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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강에 겨운 사람들***

질경이 |2002.12.19 00:00
조회 324 |추천 1





***호강에 겨운 사람들***




까치들의 부산스러운 수다처럼
시간은 째각거리지만

아무리 돌아보아도
희소식은 그만두고라도 안부소식조차 전해줄 이
다섯 손가락도 넘쳐난다.

투명유리속의 환히 들여다 보이는 살림살이

뻔한 혈연에
뻔한 학연,지연,

어디에 희망을 걸고
어느곳에 유토피아를 건설할까?

그냥 허허벌판에 뚜벅거리며 걸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밖에 없는 가난한 이방인일뿐인데,

기천원으로 복권이라도 사둘 걸.

꼭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아도 좋다.
누가 사행심조장이라며 욕해도 좋다.

복권을 사는 일은 꿈을 사는 일이며 내일을 사는 일이다.
그랬다면 아마도 저 경쾌한 시간의 째각거림을 음미하고
즐길 수 도 있을텐데...

이마에
하늘의 덕이라는 천(天)
땅의 덕이라는 지(地)
인간의 덕이라는 인(人)중

석 삼(三)자는 고사하고
어떤 후보자처럼 한 일(一)자도 부여받지 못한

우리의 어깨 무거운 가장은
미간에 내 천(川)자를 그리며
그의 질기고도 지겨운 고무장화의 저벅거림만
남긴체 어시장으로 향하고

실내가득 70년대 광고로 우리의 눈에 각인되고
서민들의 코에 배여 버린 "다이알"비누 향내만 한껏 품은체
엘리베이터는 껌뻑 껌뻑 졸고있다.

이제는 올려다 봐야하는
딸내미를 앞세운 체 우리의 어머니는
얼굴의 삼분의 이는 방한대로
삼분의 일은 구식 뿔테 안경에 가려
이뿐 얼굴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이 새벽을 달리고

우리의 이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죄없이도 족보간직한 위대한(?) 성견(成犬)에
물어 뜯기면서도
집을 나서야 하고
캐갱거리며 뒤따르는 ,
들고 차 버리면 어디까지 날아가서 처박혀 버릴지도 모를
발바리의 발악조차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서늘하나

지혜라고는
눈높이를 낮추는 지혜밖에는,
미이라처럼 칭칭 붕대로 동여맨 상처부위를
그나마
두툼한 외투로 가려 줄 수 있는 겨울이라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할 지혜밖에는
갖추지 못했는데,

수다를 떨어도 호텔에서
떨면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패키지 상품은 또 뭔가

없이 살면 무식도 다행이겠는데,
지식도 병이 되어야 하는 오늘의 눈물겨운 세태를
어쩔거나,

가난한 서민이 유일하게 소유한 성실이, 지식이
호강에 겨운 것들인지,

특별상품을 찾아 여기 저기를 기웃 기웃할
마음이 가난한 부자들이,
삐까번쩍한 호텔에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수다를 떠는 여편네들이
호강에 겨운 사람들인지 아리송한 아침이다.




글/이희숙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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