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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돈앞에 형제도 없나봅니다.

fomzy |2006.05.24 14:28
조회 351 |추천 0

저희 아버지는 5남매중 큰아들이고 따라서 제가 장손입니다.

드라마나 주변 소문에서만 듣던 재산다툼.. 있음직한 일이지만

우리집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고, 객관적입장에서 누가 한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해서 글 한번 올려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살아계실때 재산을 모두 나눠주시고

마지막 산 하나 남은거도 원래는 큰아들에게 주는 거였는데

형제들이 나눠달라고 한바탕 난리를 쳐서(정확히 말하면 둘째 작은집) 

아버지의 동의아래 돌아가시기 전에  

산을 팔아서 남는 돈을 쓰시고 남는 돈을 정확히 나눠 갖는걸로

유언장 비슷한걸 쓰게 되었습니다. 이때 난리만 안 쳐도 아버지는

남은 돈 형제들하고 나눠주실 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큰아들이어서 다른 형제보다 재산을 더 받은것은 사실이나

얼마 안되는 재산이고 형제가 많은 집이라 그동안 아버지는

큰 아들로서의 삼촌들도 서울에서 대학보내고 틈틈히 시골농사도 도와드리고

제 역할을 다하시는것을 어릴적부터 보아왔습니다.

할머니 편찮으시고부터는 서울에 모시고 와서

같이 살고 있다 얼마전 할머니는 돌아가셨구요..

 

문제의 시작은 대학졸업(조금 늦은 나이에)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장손인 저의 결혼식을

하는 문제였는데, 동갑인 여자친구가 집에 들락거리며 어른들께 인사하고

놀러오는것을 보시더니 얼른 결혼시키라고 할머니가 재촉하셨지만

어머니는 돈이 없어서 지금은 안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특별히 나 장가 좀 보내주라고 요구한 적도 없으시구요...

 

사실, 저희 아버지가 전세자금 부담해 주실만한 재산은 없으시거든요...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왜? 산 팔아서 보내면 되지.." 하시며

얼른 보내주라고 하셨습니다. 몇번을 그러다가 어머니도 안되겠는지

저는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던 저였지만

바로 날도 잡게 되었고 서울의 괜찮은 전세집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 제 복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무사히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 즈음에 할머니의 병세는 악화되어

결혼 후 한달여만에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물론 할아버지는 건강하시구요...

제 결혼식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심상찮았던것은 산을 팔은 것을 알고있고

그 돈으로 집 얻어준다는걸 알고있던 작은 아버지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형제가 다 그런것은 아니었고 아버지 바로 밑의

작은아버지와 숙모가 주도적으로 형제들을 동요한듯 싶습니다.

 

문제가 터진것은 할머니 장례식 끝나고 바로 였습니다.

주변에선 이렇게 우애가 좋은 형제가 없다는 칭찬 일색이었으나

저는 속으로 민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장례식 끝나고 제가 특별히 집들이도

못했고 지나는 길에 저희집에 작은아버지들과 아버지가 들를 일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우애좋다고 칭찬을 받던 형제들은 돌변했습니다.

"왜 허락도 없이 산 판 돈으로 집 얻어줬느냐?"

"막내는 더 형편없이 사는데 손자한텐 왜 더 좋은걸 얻어준거냐?"

정말 칼부림 날 뻔한 상황 직전까지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실 학교를 다닌적도 없고 글도 모르셔서

그동안 할머니가 모든 집안 살림을 도맡으셨지만 그렇다고 치매에 걸리시거나

정신이 없으시진 않으신데 작은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거의 산송장 취급하면서

무시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내가 얻어주라고 했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셔도

듣는둥 마는둥이었습니다.

그날 아버지와 저 그리고 엄마 모두 펑펑 울었습니다.

마음 약한 분이시긴 하지만 아버지 우는 모습 처음 봤습니다.

 

정말 돈 앞에 형제도 없고 부모도 없다는 말을 절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남는 돈을 나누기로 했으므로

아직까지는 할아버지가 재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시는데

안하무인 격으로 아버지에게 왜 자기들 허락도 없이 맘대로 썼냐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것 같은데 전혀 말이 먹혀들지가 않더군요.

