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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11화> 오페라

바다의기억 |2006.06.02 01:07
조회 17,457 |추천 0

오늘 모의고사 치신 분들

 

결과는 잘 나오셨나 모르겠습니다.

 

혹여 성적이 잘 안 나와도

 

너무 낙심하진 마세요.

 

노력하는 자에게 빛이 있나니.

 

================= 그래프로 그려서 벽에 붙이면 효과 만점 ===================

 

 

신입생들의 등장으로 한 때 시끌했던 연극부도


어느새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당분간 공연 계획도 없는


한가로운 3월 말...


한동안 조용하다 싶던 안군이


활동을 재개했다.



안군 - 민아야.


민아 - 네, 무슨 일이세요?



나와 민아가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수작을 걸어오는 안군.


과연 그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안군

-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라트라비아타 있잖아. 보러 갈 거야?



민아 - 예? 아~~ 물론 보러 가야죠.



안군

- 괜찮으면 같이 갈래?


아버지가 표를 몇 장 가져다 주셔서...



민아 - 네? 음.... 그치만....



잠시 말끝을 흐리며 나를 돌아보는 그녀.


눈치를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내 입장은 확고했다.



기억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둘이 같이 보기로 약속했거든요.


다른 분이랑 가시는 게 나을듯하네요.



안군

- 호오, 그거 의왼데?


기억이 네가 뮤지컬 공연을 다가고?



기억

- 저라고 못 갈거 있겠습니까.


뮤지컬이 뭐 대수라고...



안군

- 흐음.... 그런데 이걸 어쩌나?


라트라이아타는 뮤지컬이 아니라 오페라인데.


정말 둘이 보러 가기로 한 것 맞나?



..... 젠장.


아무튼 안군이고 한나고


사람 떠보기 하나는 선수급이다.


꼼짝없이 올가미에 걸린 난


잠시 할 말을 찾아 궁리하다


눈치 볼 것 없이 강행돌파하기로 결심했다.



기억

- 사람이 적당히 하고 빠질 줄도 알아야죠.


뮤지컬이고 오페라고 간에


선배랑 같이 보러 갈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안군

- 난 민아한테 물어봤는데


왜 네가 그렇게 열을 내냐?



기억

- 당연히 제 여자친구니까요.


오페라를 보여줘도 제가 보여주고


뮤지컬을 데려가도 제가 데려갑니다.


선배님은 신경 끄셔도


하등의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만...



민아 - 기, 기억아...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험해진다 싶었는지


민아가 내 어깨를 뒤로 당겼다.



안군

- 흠... 사람의 호의는 그냥 호의로 받아들여야지


괜한 일에 고집을 내세우는 것 같네.


서로 기분 상할 일도 아닌데 말이야.


두장 줄테니까 민아랑 같이 갈래?



기억 - 분명 됐다고 말씀....


민아

- 기억아, 그만 해.


죄송해요 안군오빠, 나중에 다시 사과 드릴게요.



기억 - 아니, 잠깐 좀 가만 있어봐. 내가...


민아 - 아냐, 아냐. 가자, 기억아...



난처한 얼굴로 소매를 잡아 끄는 민아 탓에


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했지만


기분 같아선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실실 웃으면서 사람 속을 있는 대로 긁어놓는


짜증 플레이의 극한.


늘 얼굴 성히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안군이 안 보이는 건물 반대편까지 날 끌고 간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민아 - 갑자기 왜 그래~.


기억 - 당연하잖아? 공주한테 찝쩍대는 게 보기 싫으니까.


민아

- 찝쩍대기는 누가 찝쩍대?


그냥 공연구경 같이 가자고 한 거잖아?



기억

- 그래, 남자친구 있는 여자한테


술 마시자고 하면 그냥 술 마시자고 한 거고


데이트 하러 가자면 그냥 데이트 한 번 하자고 한 거지.



민아 - .... 왜 그렇게 비꼬아서 생각을 해?


기억

- 후우... 그럼 지금 나보고 어쩌라고?


=아~네, 안 선생님. 두 분이 재밌게 보다 오십쇼~=


이러고 차라도 대령해다 드릴까?


아니면, 팝콘이랑 콜라라도 사다 줘?



민아 - 기억아!!


기억

- .... 아까도 말했지만


오페라를 보여줘도 내가 보여줘.


