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영아, 이것 좀 봐.”
준희의 얼굴은 아이러니 하면서도 겁이 먹어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준희가 주는 편지를 받았다.
“왜, 뭐가 이상해?”
“그 구석에 젖은 쪽 봐봐.”
분명 거기에는 ‘왜 날 기억 못해’하고 적혀있었다. 이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문구일까. 나는 서둘러서, 내 가방에 들어있는 같은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물방울을 봉투 위에 떨어트렸다. 서서히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나를 생각해 본적은 있니.”
나를 생각해 본적은 있니? 정말 이거 누구의 짓일까. 설마, 누군가가 써 놓은 버스의 낙서가 아니 였을까라는 의문도 생겼다. 준희에게 나의 편지 봉투를 건네 주었다.
“뭐야, 자기를 생각해 본적은 있냐고? 누구지? 정말?”
“준희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나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였다. 얼굴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나는 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거울 위에 전등이 깜빡깜빡 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이 꺼졌고,
나는 순간 어두워진 곳에서 무서워서 몸이 굳어 버렸다. 잠시 후 바로 불이 켜졌다.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순간 나는 놀랬다. 내 눈이 잘 못된 줄 알고 눈을 막 비벼댔다. 아무리 비벼보아도, 그건 내가 아니었다. 거울 속에 있는 나는 누구지? 나는 거울 속에 다른 나를 보면서 얼굴을 만지작 만지작 해보았다. 오똑한 콧날, 큰 눈, 작은 얼굴 왜 내가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
이건 내가 아니잖아. 그때였다.
“아!.......”
나도 모르게 온 고통으로 입에서 고함을 질렀다. 나는 고통이 느껴지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손목이었다. 갑자기 깨끗한 손목이 점점 붉어지더니, 조금씩 조금씩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금새 피가 나오는 속도는 빨라졌고, 분수대처럼 뿜어져 나왔다. 나는 너무 놀라 말을 안 듣는 손을 마구 흔들었다. 거울은 물론 화장실은 피범벅이 되었다. 점점 숨이 차오른다. 눈이 졸린 듯 무거웠다. 나는 눈이 감겼다.
“신영아! 신영아!”
내 귓속에 조그마한 소리가 막 들려온다. 얼굴이 따끔거린다. 얼굴에 물이 뿌려졌고 나는 순간 눈을 떳다.
“헉~헉~헉~”
눈을 떠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다. 준희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신영아, 괜찮아?”
“으응…”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준희의 부축으로 나는 내 방까지 잘 올 수 있었다. 준희는 아직도 걱정이 되었는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신영아, 내가 너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다고.”
“그랬어?”
“왜 갑자기 쓰러진거야? 어지러웠어? 너 빈혈도 없잖아.”
“있잖아, 준희야 내가 다시 정리 되면 그때 말해 줄게, 아직은 아니야.”
준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하는 듯 쳐다 보았지만, 나를 이해하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준희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아까 내가 화장실에서의 상황들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왜 내가 정말 처음 보는 여자의 얼굴로 바뀌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을 해보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나는 학교로 향하였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내 자리를 바라보았다. 수린이가 먼저 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나는 수린이에게 물어 볼 것이 많이 있다. 그 날 아저씨가 사고 났던 그날. 나의 실수를 말해 주었던 수린이, 이 아이는 무언가 이 비밀을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왔어?”
“응… 빨리 왔네… 수린아 뭐 좀 물어 봐도 되?”
“미안 조금 있다가 물어봐 줘.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어서.”
수린이는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먼가 이상함을 느꼈다. 수린이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는 책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린아. 뭐해?”
“책 읽어.”
나는 속으로 설마 하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아무것도 안 써있잖아.”
“몰랐어? 나 앞 못 봐.”
설마 했던 나의 추측이 맞았다. 하지만, 정말 신기 한 것은 보통 얘들이랑 똑같이 생활하고 필기도 받아 적는 이 아이, 정말 앞을 못 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야?”
“아니,”
“그럼 사고?”
“아니.”
“그럼”
“누가 날 못 보게 만들었어.”
“무슨 말이야?”
“나 중학교 때, 내가 다른 얘들이 가질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이 가질 수 없는 것?”
“난 약간의 예지력이 있어,”
예지력이라면,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것? 그럼 그때 나에게 실수 했다는 말도 그 예지력으로 본 것일까? 나는 수린이가 무섭기 보다는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래서 그 날도….. 근데 누가 널 못 보게 만들어 버린 거야?”
“같은 반 아이가, 수학시간에 나 재수 없다고 컴퍼스로 내 눈을 긁었어.”
나는 숨이 멎을 듯했지만, 수린이는 전혀 꿈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를 보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원래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은 눈이 이상하고 그런데 말이다. 보통사람들과 같아 보였다. 오히려 더 예뻐 보였다. 아직 한쪽 눈의 시력은 약하게 남아있어서 활동하는 데는 아직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린이는 내가 가진 이 능력을 다른사람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였다. 근데 이 아이 왜 나에게는 그런 말을 하는 것 일까. 그때였다.
“오늘이야.”
“뭐가?”
“오늘 우리 반 싸움을 막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