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의고사 치신 분들
결과는 잘 나오셨나 모르겠습니다.
혹여 성적이 잘 안 나와도
너무 낙심하진 마세요.
노력하는 자에게 빛이 있나니.
================= 그래프로 그려서 벽에 붙이면 효과 만점 ===================
신입생들의 등장으로 한 때 시끌했던 연극부도
어느새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당분간 공연 계획도 없는
한가로운 3월 말...
한동안 조용하다 싶던 안군이
활동을 재개했다.
안군 - 민아야.
민아 - 네, 무슨 일이세요?
나와 민아가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수작을 걸어오는 안군.
과연 그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안군
-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라트라비아타 있잖아. 보러 갈 거야?
민아 - 예? 아~~ 물론 보러 가야죠.
안군
- 괜찮으면 같이 갈래?
아버지가 표를 몇 장 가져다 주셔서...
민아 - 네? 음.... 그치만....
잠시 말끝을 흐리며 나를 돌아보는 그녀.
눈치를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내 입장은 확고했다.
기억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둘이 같이 보기로 약속했거든요.
다른 분이랑 가시는 게 나을듯하네요.
안군
- 호오, 그거 의왼데?
기억이 네가 뮤지컬 공연을 다가고?
기억
- 저라고 못 갈거 있겠습니까.
뮤지컬이 뭐 대수라고...
안군
- 흐음.... 그런데 이걸 어쩌나?
라트라이아타는 뮤지컬이 아니라 오페라인데.
정말 둘이 보러 가기로 한 것 맞나?
..... 젠장.
아무튼 안군이고 한나고
사람 떠보기 하나는 선수급이다.
꼼짝없이 올가미에 걸린 난
잠시 할 말을 찾아 궁리하다
눈치 볼 것 없이 강행돌파하기로 결심했다.
기억
- 사람이 적당히 하고 빠질 줄도 알아야죠.
뮤지컬이고 오페라고 간에
선배랑 같이 보러 갈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안군
- 난 민아한테 물어봤는데
왜 네가 그렇게 열을 내냐?
기억
- 당연히 제 여자친구니까요.
오페라를 보여줘도 제가 보여주고
뮤지컬을 데려가도 제가 데려갑니다.
선배님은 신경 끄셔도
하등의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만...
민아 - 기, 기억아...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험해진다 싶었는지
민아가 내 어깨를 뒤로 당겼다.
안군
- 흠... 사람의 호의는 그냥 호의로 받아들여야지
괜한 일에 고집을 내세우는 것 같네.
서로 기분 상할 일도 아닌데 말이야.
두장 줄테니까 민아랑 같이 갈래?
기억 - 분명 됐다고 말씀....
민아
- 기억아, 그만 해.
죄송해요 안군오빠, 나중에 다시 사과 드릴게요.
기억 - 아니, 잠깐 좀 가만 있어봐. 내가...
민아 - 아냐, 아냐. 가자, 기억아...
난처한 얼굴로 소매를 잡아 끄는 민아 탓에
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했지만
기분 같아선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실실 웃으면서 사람 속을 있는 대로 긁어놓는
짜증 플레이의 극한.
늘 얼굴 성히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안군이 안 보이는 건물 반대편까지 날 끌고 간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민아 - 갑자기 왜 그래~.
기억 - 당연하잖아? 공주한테 찝쩍대는 게 보기 싫으니까.
민아
- 찝쩍대기는 누가 찝쩍대?
그냥 공연구경 같이 가자고 한 거잖아?
기억
- 그래, 남자친구 있는 여자한테
술 마시자고 하면 그냥 술 마시자고 한 거고
데이트 하러 가자면 그냥 데이트 한 번 하자고 한 거지.
민아 - .... 왜 그렇게 비꼬아서 생각을 해?
기억
- 후우... 그럼 지금 나보고 어쩌라고?
=아~네, 안 선생님. 두 분이 재밌게 보다 오십쇼~=
이러고 차라도 대령해다 드릴까?
아니면, 팝콘이랑 콜라라도 사다 줘?
민아 - 기억아!!
기억
- .... 아까도 말했지만
오페라를 보여줘도 내가 보여줘.
이제 그만 하자.... 더 화나려고 한다.
