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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인은 사기꾼 스타. (40)

새끼손가락 |2003.01.06 02:56
조회 686 |추천 0

"어! 미진씨!"

 

같은 좌석에 앉아 있는 스텝 중에 한 사람이 입구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동민은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미진이었다. 벌써 한잔 마시고 오는 길인지 미진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 되어

 

있었다. 입구로 들어오던 미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동민이 앉아 있는 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 앉아 있는 사람과 눈인사를 나누는 듯 하더니 좌석을 쭉 둘러보았다.

 

미진의 시선이 동민에게 멈추었다.

 

"여... 미진씨 오랜만이네. 그 동안 더 예뻐진 것 같은데..."

 

우 감독과도 친분이 있는지 감독이 반가운 듯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예... 안녕하셨어요. 감독님... 오랜만에  뵙네요."

 

동민을 보고 있던 시선을 감독에게 돌리며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오랜만인데 뭐 급한 일 아니면 같이 한잔 하지?"

 

감독이 합석을 제의했다. 미진은 감독의 말을 듣고는 동민에게 다시 시선을 돌려보았다.

 

동민은 다른 곳을 보며 미진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감독님. 일 문제로 얘기할 것들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언제 제가

 

한번 모실게요."

 

미진은 자신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동민의 뜻을 알았는지 합석 제의에 거절을 하고는

 

일행과 함께 다른 테이블로 갔다. 동민은 미진이 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예전과는 달리 그녀에게 나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승희는 미진이라는 외침소리에 마주하고 있던 작가와 다른 배우들의 코디들이 돌아보기에

 

그녀도 따라 미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생각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미진. 미진. 어디에서 들어봤는데... 어디에서 들었더라...'

 

승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진을 보았다. 어디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그런 외모였고 어딘지

 

모르게 도도함까지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미진이란 여자의 시선이 동민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승희의 눈에 들어왔다.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동민을 돌아보았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채 애써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둘 사이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제가 한번 모실게요."

 

승희는 일행의 뒤를 따라 다른 테이블로 가서 앉는 미진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어깨에 힘이 빠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승희는 조심스럽게 다시 동민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허탈감과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동민의 시선도 미진이라는

 

여자의 뒷모습에 가 있었던 것이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좋지 않아 자제하고 있던 승희는

 

한번에 술잔을 비워버렸다. 술이라도 마시면 자신에게 느껴지는 허탈함과 답답함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벗어나기는커녕 두 사람에 대한 생각과 의문들로만

 

더해갔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것들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승희는

 

속이 안 좋은 것도 잊어버린 채 애써 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맞춰

 

한 잔 한잔 술 잔만 비워갔다.

 

감독과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술을 마시던 동민은 승희가 궁금해졌다. 혹시나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혼자서 외톨이 신세로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승희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승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분명 웃고

 

있는데 그녀의 눈빛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저 녀석...'

 

동민은 힐끔 힐끔 조심스럽게 승희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가도 표정이

 

어두워지는 승희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저 녀석. 잠을 못 잤다며 아침 내내 축 처져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분명 어제의

 

일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동민은 자신도 모르게 승희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술을 마셨을까 승희의 속은 뒤집어 질 것만 같았다. 승희는 조용히 좌석에서 빠져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를 잡고 한참을 씨름한 후에야 속이 가라앉았다. 그렇게 속이 가라앉은

 

승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변기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심호흡을 하면서도 동민과 미진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쉽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 알아서 뭐할 건데... 잊자. 그냥 잊어버리자...'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마음을 잡으려 하는데도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승희는 답답한 마음에 전화 통화라도 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아 휴대폰을 꺼내 경희의 번호를

 

눌렀다. 그때 화장실 안으로 몇 명의 여자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용히 심호흡을 다시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한 여자가 말을 꺼냈다.

 

"미진 선배 아까 얼굴 색 변하는 것 봤니?"

 

"어 봤어. 동민씨가 일부러 피하는 것 같던데... 미진 선배 정말 안돼 보이더라..."

 

"너도 그렇게  봤니? 야... 정말 안돼 보이더라. 미진 선배 동민씨 하고 일할 때 얼마나 잘했냐?

 

동민씨 일이라면 발 벗고 뛸 정도였잖아. 저 두 사람 왜 저렇게 된 건지 정말 모를 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 참 보기 좋았는데... 동민씨도 동민씨지만 미진 선배 배경이 얼마나

 

좋냐? 내가 배우였다면 미진 선배 같은 사람 어떻게 해서든지 꽉 잡았을 텐데... 떠도는

 

말로는 동민씨가 미진 선배하고 같이 일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 같던데...정말 모를 일이야."

 

'그래 미진. 서 미진. 알아주는 코디네이터. 그리고... 우리 회사... 사장의 동생."

 

승희는 그때서야 미진에 대해 기억이 났다.

 

'훗 그래 맞아. 서 미진. 그녀가...그녀였구나."

 

승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진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완벽하다 할 수 있는 외모에 배경

 

까지... 승희는 여자들이 나갈 때까지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녀들이 나가고 나서도

 

조금 뒤에야 화장실 안에서 나왔다. 안에서 나온 승희는 세면대에 걸려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미진의 모습에 비해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몸에 남아 있던 조금의 힘마저 빠저나가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더 생각을 해 봤자 자신만 더 초라해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화장실에서 나온 승희는 바람이라도 쐴 겸 입구를 찾았다. 주차장이라는 글자와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팻말이 보였다. 뒤쪽에 있는 입구 인 것 같았다. 승희는 그쪽이 혼자서

 

바람을 쐬기에는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웠다. 그런데 입구 쪽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인 듯

 

보였다. 여자가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승희를 보지 못한 듯 했다.

 

어두웠고 조금 멀리 있었기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승희는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뒤로 돌아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갔다. 그런데

 

몇 걸음도 채 가지 못해 승희는 그 자리에 멈춰서야했다. 몇 걸음 나아가던 승희의 귀에

 

다정하면서도 부드럽게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동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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