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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 사랑이 아프다.. > - 3
윤호는 지난 3주동안. 미우가 꽤 아팠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었지만. 빨리 본사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에. 추진 중이던 일들을 모두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겨우 정리가 끝이나고, 권여사에게 전화를 했을 때. 다행이 미우가 회복중이며, 퇴원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서둘러 마무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왔을땐, 권여사가 마련해놓은 전망좋은 오피스텔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윤호는 짐을 풀자마자. 그간 까슬해진 몸을 푸느라. 사우나를 마치고, 미우의 집으로 찾아갔다.
집앞에 서서. 벨을 누르자. 별 물음도 없이. 그 육중한 문이 열리고, 윤호는 미우의 집으로 들어섰다.
집 현관에 들어서기전, 정원이 있는 곳에... 미우가 집에서 키우는 개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꽃 피는 춘삼월이라지만, 아직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는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이였다.
“미우씨?”
윤호의 목소리에. 미우는 몸을 돌려, 윤호쪽을 쳐다보고는 웃으며 윤호에게 다가왔다.
“권상무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저야, 보다 싶이요... 그런데.. 아프고 나은지 얼마 안됬는데.. 이렇게 찬바람 쏘여도 되요?”
“괜찮아요.. 퇴원하고, 잘 먹고 잘 놀아서.. 이젠 끄덕 없으니까.. 그럼 들어가세요,,”
미우는 몸을 돌려, 윤호를 인도하듯. 먼저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런 미우의 모습을 보던 윤호는 의아했다. 갑자기 왜? 저렇게 우호적인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저렇게 편안하게 대한적은 없었다. 싫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익숙하지 않았다.
손님의 방문에.. 미우의 집 식탁위는 그야말로 식탁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거하게 차려져있었고, 온 가족이 다 모여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과를 하면서, 윤호는 그간 지사에서의 상황을 전회장과, 권여사에게 낱낱이 보고하고, 미우는 그 옆에서 후식으로 차려진. 과일과 푸딩을 야금야금 먹으며 듣고 있었다.
“그래, 마무리가 잘 되었군... 수고했네. 짧은 시간에 이동이 잦아서, 말들이 있긴 하지만. 이미. 본사에 자네 자리는 만들어져있네, 언제부터 출근하겠나?”
“저야, 내일 당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때까지 묵묵히 경청을 하던 미우가 끼어들었다.
“정리하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몇일 휴가를 보내도 좋잖아요?
미우의 의외의 말에 윤호는 정말 이상했다.
자신이 알기론... 미우는 윤호를 이제껏. 속물로 취급하며, 상대도 하지 않으려고 했었고, 갑작스런 태봉의 잠적에 그 원인이 윤호일거라고, 찾아와 닦달하던 사람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2주간 많이 아팠다더니. 혹시 그 여파가. 성격에도 미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마져 드는 참이였다.
포커페이스인 윤호였지만. 갑작스런 미우의 변화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미우는 어렵지 않게 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왜요? 이제까지 까칠하기만 하다가, 갑자기 호의적이니까. 제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했는지. 의심스러워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윤호는 얼른 말을 잇지 못했지만, 미우는 그런 윤호를 상관하지 않고, 권여사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밝게 말했다.
“할머니. 권상무님 그동안 수고도 많이 했고. 저도. 심심한데... 한~ 일주일? 하다까지 동원해서. 여행좀 다녀오면 안될까요? 음.. 이태리면 좋을텐데..”
윤호는 그런 미우가 정말 놀라웠다. 사근사근한 태도도 태도지만... 함께 여행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미우의 얼굴엔 감정이란 것이 보이질 않는것 같다.
분명히 웃고, 권여사에게 애교스런 표정을 짓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표정을 하고는 있지만...
미우의 얼굴엔 감정이란 것이 없어보였다.
그런 윤호의 생각은 생각지 않는 권여사는 이제야. 미우가 마음을 열었나 싶어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고, 당장. 비서를 통해. 예약등. 모든 것을 마쳤다..
얼마간의 담화 후에 윤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미우는 윤호를 배웅하러. 대문앞까지 따라나왔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모레. 공항에서 뵐께요.”
미우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대문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고, 윤호는 그런 미우를 불러세웠다.
“미우씨!”
“네?”
“갑자기. 변한 태도가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요?”
