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은 전(前)대통령***
아파보지 않고는 아픔을 노래할 수 없다.
이별해 보지 않고는 이별을 상상할 수 없다.
오늘도 이별을 선언한 자는
주소록의 주소를 지우고,
전화번호를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분노로 지우면서
더 이상의 이별은 몸서리치게 싫다며 치를 떨기도 하고,
발신지표시가 뭔지
문명을 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정서(情緖)가 한심스러우면서도
행여하고
전화벨을 울리며
잊혀지지 않기 위해 동동걸음하기도 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는 작은 눈과 특유의 미소와 후덕한 턱이라는
캐리캐처로 어느 해몽가의 책에서
길몽의 대표적명사로 내내 미소를 보이더니
머나먼 이국의 신문 귀퉁이를 장식하는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이 되어야 했다는데.
잠시 잠깐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기가 너무 억울했을까.
가끔 고장난 시계에서도 그의 이름은
선명히 살아 있더니
그의 얼굴은 먼 이국의 허공을 떠 돌 만큼
이 땅에 세울 원(願)이 컸나보다.
반도의 끝 어디선가
숨죽이며 살아갈 그였는데.
시대의 이름들 앞에 선뜻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체
살아갈 그였는데 그의 삶이 궁금하다.
정녕
우리는 얼굴은 고사하고 이름 석 자 외우기에,
너무나 많이 외워야할 것들 앞에 주눅이 들었다.
어떨때는 내 나이조차 외우지 못하고
내 주민번호조차 까마득할 때 가 있는데,
정녕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은 고사하고
혈육의 가슴에서조차 잊혀진 체 살아가는데,
우연한 실수로 기억되었건,
필연의 인연으로 기억되었건,
누구에겐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 건
조개탄의 끈질긴 불씨같은 낭만일게다.
새해에는 일출도 하회탈로 떠 올랐으면,
그리하여 모든 이의 가슴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은
푸근한 너털웃음으로 기억되었으면,![]()
***미국의 저명한 윌스트리트지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대신
실린 전(前) 노태우대통령(사진)을 그리며***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