하는데 낯선 풍경이 서희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가 어디지?'
낯익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김PD님 일어났어요? 속은 괜찮으세요?"
서윤호다.
"꺄악~ 무슨짓을 한거예요? 내가 왜 여기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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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가 시작이네요 ^^
2편 써서 올릴려고 했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네요 ㅠㅠ
오늘도 글 읽어주신분들 감사드리구요 ^^
좋은 하루 되세요^^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