“무슨... 뭐가 변했다는 건지...”
“글세.. 내가 아는 전미우란 여자는.. 굉장히 경계심이 강하고. 트집잡기 대장인데... 오늘 미우씨 모습은.. 꽤나 당혹스러워서요..”
“훗,.. 그나마. 사근한 태도가.. 당혹스럽다? 그럼.. 그 이전처럼.. 상무님한테 으르릉 거리길 바라세요?”
“아뇨! 꼭 그런건 아니지만... 왠지.. 바뀐 미우씨 모습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요..”
“네?”
“분명히 웃고는 있는데... 그 웃음이 진실이 아닌 것 같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 미소에.. 생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요? 그냥... 감정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요..”
“그래요? 어색한가 보네요.. 그냥요... 생각해 보니까. 찡그려서 좋을건 뭐에요? 안그래요? 아니면, 갑자기 친한 척 하니까. 상무님이 불편한가요? 불편하시면, 같이 가지 않으셔도 되구요..”
“..그런건 아닙니다. 그럼. 그때 뵙죠.”
미우는 목례를 하고 대문안으로 사라졌고. 윤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미우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 우호적인 태도가 어쩐지 미우같지 않았다.
윤호를 돌려보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미우는 책상 앞에 걸터앉아. 서랍을 가만히 열어보았다. 서랍을 열자마자 보이는 작은 보석케이스... 미우는 그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태봉에게서 받은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미우는 한숨을 내쉬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말. 태봉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퍼부었던 그 차가운 말들이 사실인지.. 판단할 수도, 판단하기도 싫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우를 밀어내기 위한 것이겠지. 미우는 딱! 소리가 날 정도로 케이스를 닫고 서랍을 닫고. 창가로 갔다. 그리고,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전미우! 너한텐 처음부터 그런거 없었잖아. 이제 그만해! 이제... 정말.. 그만해..”
태봉은 오랜만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친구들이 모여있는 술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술집안에는. 그의 절친한 친구 셋이 이미 나와서 일작을 하고 있었고, 태봉이 나타나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야! 차태봉..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어! 덕분에. 니들은. 무사평안하냐?”
“그렇지. 뭐.. 그런데, 넌 그다지 잘지낸것 같지가 않다? 왜이렇게 야위었냐?”
“글세, 객지생활하느라 그랬나?”
“그러게. 뭐하러 사서 고생이냐? 니네 매형회사에서 일하면. 어련이 안챙겨줄까?”
“그렇지 않아도. 다음주부터. 매형회사로 출근하기로 했다.!”
“야~ 잘 생각했다야.. 진작에 그랬어야지.”
“그래...”
태봉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적당히 취해가며. 밤이 깊어갔다.
취하면. 아무생각도 나지 말아야 하는데.. 태봉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미우의 전화번호가 떠올랐다.
이제는 옆에 앉은 친구녀석들이 뭐라고 주절거리는지. 들리지도 않고. 아무것도 기억도 나지않고. 미우의 전화번호 열한자리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태봉은 조용히.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와. 단축번호 1번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목소리가 듣고 싶고... 보고 싶고...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마음이 변한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하지만...한참을 그렇게 망설이기만 할뿐. 태봉은 전화를 걸지 못했다. 전화를 거는대신. 차가운 바람에 취기를 깨울 뿐이였다. 그리고 그 차가운 밤공기에 태봉의 한숨은 짙어져 갔다.
미우는 하다와 윤호 그리고, 가이드 한명을 대동하고. 떠난 여행의 첫날부터. 하필이면 왜? 자신이 이리로 오자고 했는지 잔뜩 후회하는 중이였다.
예술과 학문의 도시답게 도시는 아름다웠고, 눈이 가는 곳마다 그림같았지만.
피렌체 관광을 시작한지. 불과 3시간 만에 미우의 미간은 잔뜩 찌푸러진채 아주 방대한 규모의 성당앞에서서 그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 성당 앞에 서는 순간. 가이드가 설명한 말에 걸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 성당은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저 위에 보이는 돔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두오모입니다. 무려 154년동안 지어진 건물이구요. 피렌체 하면, 여기가 대표적인 상징물이라고 할수있죠.
