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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걷기【30】

쵸코쿠키 |2006.06.08 18:36
조회 1,142 |추천 0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서니.. 언제나처럼 근사한 차림으로 그가 바라본다.         
하긴.. 뭘 입은들 안그러겠어?         
"예쁘군.. 갑시다."         
그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손을 내밀며 갈 길을 재촉하지만,, 벌써부터 떨리는 가슴은 어쩔수가 없다. 
"휴~ 나 왜 이렇게 떨리죠? 당신 할머님 집 앞에서 쓰러지면 어떻해요."         
"쿡쿡.. 그럼 지난번처럼 들쳐 업고 들어갈테니 걱정말아요."         
"휴~ 퍽도 안심이 되는군요."         
샐쭉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지금 그가 내 옆에 있는데… 내 손을 꽉 잡아 주는데… 왜 이다지도 불안한걸까..?         
왜... 끝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홀로 걷는 기분일까…?         
고개를 들어 옆에서 걷고 있는 그를 확인하고..          
차갑다 못해 시린 손 끝을 녹이려,, 그의 온기를 찾아 힘주어 부여잡았다.         
         
         
         
유아는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도무지 믿기지도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저녁을 먹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정회장 내외와 거실에서 간단한 다과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리고.. 곧이어.. 정예후 사장이 왔다는 가정부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려,,          
쿠키를 입안 가득 베어물고는 얌전히 씹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선처리를 하다,,          
어떤 여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서는 모습에 목이 막혀 켁켁거리는 추한 꼴마저 보이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뱉어내고 싶었지만,, 다급히 차를 마시며 목 안으로 밀어넣었다.         
대체… 뭐지..?         
저 계집애는 또 뭐야?         
기분나쁘게도 매우 곱상한 그 계집을 위 아래로 훓어내리자,, 저도 당황했는지 나를 보는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할아버님, 할머님. 저 왔습니다. 그간 별일 없으셨죠?"         
"오냐, 어서오너라. 그런데 니가 연락도 없이 왠일이냐?"         
"예후야!! 그 계집은 왜 데려 온게냐?!!"         
회장 내외의 상반된 말이 들려오고…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계셨군요. 중요한 일이 아니시면 잠시 자리를 이동해 주시겠어요?"        
하!! 참나.. 손님?!!          
게다가 나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저 늙은 노부부에게만 얘길한다.          
흥!! 내 앞에선 말을 못하겠다 이거군..?          
약혼녀에 가까운 나에게 말이야…         
"안녕하세요 정예후씨..? 전 안보이시나 봐요? 인사정도는 하셔야 하는것 아닌가요? 우리사이에

말이죠." 
한쪽으로 비틀린 웃음을 짓고 그 계집을 노려보며.. 그에게 말했다.         
서로 맞잡고 있는 손이.. 상당히 거슬린다.         
"아 이런.. 제가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이제보니 천회장님 댁 손녀분이셨군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기.. 성함이..?"         
"천유아에요."         
능구렁이 같은 자식..!! 일부러 저러는 게 틀림없어!          
"아 예. 그렇군요. 천유아씨. 만나서 반가웠구요. 어쨌든 시급한 일이 아니시면 두분을 잠시 다른곳으로 모셔가도 괜찮을까요? 뭐. 천유아씨가 자리를 비켜줘도 상관없구요."         
하!! 정말.. 표정 관리하기 힘들게 만드네…         
"예후야!! 무슨 말을 그렇게 예의 없이 하는게냐?"         
"아뇨. 할머님. 전 괜찮아요. 그리고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죠. 아무래도 두분이 이동하시는 것보다 제가 빠져 주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요. 할아버님. 저 잠시 서재를 구경해도 될까요?"         
"흠, 그래. 그러려무나."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하는 길에.. 스치든 바라본 그 계집의 얼굴이..          
나로하여금 울화가 치밀게 만든다.         
이번엔 저 계집애 코처럼 수술을 해볼까..?         
흥!! 그나저나 정예후.. 너 실수한거야.         
나를 만만하게 본 실수…         
큭.. 여차하면 저 계집을 이용해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볼 수 있겠군..         
나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는게 저 계집을 위해 좋을텐데…          
어디.. 두고 보면 알겠지..         
         