이제 그만 하자.... 더 화나려고 한다.



민아 - 기, 기억아~!



안군에게 쌓인 분이 덜 풀렸는지


난 그렇게 민아 앞에서도 험한 소리를 해댔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이렇게 말할 문제가 아닌데....



그날 집으로 돌아온 뒤


난 팔자에 없던 오페라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돌아온 엄청난 쇼크.



기억 - ...어, 얼마요?


예매처

- VIP석은 12만원, S석은 10만원, R석은 8만원이고요


A석, B석은 6만원, 4만원 입니다.



기억 - .... 무슨 차이가 나는데요?


예매처 - ....예?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기억 - 그러니까... VIP석이랑 B석이랑 무슨 차이에요?


예매처

- 이, 일단 VIP석이 무대에 더 가깝고요...


자리도 좀 넓고... 그렇죠.



기억

- 아...네, 잘 알겠습니다.


예매가 언제까지죠?



예매처

- 공연전까진 계속 받는데요,


VIP석 같은 경우는 금방 매진되죠.



기억 - .....네에...



안군이 지금까지 하는 꼴을 보면


B석 티켓을 가지고 생색내려 들리는 없고


보나마나 VIP아니면 S석일텐데...


아니, VIP석이 확실하다.



공연 티켓 한 장에 12만원.


6000원 하는 영화표도 좀 비싸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햄치즈베이컨슈퍼토스트를 꿈의 식사라 생각하는 나에게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금이었다.



무슨 공연을 1박2일 숙식 제공하면서 보여주나?


아니면 우주에 가서 보여주나?


둘이 같이 보려면 24만원 아냐?



뒤늦게 오페라 티켓의 위력을 깨달은 난


심각한 고민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요즘 통장 잔고도 아슬아슬한데...


이 일을 어떻게 한다?




다음날.


난 당장 오페라티켓 값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공연 날짜가 2주 밖에 안 남은 지금


월급 받는 알바를 찾을 순 없고


주급 내지 일당을 받을 일을 찾아야 하는데...



하루 일하고 3일을 앓아눕는 노가다는


현재 내 신체 상태를 고려할 때 무리고...


우는 아이가 경기를 일으킨다는 얼굴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도 무리고...


배달일이라도 해볼까?


하지만 그런 건 거의 월급제인데...



이곳저곳 가게도 돌아다녀 보고


수소문도 해봤지만 결과는 3일째 허탕.



사채라도 끌어다 쓸까...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며


과방 한 구석에 쭈그리고 있을 때


일전에 미팅에 참가했던 후배 김가가 내게 다가왔다.



김가 - ... 저, 선배.


기억 - ... 아... 잘 지냈냐.


김가 - 네, 선배님 덕분에...


기억 - 후우... 그거 다행이구나.



무슨 인공호흡기라도 단 것 처럼


한숨만 팍팍 나오는 판국에


녀석과 수다나 떨 정신이 없었던 난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애들이 몰려들 시간도 됐고...



어슬렁 어슬렁 과방 문을 나서려는 찰나


뒤에서 머뭇거리며 서있던 김가가 다급히 날 불렀다.



김가 - 저, 서, 선배!


기억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다음에 이야기 하면 안 될까?


내가 지금 머릿속이 심히 복잡해서...



김가 - 아, 알바 구하신다면서요?


기억 - ......!!



선행은 반드시 보답 받는다 했던가...


마치 흥부전에 나오는 까치처럼


Girl을 물고 남쪽으로 갔던 김가는


알바 자리를 물고 돌아왔다.




다가온 주말.


김가의 아버지가 계시는 놀이공원.


난 김가와 함께 그의 앞에 섰다.



김가父 - 아들한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기억 - ...


김가父 - ... 이정도일 줄은 몰랐네.



.... 결과는 참담했다.



김가 - 아, 아빠!


김가父

- 지금 일이 그렇게 됐잖니.


아무래도 애들이 오는 놀이공원인데


안내요원이 저렇게 사채업자 같이 생기면...



기억 - .... 잘 알겠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울면 안 된다 기억아...



학교 근처 주유소에라도 가볼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뒤돌아서는 나에게


김가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김가父

- 크흠.... 이거 참 일이 이렇게 되서 유감이긴 하네만...


자네, 다른 일 한 번 해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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