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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선 승리

임승수 |2006.04.05 14:32
조회 90 |추천 1

‘제2의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선 승리

 

“내가 당선되면 미국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이 말은 실현되었다. 인구가 채 1000만도 안되는 남미의 소국 볼리비아가 2005년 12월 18일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2의 우고 차베스라 불리는 사회주의 운동당(MAS) 총재 에보 모랄레스가 50%가 넘는 득표를 하며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모랄레스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 중간투표(남미는 총선에서 국회의원 전체를 한꺼번에 뽑지 않고 2년마다 50%씩 나누어 뽑는다)에서 상원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실질적으로 볼리비아 국정을 장악하게 됐다. 에보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 농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미제국주의와 자본주의(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맞서 투쟁해온 사람이다.

 


 

 

현재 볼리비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천연가스사업의 국유화 문제이다.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남미에서 두번째로  많으며  48조7천억입방피트로 평가된다. 하루 생산은 3천500만㎥고 그중 90%는 수출된다. 초국적 자본들의 손아귀에 볼리비아의 소중한 천연가스 자원을 그대로 맡길 것이냐 다시 볼리비아 민중들의 손에 찾아올 것이냐로 볼리비아는 최근 몇 년 간 내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여러차례 겪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을 하기도 했다. 코카 재배 문제 또한 중요한 쟁점의 하나이다. 미제국주의는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허울좋은 구실아래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등 남미 각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러한 제국주의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는 볼리비아의 코카재배농민들이 온몸으로 떠안게 되었다. 볼리비아 900만 인구중 65%를 차지하는 인디오 빈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인 코카 잎 재배가 미제국주의에 의해 하루아침에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에보 모랄레스는 코카 잎 재배 합법화를 내세우며 인디오 빈민들의 생존권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를 명확하게 내걸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당(MAS)의 에보 모랄레스가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제국주의에게는 악몽이 일어난 것이다. 안그래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미제국주의는 또 하나의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2006년에 있을 남미 국가들의 대통령 선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볼리비아 대선의 의미는 이미 한 국가 내에 머물지 않고 있다.

 

두 명의 대통령을 끌어내린 민중항쟁과 천연가스

 

주로 주석과 텅스텐, 동 등의 광물자원 수출을 국가의 주요한 산업으로 하던 볼리비아는 대부분의 제3세계가 그랬듯이 제국주의 기업들의 돈벌이 판이었다. 그러던 중 1952년에 혁명이 일어나고 파스 에스텐소로가 대통령이 된 이후 광산을 국유화하고 농지개혁등을 단행하는 개혁조치들이 취해졌다. 그러나 1964년에 보수 반동 쿠데타로 에스텐소로가 물러나게 되고 이후 볼리비아 정치는 제국주의에 부역하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하게 된다. 80년대 IMF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광산들이 폐쇄되고 95년에는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사업도 미국회사에 팔아넘겼다.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1987년에 코카재배억제법을 만들어 코카재배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정책을 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코카재배농민들과 수많은 충돌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죽기도 하였다. 2000년에 볼리비아 정부는 나라의 수자원(물)까지 미제국주의 자본(벡텔)에게 팔아먹는 파렴치한 행위를 벌이게 된다. 이로 인해 우물물이나 샘물에까지 세금을 걷고 야채값이 네배가 오르는 등의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에 분노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이게 되고 정부가 수자원을 팔아먹는 행위를 막아냈다.

 

2002년에 볼리비아 대통령이 된 산체스는 어릴적을 제외하고 주로 미국에서 생활을 한 이유로 스페인 어보다 영어를 잘하는 자본가였다. 볼리비아 국민들에게 그링고(미국놈)이라고 조롱받는 산체스 대통령은 역시 그링고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원하는대로 코카재배농지를 초토화시키는 정책을 지속하고, IMF의 긴축정책을 받아들였다. 특히 칠레의 항구를 통해 미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계획은 민중들의 분노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천연가스를 외국자본들에게 팔아먹는 것도 모자라 역사적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칠레의 항구(볼리비아는 1879년 칠레와의 전쟁에서 해안지역을 모두 빼앗기고 내륙국가가 되었다.)를 통한다는 사실에 볼리비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다. 천연가스산업의 대부분을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법에 따르면 이익금의 18%만이 볼리비아에 돌아오는데 이것 마저도 소수의 자본가들 배때기에 살찌우는데에만 쓰이기 때문에 민중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산체스 정권은 계엄령을 내리고 군을 동원해서 시위대를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났다. 분노한 민중들은 인디오농민과 광산노조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노농연대를 구축해서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리며 수도로 진격하며 정권퇴진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결국 산체스 대통령은 노농연대의 강력한 대중투쟁앞에 무릎을 꿇고 사임하게 된다. 이때가 2003년 10월이었다.