그리고, 얼마전에 한국에서도 개봉했던.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란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재회하는 장소이기도 하죠.. 자. 들어가 보실까요?“
윤호와 하다는 곧 걸음을 옮겼지만. 미우는 고개를 발끝으로 떨어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 태봉과 처음 데이트를 하던날. 두근거리며 보던 영화였다. 그전에. 태봉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차마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도 했었다. 아직 두근거림이 남아 있다기 보다는 정말...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 또, 자꾸만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미우씨. 안들어가요?”
“.....가요!”
윤호의 부름에 미우는 발걸음을 옮겼다. 태봉을 떠올리는 바람에 그다지 올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미우의 발걸음은 성당안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오랜역사를 담고 있는만큼. 성당안은 장엄했다. 꼭대기까지 이어진 층층의 많은 계단을 천천히 오르면서. 미우는 무의식중에 생각과는 다른 마음이 흔들렸다.
그 영화에서처럼.. 저 위를 오르면. 그가 있을까......
하지만. 곧. 미우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자학했다.
‘미쳤구나! 니가! 미치다가 미치다가 완전히 돌았구나!“
미우가 태봉의 남은 기억을 떨쳐내려고 복잡한 마음으로 여행을 하는동안.
태봉 역시 씁쓸한 마음으로 인사동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런 시련이 닥칠지 모르고. 둘이서 열심히 그것도 즐겁게 돌아다니던 거리가.. 지금은 혼자서 걷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쓸쓸했다. 여고생들의 닭살스런 몸서리에도. 능청맞게 미우를 감싸던 일... 추운지도 모르고 열심히 걷던 길....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낮선 하이톤의 목소리가 태봉을 불러세웠다.
“어머! 차태봉씨 아니세요?”
태봉은 자신을 불러세운 쪽을 돌아보았다. 세아였다. 민석의 소개로 한번 만난 적이 있었던 여자...
“아....네...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일이세요?”
“그냥... 바람 좀 그러는 세아씨는...”
“아~ 저는 제 첫 전시회 때문에.. 준비할려고.. 여기서 하거든요.....”
“아...전공이 미술이라고 하셨었죠..”
“네.. 아! 이거요,,”
세아가 내민 것은 전시회 초대장이였다.
“시간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그럼..전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네,... 안녕히 가세요..”
세아는 빠른 걸음으로 금새 태봉의 시야안에서 사라졌고, 태봉은 물끄러미.. 초대장을 내려다보다가..외투 안주머니에 초대장을 넣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도 생각도 없이..
몸이 꽤 힘들어 질때까지 계속 걷기만 했다.
“후~~~~ 아씨! 여기 뭐~ 볼게 있다고 이 높이까지 계단을 만들어서. 아씨! 다리아퍼!”
등산도 곧잘하는 미우였지만, 몇주간 앓아눕고 겨우 기력을 회복한터라.
두오모까지 오르는 계단이 꽤 힘겹게 느껴져. 괜히 투덜거렸다.
그리고, 자꾸만 태봉의 생각이 지배하려드는 자신의 머릿속을 비우려면, 과장을 해서라도, 투덜거려야만 했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올라선 두오모에서... 미우는 잠깐 투덜거림을 멈추고, 방금 자신의 눈에 녹아들어오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도시의 모습이 미우의 눈으로 조용히. 잔잔하게 녹아들었다.
그래서.. 잠깐.. 몇초? 몇분? 태봉의 생각도, 자신의 생각도 잊고... 넋을 놓고.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런 미우의 감상을 깬건 윤호였다.
“미우씨!”
“....네?”
“멋있죠? 여기?”
“네.... 그렇네요... 멋있네요...”
윤호덕분에 깨어진 감상덕분에 미우는 다시 급속도로 생각하기 싫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금 이 곳이.... 여기에... 자신의 옆에... 서있는 사람... 함께 이 멋진 광경을 감상할 사람...
방금 자신의 여운을 깨면서 옆에서 인기척을 낸 사람..
그 사람이.. 태봉이였으면.....
미우가 미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녀의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고.
윤호는 얼떨결에 보게된 그녀의 눈물에 당황했다.
“미우씨... 괜찮아요?”
“..네!”
미우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곁에서 그런 미우를 지켜보고 있던. 하다는 알겠다는 얼굴로, 조용히 미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 잘 안되?”
“.....뭐가?”
“잘 안되나 보네... ”
“뭐가? 뭐가 잘 안되?”
