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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는 시점에...

kkil길 |2002.12.22 00:00
조회 213 |추천 0
망년회에 간다.
애써 잊으려 할 것도 없는 나이에 또 잊을게 있는 양, 망년회를 하자며 초대를 받는다.
잊고 사는 게 편하다고 했던가?
사람은 자연적으로 잊으며 산다고도 했다.
일부러 잊으려한다면 잊혀지지 않을 수도 있고, 이곳에 사는 초등동문들의 망년회에 초대를 받는다.
일년동안의 일들을 잊고 새로운 새해에 대한 계획을 만들며 서로간에 돈독한 우정을 기리기 위해서 일거다.
망년회라고 기억하고 싶은 것까지 잊을 수야 있을까?
그래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게 고마울 뿐이다.
세월이 지나감에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느껴진다.
세월이 가지 않아 답답했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정말 시간이 빠름을 새삼 피부로 느낀다.
눈뜨고 바라보는 세상 역시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있으니 사람의 인식마저도 그것을 따라가려고 바쁘고, 누구에게나 같은 세월이지만 나이 듦에 따라 그 속도가 다르다고 하더니 어언 시속 50킬로에 육박한 세월이다.
돌아보았다.
지나온 날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기도 하고 새삼 새로운 희망에 젖어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지난 세월이 가슴 한켠에 자욱을 남기는 것은 어인 일인지 모르겠다.
잘못한 일도, 실수한 일도, 지금까지 살며 통한이 절절한 후회를 하며 살아온 일이 몇 몇 개 되지만, 그것만 없었더라도...
그때 그 결정을 하지만 않았어도...라는 자괴심이 가슴한편을 울린다.
망년회 초대를 받고 나서부터 되 집은 한해를 바라보는 마음속엔 아름다운 시간들보다는 무참한 회한의 기억만이 점점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보내는 시간들 속에 한 점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살수는 없겠지만, 나이에 따라 그 후회의 가치가 달랐던 것처럼, 학창시절 공부를 게을리 했던 것부터 젊은 나이에 재산관리를 소홀히 했던 일까지 가슴저편에 혼자만 채찍질하는 아픔을 갖고있다.
"그래도 우린 잘 살았어요.
남에게 가슴아픈 짓 한번도 하지 않고 지는 듯 밑지는 듯 살았으니.."
아내는 요즘 들어 의기소침해 있는 나를 위로한다.
한때 삶의 눈높이를 높이려고 불철주야 온 생각을 세상사는 사람들의 가슴에 이름을 남기려 애쓴 일도 있지만...쯧
세월은 숱한 많은 것들을 한번에 앗 아 버릴 수도 있다는 진실을 깨우치기도 했다.
인연이 없는걸 하려하면 할수록 더욱 더 할 수 없게 되는 현실 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삭이며, 재기를 계획하다가 버림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종용하는 아내 곁에서 정좌하고 관조하기까지 참으로 가슴에 쌓인 많은 것들을 버리기가 힘들었다.
또한 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몸소 체험도 했다.
이제 스스로 잊혀지길 준비한다.
사람의 명이 얼마인지 알 순 없지만 주어진 세상의 몫을 열심히 매만지고, 다듬고 살다가 어느 날이오면 더 인연의 끈을 잡고자 발버둥치지 않을 자신을 길러본다.

망년회에 다녀오겠다고 나올 때, 예전처럼 "술을 조금 마시라" 는 등의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아내도 아주머니 티가 난다.
아주머니인 아내는 세월 앞엔 장사가 없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도 망년회를 해야지.."
주변이웃과 선후배, 조카들을 불러놓고 오랜만에 술이라도 한번 취하고 싶어서...
그리고 아내의 핀잔도 한번쯤 받아보고 싶음이 있는 망년회를 기대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른다.
공연히 마음이 허허해 진다.
술 취한지가 언제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취해보고 싶지만 이제는 같이 취하도록 마실 친구들도 별로 없다.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점점 그 일원으로 끼워주지 않는 세월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크게 떠들어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자체가 고맙고, 불러주는 것도 행복한 일인데, 모두 술 취하고 싶은 망년회를 기대하는 게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지난 세월들 속에 힘찬 추억들이 아련히 아쉬움만 남겨주어 가는 세월을 잡고 싶은 작은 희망사항입니다그려.
호기 있게 살던 때는 이미 지나갔지만, 망년회를 마치고 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왜 세월은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맨 윗자리 상석에 앉아야 하는 망년회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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