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신 하금성 사장님께
보내주신 3월27일자 편지를 진작 받고도 회신이 이렇게 늦어져 죄송합니다.
그 동안 저는 변호사 없이 상고심(上告審)을 준비하느라고 좀 바쁜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이 단계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준비한다 해도 돈은 돈대로 들기 때문에 내가 법전을 보아 가면서 우선 지방법원 판사와 검사가 해석한 법이 이 사건에 맞지 않게 해석되었다는 것을 알리려고 재심할 수 있는 허가를 해 달라는 신청서 제출이었습니다. 이 청구 신청도 법적 이유를 들어야 하므로 미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이 신청이 허가되면 제가 반박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서광이 있다는 의미가 되며 그 이유를 합법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으로 상고심을 준비해야 합니다. 법을 해석하는데 판사와 검사는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끔 해석하기 때문에 나도 피고인으로서 내 쪽에 유리한 점을 법에서 찾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허가신청이 기각이 되면 앞으로는 법적으로 싸울 길도 막혀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잘 되기를 함께 기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하사장님의 저를 향한 정성에 매우 고무되어 있습니다. 하사장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저는 결코 외롭지 않은 투쟁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도 많은 수고를 해 주셔서 ‘경제풍월’에 긍정적인 기사를 실을 수 있게 해 주신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편지에서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훌륭한 친지들이 미국의 친구들에게 로버트 김의 선처를 호소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번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기해서 저는 사면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사면해 달라고 미국정부에 말씀만 해 주시면 미국정부에서도 그 사면의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준비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일정과 사정에 의해서 제 문제를 거론되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한국에서는 로버트 김이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거론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내 사건과 비슷한 사건으로 연루되어 있는 미국시민이 이스라엘을 돕다가 철창생활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스라엘 수상과 국민들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끊임없이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와 한국 정부는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 왜 동포적인 견해로 보는 것이 다를까요. 이스라엘에서는 Pollard가 미국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이스라엘 동포라고 해서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미국시민권자라고 해서 무관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은 스스로 이스라엘보다 못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까닭일까요.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기해서 김대통령이 부시대통령에게 쓰는 편지와 사면심사위원회에 내는 편지까지 기안해서 준비해 드렸습니다. 시간이나 기회가 안 되면 그 편지에 사인을 해서 전하기만 하면 될 수 있도록 해 드렸는데 그것을 못했습니다.
방미 시 물론 다른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요. 나의 경우는 미국 방위에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정부 대표가 말 한 마디만 해도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이 대한민국을 진실로 우방국이라고 생각하고 한반도에 관한 정보만이라도 서로 공유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사건은 민주와 공산의 이념 차이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졌고 한반도가 통일이 되었다면 내가 이곳에 들어와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내가 내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저지른 일도 아니고 미국이 방위에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협조한 것인데 이 나라에서는 나를 한국에서 보낸 첩자로 인정하면서 종신징역으로 기소했던 것입니다.
그때 대한민국에서 그것을 부인만 했어도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죄지은 범법자처럼 관계자를 소환해 버리고 미국 사법부에 말 한 마디 안하고 있었으니 모든 죄를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죄를 혼자 질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었습니다. 공모자 없는 공모죄가 있을 수 있습니까.
어떤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는 나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미국에 귀화했으면 미국을 위해서 살아야지 미국을 배반하면서 살면 안 된다고 하면서 미국사법부에 대해서 나를 용서하지 말라고까지 하면서 신문에 냈습니다. 내가 미국을 배반한 것이 아니고 한미간에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서였는데 그 사람도 검사가 하는 말만 듣고 저를 질책했습니다.
그 분이 보는 조국관도 그 분한테는 일리(一理)가 있겠지만 나는 퇴직을 앞두고 조국인 한국을 위해서도 내가 배운 것을 가지고 이바지할 계획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한국 사정을 알려고 하다 보니 한국에 유익할 만한 것을 보내게 된 것이지 내가 한국을 남의 나라라고 생각했으면 왜 내가 관심을 가졌겠습니까.
저는 미국 정부 일만 25년 이상했으며 그 중 24년을 정보계통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19년을 해군 정보국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국방기밀에 해당되는 것인지도 알만 합니다. 지면을 통해서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으로 줄이겠습니다. 하여튼 저는 부당하게 언도된 셈이지요.
이곳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도 죄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조국을 위한다는 열정도 식어지고 있으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 국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몸으로 출감해서 가족과 함께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내 일생의 행복해야 할 시간은 철조망 안에서 다 보내고 있습니다.
나와 내 처의 환갑날, 아들딸들의 결혼식, 자식들의 대학졸업식, 자식들의 대학졸업식, 학위 수여식, 손자들의 출생과 돌날 등 이 모든 인생의 기쁨이 되는 순간들의 잔칫날을 이곳에서 주는 감옥 식사로 잔치상을 대신해야 했습니다. 이것도 나만의 불행이 아니고 온 가족의 불행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우리 집안 3대가 맞이하는 비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이 사건으로 졸도하신 저의 부친께서 이제 치매현상을 갖게 되어 그의 거동이나 생활을 전부 타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당신을 내가 장자로서 그의 생전에 뵈올 수 있고 또 그의 임종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의 현재 지상(至上)의 바람입니다.
하사장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사장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우리 조국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면 우리 조국도 일등국가가 되고 일등국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도 교과서를 자기 마음대로 수정 출판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도 한국에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서 SOFA 문제도 평등하게 조인될 것입니다.
철조망 안에서 보는 저의 눈에는 우리 대한민국은 왕권정치(王權政治)인지 인재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정책수립에서부터 집행까지 관할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조국의 번영을 위해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일꾼들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정치인들도 입안을 할 때 오류인지 알면서도 당략에 따라 동조해야 하는 오류를 타의에 의해 범하고 있으니 우리 나라의 정치는 발전이 없고 결국 당파싸움의 연결로 초지일관하는 것 같습니다.
조국의 앞날을 생각하신다면 그들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데도 앞을 못 보고 시간과 세금을 낭비하고 있으니 열이 납니다. 하나님을 무서워하는 겸손한 국가 지도자들이 많이 나서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한낱 나의 노파심일까요.
끝으로 하사장님께서 애써 주시고 또 염려와 격려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귀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에 하나님께서 은총 내리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2001년 4월 12일
Robert C. Kim
**위의 "로버트.김"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조국은 그를 돌아보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뜨거운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조국이 조국에 대한 희생을 외면할 때
누가 조국을 위해 희생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