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구덩이
- 야스민 샐킥 (17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끝없는 구덩이, 끝없는 구덩이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아요
그곳엔 꽃들 대신에
사람들의 뼈가 가득 차 있었어요
웃음소리도 행복도
마치 고통에 찬 비명으로 변해 버린 것만 같아요
갑자기 모든 게 끝나버리고 무너져 내린 것 같아요
사람들 맘 속 어딘가에 있을
생명과 시간, 웃음, 행복, 눈물조차도요
두려움, 불안, 어둠의 불꽃이 활활 피어나는 것 같아요
내가 인간이라는 게 부끄러워요
내가 태어나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도 부끄러워요
차라리 하이에나가 인간보다
더 자비롭고 인간적이고 감정이 살아 있을 거예요
권리라구요? 도대체 누가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죠?
권리라는 게 도대체 뭔데요?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나는 아이였어요 행복했어요
인간이었어요
산다는 게 행복했어요
한 살 두 살 먹어간다는 게 행복했어요
우리 후손들이 인류발전에 도움이 되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구요
하지만 스스로 물어봐요, 그게 말이 되냐고...
수십 명의 아이와 어른들이 이 구덩이 속으로...
아주 깊은 구덩이 속으로 던져져
죽임을 당하던 그 순간에
그런 가능성은 모두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요?
난 어린아이였어요!
당신들은 내 어린 시절을 앗아갔어요
나비를 쫓아다니고 싶어요
그런데 난 살인마를 뒤쫓고 있다구요!
* * * * *
살인마를 뒤쫓고 있다는 17세 소년의 절규.
세르비아 인들이 보스니아를 침략했을 때
300 여명을 밀어넣고 죽인 곳-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심연(abyss)' 또는
'끝없는 구덩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