“뭔지는 니가 더 잘 알잖아... 그래... 그렇게 쉽게 될 일이 아니지.. 너처럼.. 마음에 사랑이 많은 애가.. 그런 사람... 드믈기도 하고..”
“장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 우선은 견뎌봐... 견딜수 없을만큼 힘들면.. 말해... 나.. 니 친구니까.. ”
하다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미우가 더 뭐라고 하기전에...
하다는 미간을 찌푸린채. 윤호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도시의 광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윤호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미우의 눈물은 태봉 때문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아직도야?..... 그렇게 매정하게 하고 간 자식이 아직도 정리가 안되? 이 바보같은 아가씨야!’
하지만.. 윤호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을 내뱉을 뿐이였다.
그날 저녁.. 호텔로 돌아온 세 사람은 곧장 옷을 갈아입고, 가이드와 함께 근처의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안에 들어선 그들은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에. 요리를 주문하고. 간편한 에피타이져로 식사를 시작했다. 미우는 그다지 입맛이 돌지는 않았지만.
두오모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모습을 보인다음부터, 하다와 윤호의 분위기가 꽤 신경이 쓰여. 입맛이 없다는 얘기도 하지 못하고, 거의 기계 적으로 앞에 놓여진 음식을 포크로 찔러가며 먹어댔다.
그러다가.. 차라리 술이 낫겠다 싶었는지. 요리와 함께 주문했던 와인을 들고,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은 아주 향기로웠으며.. 앞에 놓인 멋진 이테리 요리보다. 미우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한잔 두잔이 들어가고,, 와인 한병을 혼자서 거의 비울 때 쯤 되자. 미우는 꽤 거나하게 취해버렸다.
“야! 그만좀 마셔~”
“놔~ 헤헤 여기 요리보다. 이 와인이 더 맛있네? 오늘은? 안마셔? 권상무님 안마셔요? 집에 갈 때. 여기 와인 몇병 사가야 겠다. 헤헤헤”
“아~ 정말.. 얘가 왜 이래?”
“.. 괜찮아! 난~ 멀~쩡해... 아~~ 분위기도 좋고.. 와인도 맛있고... 흠~~ 좋다~~”
“미우씨.. 이제 그만 마셔요.. 많이 취했네..”
“쉿! 그만 마시란 말은 그만~~ 헤헤.. 나 안취했어요?! 멀쩡하니까.. 걱정은 하덜말고~ 자~~ 쭈욱~~ 한잔 마시시고~”
“야! 그만해~ 평소에 하지도 않던 주사가 생겼나 얘가.. 여기 한국 아니야!”
“헤~~ 아!!! 어글리 코리안?! 흐흐.. 난.. 어글리 코리안은 아니니까..음..어글리... 아!! 어글리 우먼?”
점점 혀가 꼬여가는 미우의 모습에 하다와 윤호는 무언에 더 이상 두면 안되겠었는지. 후식이 나오기도 전에. 미우를 들쳐메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아! 정말~ 난 괜찮다니까.. 나! 내려줘요~ 안그럼.. 권상무님. 등짝에다가. 토해버린다! 헤헤.. 그럼 어떻게 되나?,.. 와인밖에 먹은게 없으니까.. 다시 와인이 나오나? 에이~ 그건 아깝고.. 나~ 내려줘요~~ 토한대도 겁을 안먹네? 헤헤... 그럼.. 지도 그려버린다!!!”
“얘가 왜 이래? 정말? 권상무님 죄송해요...”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윤호는 아닌게 아니였다. 자신의 등짝에서 온갖 몸부림을 쳐가며, 주정을 부리고 있는 미우덕분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아우~ 미우씨.. 가벼운 줄 알았더니.. 무겁네..”
“응? 어! 나 무겁다고 했어? 어~~ 섭섭하네? 이 얼음 조각이.. 헤~ 얼음조각이 말도하고.. 재수없는 얼음조각... 어글리 우먼한테.. 무겁다고까지 해버리면,, 어떻게해? 세상 살맛 안나게~ 이건 니 망언에 대한 응징이다. 달려라~ 이랴~”
드디어 취중에 자기 자신을 망각해 버렸는지. 미우는 윤호의 귀를잡고 흔들어댔고, 윤호는 갑자기 밀려오는 귓불의 통증에 인상을 썼다.
