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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의 전설...삼십2

lalla2 |2002.12.23 00:00
조회 128 |추천 0
개학이 되어 학교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꽃집으로 발길을 먼저 돌렸다.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었다. 그 여자 말대로 앞에 나타나 봤자 좋은 것이 없었다. 그럴 여유가 생기지 않게 바삐 살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보고 싶었다. 아줌마도, 꽃집도 또 정현이 남기고 간 많은 꽃들도. 그곳에 도착해서 순간 그녀는 등을 돌렸다. 잘못 본 것일까. 진혁이 정화와 함께 문 앞에 서 있었다. 진혁...그 동안 더 마른 것 같아 보였다. 아줌마가 나와 그런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진혁과 정화는 학교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영주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학교로 향했다.

여전히 도도하게 들어오는 은혜가 보인다. 하얀 피부가 더 하얗게 된 것 같다. 영주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영주는 은혜에게 웃어 보였다. 손을 흔드는 것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세진이 손을 내리며 고개를 흔든다.
"너. 정신이 있니? 자존심도 없어?"
"...참 예쁘다."
"뭐가?"
"은혜 말야. 여자가 봐도 예쁘지 않니?"
그런 영주의 말에 세진도 뚫어지게 은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돈도 많은게 얼굴까지 이쁘잖아! 난 기분 나빠!"
세진은 은혜가 들릴 정도로 말을 하며 투덜대고, 그런 세진을 보며 영주도 웃어 보인다. 곧바로 세진이 가방에서 어제 학원에서 낸 문제지를 꺼내며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고, 영주는 그 문제지를 들고 은혜에게 다가갔다.
"이것 좀 갈켜 줄래?"
함박 웃음을 보이는 영주의 얼굴을 보던 은혜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는다.
"네 오빠한테 물어보지 그러니?"
은혜는 우뚝 서 있는 영주를 밀어내고 교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 옆으로 세진이 다가오고 있다. 세진은 멀뚱 서 있는 영주를 데려가 의자에 앉히며 은혜가 한 말에 대한 영문을 묻는다. 영주는 다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는 부정만 하고 있다.

그날 저녁 잠이 들었고, 또 다시 느껴지는 체온에 영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 분명 그녀 옆엔 누군가 있었고 그 손은 영주의 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또한 느껴지는 술 냄새...아버지? 그녀가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그가 영주를 들어올려 침대에 눕힌다. 옷을 다듬어 주고, 이불을 덮어주더니 머릿결을 정돈해주고 그녀를 지극히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영주는 일부러 잠꼬대를 하는척 몸을 뒤척였지만 아버진 아무런 미동도 없이 영주의 늘어진 손을 만지기 시작했다. 영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고, 무엇보다 겁이 나서 그만 일어나 앉았다. 침대 밑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는 이는 확실히 아버지 석환이였다. 하지만 그 눈길만은 그것이 아님을 영주는 알 수 있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이 석환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기울어진 얼굴...점점 가까이 그녀의 입술을 찾는다. 믿겨 지지 않았지만 분명 아버지의 입에선 그녀를 불렀다.
"강희..."
침대 위로 올라와 부드럽게 그녀를 부른다.
"아악~!"
귀를 손으로 막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뒤로 엉거주춤 거리던 석환이 일어서서 영주가 떨고 있음을 알고 다시 다가갔다.
"아악! 싫어!"
이미 석환은 술이 깨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는 듯 하다. 의아하게 영주를 바라볼 뿐 석환은 영문을 몰랐다.
주륵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영주는 그 상태로 밖으로 뛰쳐나와 걷기 시작했다. 서성이는 것도 잠시...어느새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땐 밝게 불이 켜진 꽃집이였다.
"정현..."
아줌마의 모습이 영주의 눈에 들어왔다. 영주는 순간 몸을 숨겼다. 그런 꼴로 아줌마를 대할 자신은 없었다.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었고, 감사했었다.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영주는 그대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도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마땅히 갈곳도 없었다. 그런 느린 걸음을 잠시 진혁이 본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다. 비슷했지만 영주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다.
"왜그래?"
그런 진혁에게 정화가 묻는다.
"아니...이제 그만 들어가. 나도 가봐야지..."
"그래. 고마워..."
진혁은 서둘러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런 진혁을 정화가 무심코 바라본다.

이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그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분명 영주였다면 그곳으로 올 것이 틀림없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 힘없이 걸어가는 영주가 보인다. 진혁의 손에 강한 힘이 쥐어진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그녀는 걷기만 한다. 진혁이 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려고 다가갔을 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를 쳐다보게 했다. 겁에 질린 얼굴도 손도 많이 떨리고 있었다. 집을 쳐다보자 불이 켜져 있다.
"말해 어떻게 된거야?"
"...아파 손부터 놔"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거 놔!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영주의 말이 끝나자 진혁이 그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러더니 영주를 집 쪽으로 밀었다. 한두발짝 움직이던 영주가 걸음을 멈추더니 가만히 서있다. 진혁이 떨고 있는 영주를 보며 눈을 부릅뜬다. 그리곤 발걸음을 재촉해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진혁의 등뒤로 영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야! 정현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리는 영주의 정면을 진혁이 돌아본다. 집을 향하던 몸짓도 그만 정지되었다. 그래 진혁이 오해했을지도 몰랐다. 무조건 아버지와 연관지어 생각했다. 옳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영주를 스쳐지나가며 말을 건넸다.
"들어가. 너무 늦었어."
그가 터덜터덜 걸어간다. 그가 끝까지 막아주길 바랬다. 그렇게 말해놓고도 예전처럼 끝까지 옆에 있어주길 기대했다. 쓸쓸하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같이 살고 싶지 않은데 같이 살아달라고 자신을 데려가 줄 수는 없는지 부탁하고 싶었다. 그런 영주의 간절함에도 진혁은 끝끝내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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