         
         
"안녕하세요…? 한란아라고 합니다."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겉모습 뿐일지는 몰라도,, 할아버님은 꽤 인자해 보이신다.         
하지만.. 할머님은 여전히 어렵다.         
빤히 바라보시는 시선이.. 무섭기만 하다.         
"음.. 그래, 예쁜 아이로구나. 우선 앉거라."         
할아버님의 아이라 하시는 음성에… 기분이 묘해진다.         
친가쪽이든.. 외가쪽이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안계셨기에…          
그 말이 포근히 감싸 안는 것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         
"네. 감사합니다."         
"어휴!!"         
할머님은 할아버님이 곁에 계셔서인지 별다른 말씀은 안하셨지만..         
냉랭한 기운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하신다.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그러쥐고 불안한듯 움찔거리는 내 손 위로..

그의 손이 겹쳐지고..         
당당하게.. 또박또박 말하는 그의 음성이 들려온다.         
"저 76일후에 란아와 결혼합니다."         
"뭐?!!! 너!! 너!! 지금 뭐라고 그런게냐? 뭐라고?!!!"         
"어흠!! 자네, 목소리 좀 낮추게. 여기 귀 먹은 사람있나?"          
할아버님의 핀잔에 할머님은 입을 앙다무시고 또 다시 날 빤히 바라보신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라 허둥거리는데..          
"결혼 합니다.. 라고? 허락해 달라고 온 게 아니라 통보를 하러 온게로구나? 그래.. 네 나이가 올 해  

몇 인고?"         
다행스럽게도 출구를 찾았다.         
"올해 25입니다."         
"스물 다섯이라고? 흠.. 보기보다 많이 먹었구나… 기껏해야 스물 안팍으로 보이는데.. 그래. 이렇게 

말만 툭 던져놓고 칠십 육일 후에 결혼하려는 이유가 뭐냐? 혹시.. 아이라도 생긴게냐?"         
"할아버님!! 그런거 아닙니다."         
그조차 저렇게 당황하는데… 난 지금.. 머리 속이 핑핑 돌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럼..?"         
"당연히 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겁니다. 달리 무슨 이유가 필요한거죠? 전 성인이고 제 배우자를 제가.." 
"그만.. 알았다. 어디서 할 예정이냐? 양가 상견례도 해야할테고.. 혼수며 함이며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을텐데.. 시간은 충분한게냐?"         
"영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계집의 집안도 안 알아보시고.. 또!!"         
"자네는 좀 조용히하게. 그렇게 예후를 못믿나? 난 척보니 이 아이가 마음에 드는구만..그래. 자네가    
데리고 살 게 아니니 저 좋다는 사람과 시켜야지. 또 무슨 꼴을 보겠다고 이리 나서는가?!"         
"모르시는 말씀 하지도 마세요! 예후 너!! 나 좀 보자꾸나!!"         
할머님은 벌떡 일어서 방으로 들어가시고…         
"할아버님! 혼수나 함은 저희끼리 알아서 할꺼구요. 상견례에 관해서는 천천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할머님부터 뵙고 나올께요!"         
다소 신이난 듯 보이는 그는..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은 후.. 할머님이 들어가신 방으로 사라져 버렸다.
할아버님과 나만 남겨두고… 말이다.         
난.. 어쩌라고….         
         
         
         