왜 손자가 막내아들보다 더 비싼집 사느냐하는것도 말이 안되는게

유산 나눠준지 상당히 오랜 시간 지났고 월급도 아버지보다 많이 버는데

집을 사기보다는 있는걸로 재미나게 쓰고보자는 우리집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는 분이라...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말이 딱 여기에 맞지 않나 싶습니다.

 

전에 땅이랑 나눠주셨을때 땅 받은 작은아버지들은 부모님 살아계신데

낼름 팔아갔지만 아버지만은 생전에 팔거나 하는 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눈앞에서 팔아가면서 용돈 한푼 주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동안 할머니 입원해 계실때는 제대로 찾아뵙지도 않더니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니

환멸감이 들더군요. 더군다나 시퍼렇게 살아계신 할아버지는 완전 병신취급하면서

저 노인네가 뭘 알겠느냐는 식으로 말하는데 정말 뒤집히는줄 알았습니다.

 

대개 이런 문제가 생기면 큰 집은 죽일놈이고 나머지 형제들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소문이 도는데 지금의 경우에도 과연 그럴 수가 있는지 좀 말해주세요.

 

저야 어디까지나 수혜자이고 나이도 어려서 조용히 있는게 여러모로 좋겠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한 우리 아버지 속이라도 좀 풀어드리고 싶어서 가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솔로몬의 심판같은 프로그램에 보내서 누가 잘못한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객관적으로라도 판단받고 싶습니다.

 

맘약한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자기땅 팔아서라도 전세금 받은거

형제들한테 나눠줄 생각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이런 문제로 맘상하느니

그냥 나눠주고 해결하는게 낫겠다 싶으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눠준다고 안좋아진 형제우애가 돌아올리는 없을거 같고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을것 같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추석에도 가족들은 오지 않았고

할아버지 생신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그렇게 돈이 아쉬워서 못 살겠으면

일단 재산의 결정권 갖고 계신 할아버지 찾아뵙고 어려우니 좀 도와달라고 하면

주실지 누가아냐 말씀하시는데 힌트를 받고도 제대로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잘 모시고 사는 큰집만 몹쓸 사람 만드는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할아버지한테 잘 보여서 돈 빼먹을려고 알랑방구라도 끼면 그나마 봐주겠지만...

 

처음엔 아버지가 거의 병원 입원 직전까지 건강이 안좋아지셨는데

지금은 지난 명절에 가족들 잠깐 얼굴 비치고 가고

시간이 지나서 조금 괜찮아지시긴 했지만 여전히 암 덩어리처럼 마음에 남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정말 우리아버지, 어머니 불쌍합니다. 어린시절에 나랑 동생 못먹여가면서

월급아껴서 학교보내고 식구들 먹여살렸는데, 여태까지 여름휴가 한번 제대로

못가고 농사도와드렸는데(가족끼리 여름휴가 간 기억이 없습니다)

명절이면 엄마혼자 음식준비 다 사가고 생신이면

빠짐없이 시골내려가서 생일 차려드렸는데 이런 경우 당하니 참 울분이 치밀어 오릅니다.

예전에 작은 엄마는 어떤 마인드였냐하면, 명절에 가족들이 먹는거 큰집에서 다 준비하는게

당연하다는 식입니다. 왜냐하면 그 얼마 안되는 유산을 받을거니깐 병원비도 다 대고

음식도 다 대라는 식이었는데 지금 와서 그러면 초난감입니다.

 

아무튼 저는 앞으로 쓸데없는 가족관계에 낭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혼하면서 색시가 잘 보인다고 안해도 되는

예단비로 작은집들에 돌린것만해도 몇백만원인데 아까워 죽겠습니다.

 

나중에 애를 낳더라도 아들 많이는 안 낳을것 같고

낳더라도 큰 아들은 절대권력을 줄 겁니다. 대신 큰아들의 의무는 확실히 대우도 확실히...

 

이런 일이 있은 후 느낀건데,

정말 부모님한테 잘해야겠다, 부모님한테 올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도움같은것을 떠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잿밥에만 마음갖는 X새끼는 되지 말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아버지 너무 안됐어요. 억울해서 어떻해...

어떻게 좀 위로해드리면 좋을지 아직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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