민아 - 기, 기억아~!
안군에게 쌓인 분이 덜 풀렸는지
난 그렇게 민아 앞에서도 험한 소리를 해댔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이렇게 말할 문제가 아닌데....
그날 집으로 돌아온 뒤
난 팔자에 없던 오페라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돌아온 엄청난 쇼크.
기억 - ...어, 얼마요?
예매처
- VIP석은 12만원, S석은 10만원, R석은 8만원이고요
A석, B석은 6만원, 4만원 입니다.
기억 - .... 무슨 차이가 나는데요?
예매처 - ....예?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기억 - 그러니까... VIP석이랑 B석이랑 무슨 차이에요?
예매처
- 이, 일단 VIP석이 무대에 더 가깝고요...
자리도 좀 넓고... 그렇죠.
기억
- 아...네, 잘 알겠습니다.
예매가 언제까지죠?
예매처
- 공연전까진 계속 받는데요,
VIP석 같은 경우는 금방 매진되죠.
기억 - .....네에...
안군이 지금까지 하는 꼴을 보면
B석 티켓을 가지고 생색내려 들리는 없고
보나마나 VIP아니면 S석일텐데...
아니, VIP석이 확실하다.
공연 티켓 한 장에 12만원.
6000원 하는 영화표도 좀 비싸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햄치즈베이컨슈퍼토스트를 꿈의 식사라 생각하는 나에게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금이었다.
무슨 공연을 1박2일 숙식 제공하면서 보여주나?
아니면 우주에 가서 보여주나?
둘이 같이 보려면 24만원 아냐?
뒤늦게 오페라 티켓의 위력을 깨달은 난
심각한 고민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요즘 통장 잔고도 아슬아슬한데...
이 일을 어떻게 한다?
다음날.
난 당장 오페라티켓 값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공연 날짜가 2주 밖에 안 남은 지금
월급 받는 알바를 찾을 순 없고
주급 내지 일당을 받을 일을 찾아야 하는데...
하루 일하고 3일을 앓아눕는 노가다는
현재 내 신체 상태를 고려할 때 무리고...
우는 아이가 경기를 일으킨다는 얼굴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도 무리고...
배달일이라도 해볼까?
하지만 그런 건 거의 월급제인데...
이곳저곳 가게도 돌아다녀 보고
수소문도 해봤지만 결과는 3일째 허탕.
사채라도 끌어다 쓸까...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며
과방 한 구석에 쭈그리고 있을 때
일전에 미팅에 참가했던 후배 김가가 내게 다가왔다.
김가 - ... 저, 선배.
기억 - ... 아... 잘 지냈냐.
김가 - 네, 선배님 덕분에...
기억 - 후우... 그거 다행이구나.
무슨 인공호흡기라도 단 것 처럼
한숨만 팍팍 나오는 판국에
녀석과 수다나 떨 정신이 없었던 난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애들이 몰려들 시간도 됐고...
어슬렁 어슬렁 과방 문을 나서려는 찰나
뒤에서 머뭇거리며 서있던 김가가 다급히 날 불렀다.
김가 - 저, 서, 선배!
기억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다음에 이야기 하면 안 될까?
내가 지금 머릿속이 심히 복잡해서...
김가 - 아, 알바 구하신다면서요?
기억 - ......!!
선행은 반드시 보답 받는다 했던가...
마치 흥부전에 나오는 까치처럼
Girl을 물고 남쪽으로 갔던 김가는
알바 자리를 물고 돌아왔다.
다가온 주말.
김가의 아버지가 계시는 놀이공원.
난 김가와 함께 그의 앞에 섰다.
김가父 - 아들한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기억 - ...
김가父 - ... 이정도일 줄은 몰랐네.
.... 결과는 참담했다.
김가 - 아, 아빠!
김가父
- 지금 일이 그렇게 됐잖니.
아무래도 애들이 오는 놀이공원인데
안내요원이 저렇게 사채업자 같이 생기면...
기억 - .... 잘 알겠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울면 안 된다 기억아...
학교 근처 주유소에라도 가볼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뒤돌아서는 나에게
김가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김가父
- 크흠.... 이거 참 일이 이렇게 되서 유감이긴 하네만...
자네, 다른 일 한 번 해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