"너!! 대체..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게냐?"         
"네. 제 정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멀쩡하거든요."         
"절대로 안된다!! 절대!! 내가 살아있는 한 절대!! 이럴 수는 없다!"         
"아니요. 할 수 있고, 전 할겁니다. 오늘 제가 란아와 인사드리러 온건 결혼을 알려드리기 위함이었고, 
최악의 경우 할머님이 안 오셔도 전 해요."         
"너.. 정말.. 정말..!!"         
"할머님도 인정하세요. 할아버님도 허락 하셨잖아요. 왜 제 인연이 아닌 사람과 자꾸 절 이어주시려 
하는 거죠? 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할머니."         
"유아가 네 인연일수도 있잖니!!"         
"아니요. 제 인연은 란아에요."         
"그래서! 너도 결국.. 네 삼촌처럼 집에서 일하던 천한 계집이랑 살겠다는거냐?"         
"말씀을 삼가해 주세요 할머니. 그녀는 천하지 않습니다. 제 집에서 일하던 여자도 아니고,,         
단지.. 제가 사랑하는 여자일 뿐입니다. "         
"흥!! 태생은 어디 가지 않는다. 잠시 데리고 노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결혼은 안돼!"         
"그렇다면 좋은 태생이란 어떤걸 말하는 거죠? 돈이 많고, 명예를 거머쥔 집안이요? 아뇨. 그런건 한  
인간의 태생을 놓고 왈가왈부할 만한 결정적 요소가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모든 걸 할머님의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하!! 그래서… 끝내 니 고집을 꺾지 않겠다는 게냐? 결국.. 너도 네 삼촌이랑 똑같구나."         
"아뇨. 사랑하는 여자를 택하는것에 있어선 삼촌과 같을지 몰라도 적어도 전.. 도망은 안갑니다. 내 집에서 당당히 그녀와 살아갈 겁니다."         
"그 아이와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         
"그럼.. 천유아와 결혼하면.. 제가 행복해 질까요? 앞날은 불보듯 뻔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되풀이   
하실 건가요? 여지껏 할머님께서 결혼 시킨 사촌들 중!! 어느 누가 행복한가요?! 서로 제각기 쉬쉬하며 다른 상대를 만나는게 할머님 눈에는 행복해 보이시나요? 할머님은!! 그래서 행복하셨나요?!!!"      
"너..너!!! 어떻게.. 니가 그런 말을!! 그래!! 난 행복했다! 적어도 날고 기는 집안끼리의 결합이 아니냐?!"
"그렇겠죠. 결국 할머님은 그게 중요하셨던 거죠. 그런게 행복인 줄 알고 사셨으니까요. 하지만, 전  
사양 합니다. 허울 좋은.. 겉보기에만 대단한,, 그러나 그 속은 썩어빠져 악취가 나는 그런 결혼,,,         
개나 줘 버리겠습니다.  가슴으로 사랑하고 내 모든걸.. 영혼마저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여자를  
만났으니 제 뜻대로 제 길을 갈겁니다."         
"그래? 그렇게 자신이 있는게냐? 그럼 어디 해보거라. 하지만, 난 그 계집도,, 또 그 계집의 몸에서 나온 아이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계집과 결혼 하는 순간부터 넌 내 손자가 아니다. 오늘이 너도.. 나도.. 서로를 보는 마지막일지도 모르겠구나."         
예후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리시는 할머님을 바라보다,, 끝내 돌아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 방을 빠져 나왔다.         
"할머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언젠가는 진정한 행복을 알아주시길 바래요."         
         
         
         
"그래 할아버님과 무슨 얘기를 했소?"         
"당신.. 너무해요! 어떻게 나만 두고 사라질 수가 있죠?! 라고 말하고 싶지만,, 할아버님께서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참는거에요."         
란아는 할아버님과의 즐거운 대화를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나더러.. 회사로 자주 놀러 오라고 하셨다.         
맛있는 점심도 사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서어서 예쁜 증손주 들을 두 팔에 안겨달라 하셨다.         
그 상상에 얼굴이 빨개지고 두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신.. 괜찮은거요?"         
"네?!.. 하하.. 네."         
"열이 좀 나는것 같은데? 너무 긴장해서 몸이 상한거 아니요?"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하는 그가.. 너무도 자상해 보인다.         
"아니에요~! 전혀! 전혀 아니에요! 그저 기분이 좋아서 그래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당신 기분이 좋다니 나도 좋은걸?"         
모든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돌아오는 길이.. 침울할 거라 예상했는데..          
자신의 상상과는 다른 할아버님의 모습에.. 환대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그러다 문득.. 할머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방에서 나오던 그의.. 좋지않았던 표정이 생각났다.         
아.. 이런..          
너무 내 생각만 하느라 그의 기분을 챙기지 못했다.         
바보.. 바보 한란아..         
어떻게 할머님과 또 그분에게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을 그를.. 까맣게 잊어 버릴수 있는 거야?         
너.. 왜 이렇게 단순하니..?         
"그런데.. 저기.. 있죠.."         
"음? 뭐가..?"         
"당신 괜찮아요..? 할머님과.. 말씀 잘 나눴어요?"         
"쿡.. 난 또 우리 공주님이 뭣 때문에 갑자기 침울해 지셨나 했네. 모두 잘 됐으니 걱정 말아요."          
살짝 내 코를 비틀며 말하는 그가.. 그의 표정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믿기로 했다. 아니,, 정말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우리 배고픈데 뭐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네."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봐요."         
"음..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요?"         
"소주 한잔?! 너무 약한거 아니오? 한병으로 합시다."         
"좋아요! 와~ 군침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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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오늘은 내용면에서나 길이면에서나...

님들의 기대에 못미칠것 같은 좋지않은 예감이... ㅡㅡ;:

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내일 또 찾아 뵐께요.

그럼 님들.. 날씨가 꾸리꾸리 하지만 좋은 저녁 보내시구요.

전 이만 퇴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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