“아~~아~~ 미우씨.. 그만!!1”
“어머! 얘가 미쳤나봐.. 야! 전미우,, 너 그만 안하니?”
“응? 어? 우리 하다도 있었네? 내친구 하다양~~~ 이 얼음조각 좀 멈추게 해줘~ 나 걷고 싶어용~~ ”
“컥!”
미우는 이제 아양까지 떨어대며 윤호의 목을 감싸안고. 졸르기까지 했고.
땀나도록 힘든 가운데. 귓불에 응징까지 당하고.. 이제는 헤드락에 맞먹는 목조르기까지.. 정말 미칠지경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미우를 내던질 수는 없었다..
정말.. 꼴이 말이 아니게도.. 미우의 주정에. 우스운 꼴을 다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들앞에 멈춰선 택시에 오르자.. 미우는 이내 잠잠해 졌다.
택시의 쿠션을 침대로 느꼈는지.. 한번씩 실없는 웃음을 헤죽거리며 잠이 드는 것 같았다.
“권상무님.. 괜찮으세요?”
“네... 뭐...”
“이해하세요.. 얘가 원래..이렇게까지 술 마시고, 주정하는 애가 아닌데...”
“그럴수 있죠.. 이해합니다.. 괜찮아요.. 전...”
“.........”
하다는 금새 잠든. 미우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마음이 심난해졌다.
미우가 주정을 부린건.. 둘이 알고지낸. 세월 안에서. 몇 번안되는 횟수중 한번이였고..
아마.. 오늘이 가장 심하지 않았을지... 누가 누군지도 망각한채 윤호의 귀를 뜯을 정도인지...
호텔로 도착하자마자.. 다시. 윤호는 미우를 안아들고, 룸으로 향했고, 하다는 호텔 프론트에 들러, 혹시라도. 필요할지 모를 약이라도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하다가. 그런 문의를 하는동안 윤호는 빠르게 미우의 방 침대에 미우를 내려놓고.. 한숨을 돌렸다.
“후~~ 정말.. 알면 알수록 새로운 아가씨네.. 음치 사건보다. 오늘이 더 엽기적이네...”
그리고는 새근거리는 미우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여행 중이라 거의 하지 않은 화장도, 그나마 다 지워져서는. 한병을 다 마신 와인덕분에.. 얼굴액은 미우가 마신 와인 색에 가까워져 있었지만... 어쩐지 그런 미우의 모습이 윤호의 눈에는 더 친근해 보였다. 가시를 세우지도....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같지도 않은 지금 그녀의 모습이...
윤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위로 흘러내린 미우의 머리칼을 살짝 걷어주었다.
미인의 기준에 준하면... 분명.. 미인은 아니였지만... 알면 알수록... 어쩐지.. 지금은.. 미우가 사랑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다...
윤호는 피식 웃고는 미우의 머리에 베게를 고쳐 베어주었다. 그리고, 돌아서 일어나려는데... 미우가 윤호를 잡았다...그리고..
“.....가지마... 차태봉.. 이 나쁜놈아....... 가지마....”
미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태봉의 이름에.. 순식간에 미간이 찌푸려진 윤호는 다시. 미우를 내려다 보았다. 미우의 감은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잡힌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 잡힌 손에.. 다른 남자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닿았어도.. 차마 뿌리치질 못했다.... 태봉에 대한 질투심 같은 것 말고, 뭔지 복잡한 감정이 마구 뒤엉키는 것 같은 느낌에..지금 미우의 마음이 어떤건지.. 윤호는 알지 못했다.. 한번도.. 사랑이란거.. 해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미우의 마음이 어떤지.. 이렇게 술에 취에 우는 심정같은거...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뭔가.. 가슴위에.. 뭔가 무거운 것이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래서. 하다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릴 때까지..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하다가 돌아오고.. 윤호는 곧,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금까지 자신의 손에 흘러내렸던. 미우의 눈물은 어느새 증발해 버리고 없었지만.
윤호는 한참을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그 사람이 되줄 수 있을까? 당신한테?.....갑자기.. 자신이 없네.. ”
그리고, 쓸쓸히 창가로가 밖으로 보이는 피렌체의 야경을 내다보았다...
왠지.. 자신이 없었다... 미우의 마음에.. 태봉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 마음이 뭔지..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