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위대보다 전경들이 더 다쳤다?
폭력진압 책임 벗으려 부상자 부풀려
군·경력의 진압과정에서 다친 경찰은 146명, 여기에 31명의 군인이 다쳤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군·경은 이들이 “창이나 다름없는 시위대 죽봉에 얼굴을 찔리거나 맞아 중상을 입었다”, “병사들이 시위대를 맨 몸으로 막으려다가 당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행정대집행 때 부상한 민간인을 103명으로 발표했지만 이는 실제 부상자는 그 몇배가 넘는다”고 말해 왔다. 경찰이 폭력적 진압의 책임을 벗기 위해 경찰의 부상은 침소봉대하고 정확한 부상자 집계가 쉽지 않는 시위대 쪽의 피해는 축소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평택 국가폭력·인권침해 진상조사단’(단장 이상수·한남대 법대 교수)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조사한 민간인 부상 피해를 공개했다. 이날 조사결과만으로도 120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자도 23명에 이르렀다. 방패나 곤봉으로 얼굴과 머리를 찢긴 경우까지 포함하면 85명에 이른다고 진상조사단은 밝혔다. 수치만으로 군·경보다 시위대 쪽의 피해가 컸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양상은 이미 진압 현장에서도 확인됐었다. 단지 정부와 주민쪽, 언론매체에 따라 인식과 보도의 시각이 달랐을 뿐이다. 국방부가 애초 비무장 군병력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행정대집행 당시 이미 곤봉을 들고 있었으며, 경찰도 경찰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진압방식인 ‘토끼몰이식’ 작전을 구사했다는 사실은 <한겨레> 등 극히 일부 언론에만 보도됐다.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위원인 김해성 목사는 “해당 주민들의 동의나 설득에 실패한채 국책사업이란 명분만을 내걸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권력 행사는 곧 국가폭력”이라며 “시위대가 폭력시위로 처벌을 받는 만큼 폭력으로 이를 막은 경찰이나 군도 응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 외부단체가 주민들 배후 조종한다?
삶터 지키려는 주민이 ‘연대’ 요청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일부 단체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 지역주민들을 선동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윤 장관이 지적한 단체는 이른바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다. 지난해 1월 결성된 이 연합단체에는 현재 1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사자인 팽성 주민대책위원회와 평택대책위원회는 물론 녹색연합에서 범민련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시민사회단체는 모두 참여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팽성주민대책위 정만식(40)씨는 “외부단체의 가세는 미군기지 때문에 고통받고 외롭게 싸우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살아온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에게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대추리 사태를 계기로 미군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하려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주민들의 자발적 동의가 없다면 이렇게 커졌겠냐”고 되물었다. 최 총장은 “대추리 사태에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은 갈등해소 능력이 없는 정치력 부재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생계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에 대한 대안제시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3. ‘주한미군 철수’ 반미 주장?
기지 ‘확장 이전’을 반대하는 것
군 행정대집행이 있기 직전인 지난 3일 박경서 주한미군대책사업단장은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대화에 나선 범대위 등이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을 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대위 등이 실제 그런 주장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적은 없다”고 정정했다. 근거없는 말을 했다가 이를 거둬들였지만, “범대위가 미군철수를 주장했다”는 얘기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진보세력이나 주민들을 향한 이념적 공격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주민 한승철(51)씨는 “주민대책위의 요구는 미군철수가 아니라 확장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도두2리 이장 이상열(62)씨는 “미군기지 철수를 바라지 않는다. 50년간 미군기지로 인한 소음과 환경피해를 겪어도 정부가 있기 때문에 괴로움을 참아왔는데 정부가 이제와서 너무 심하게 삶을 터전을 빼앗는데다 내 땅이 자칫 미국의 전쟁마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미군기지 이전을 결사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재 범대위 정책위원장은 “범대위에 여러 목소리가 있지만 공식입장은 확장이전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를 ‘미군 철수 요구’로 매도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과 한반도 평화가 걸린 미군기지 확장문제를 이념적 문제로 변질시키려는 악의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4. 주민들 보상금 두둑히 받아 ‘백만장자’?
시가 보상하면서 웃돈 준 냥 곡해
국방부는 지난 3일 “반대 주민들의 보상금이 평균 6억원이며, 10억원 이상 백만장자도 21명”이라며 “이들이 ‘생존권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민대책위 주요 핵심 간부들의 보상금은 평균 19억2천만원에 이른다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택균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힘들게 간척해 만든 땅을 우리가 언제 팔겠다고 말했느냐”며 “우리를 보상금이나 노린 땅 투기꾼으로 모는 국방부 처사가 졸렬하다”고 반박했다. 또 주민들은 “도두2리에서 실제 농사짓는 68가구 중 26가구는 집만 있는 소작농으로, 이들 중 11가구는 3000만∼8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쫓겨났는데도 국방부가 이런 사실은 감췄다”며 분노했다. 또 주민대책위 간부 15명 중 12명은 1인당 평균 1억원꼴인 12억여원의 농가부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시가로 보상하면서 마치 정부가 웃돈으로 선심을 쓰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살아온 터전에서 그대로 살며 농지를 지키겠다는 주민들을 국방부가 돈에 눈이 먼 사람들처럼 묘사해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추리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닌데도 국방부는 마치 모든 절차를 정당하게 끝냈는데 주민들이 무리하게 버텨 문제가 발생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추리 사태의 근본 원인은, 갈등의 책임을 주민들에 돌리며 강압적 공권력을 행사해 주민들을 진압한 데 있다”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 김기성 이재명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