 

당시 부통령이던 카를로스 메사는 볼리비아 법에 따라 잔여임기 동안에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빈민층 20만 가구에 무료로 가스를 제공하고 외국계 가스회사에 세금 부과를 늘리며 민영화된 가스산업을 재국유화하겠다고 한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은 자신의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승계 후 있었던 국민투표에는 재국유화에 대한 투표조항은 아예 넣지 않았고, 75%의 가스를 수출하며 외국 기업에 로열티와 세금을 많이 물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천연가스 산업의 재국유화와 천연가스의 국내소비를 원하는 민중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민중운동 진영의 보이코트 속에 국민투표는 통과되었다. 볼리비아 GDP의 6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산업은 이렇듯 볼리비아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방식으로 제국주의 국가와 국내매판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데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볼리비아를 인구의 80%가 극빈층인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를 실제 추진하는 상황에서 메사 정권은 기존의 18% 로얄티를 단 1%로도 올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것은 민중운동진영에서 요구한 50%와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민중들이 다시 들고 일어났다. 2003년의 모습이 2005년에도 재현된 것이다. 결국 군부내의 소장파 장교들까지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2005년 6월 메사 대통령은 사임을 하게 된다. 노농연대의 강력한 대중투쟁이 제국주의에 부역하는 꼭두각시 대통령 두 명을 연이어 끌어내린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대응과 브라질의 간섭

 

미제국주의는 마약퇴치를 구실로 콜롬비아 등의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독재자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의 민중운동진영에 대해 언제든지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만적인 마약과의 전쟁때문에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 농민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상당수가 거리에 나앉는 지경이 되고 있다. 코카 잎 재배 최대 생산지 볼리비아 중부 차파레 지역의 아이마라족 인디오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는 2003년 10월 당시 산체스 대통령 퇴진투쟁시 멕시코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코카 잎 재배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모랄레스는 "나는 마약밀거래자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나는 코카 잎 재배 농민이다. 나는 자연 농산품인 코카 잎을 경작한다. 나는 (코카 잎을) 코카인으로 정제하지 않으며 나아가 코카인과 마약 어느 것도 안데스 문화의 일부가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마약문제를 중남미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있음을 비난한 것이다. 또한 모랄레스는 대통령 당선 직후 코카 재배 지역 중심이자 자신의 지지 기반인 코차밤바에 머물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카 잎이 코카콜라에는 합법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우리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며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2002년 대선에서 미국 정부는 모랄레스와 같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협박이 있은 후 오히려 그의 지지도는 늘어나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는 결선투표까지 가면서 아깝게 2위를 했다.

 

최근 미국은 볼리비아의 인접국인 파라과이에 400여명의 미군을 파견해 마약조직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실상은 볼리비아, 브라질 등과 같은 나라에 혁명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 미군이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05년 11월에는 볼리비아가 소유한 중국산 이동형 미사일 30기를 미국이 수거해 간 사실이 알려져 에보 모랄레스가 당선됐을 경우를 상정해 볼리비아를 무장해제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가지게 했다. 에보 모랄레스 측은 이러한 일을 눈감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및 군 수뇌부를 국가반역죄로 고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도입해서 진보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볼리비아 대선을 앞두고 에보 모랄레스 등의 볼리비아 대선후보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브라질의 주요 기업들은 볼리비아 GDP의 18%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볼리비아의 천연가스와 대두생산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브라질 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최근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마치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선거 후보들을 백악관에서 차례로 만나듯이 에보 모랄레스를 포함한 볼리비아 대통령 후보들을 브라질 대통령 궁에서 차례로 만나면서 천연가스산업 국유화와 관련한 각 후보들의 입장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상의 압력행사인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

 

2005년 12월 18일의 대선에서 에보 모랄레스의 득표률이 과반을 넘으면서 결선투표 없이 바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만약 과반을 얻지 못했더라도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 에보 모랄레스를 지지하는 의원이 의회의 과반을 장악함으로써 큰 어려움 없이 결선투표(볼리비아는 결선투표를 의회에서 진행한다)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에보 모랄레스는 조만간 제헌의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높다. 볼리비아 민중운동진영에서는 에보 모랄레스에게 세 달안에 제헌의회를 소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1999년 대선에서 제헌의회 소집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 후 국민투표를 통해 제헌의회를 소집한 것과 같은 방식의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 과거와 확실하게 단절하고, 다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을 진행하고 새로이 사법부를 구성해서 국가기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세력관계를 한번에 역전시킬 시도를 할 것이다.

 

천연가스산업 등의 핵심산업 국유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카 재배를 합법화해서 인디오 농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무역기구인 FTAA에 맞서서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ALBA(미주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의 강력한 추진세력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강력한 반미전선을 구축하고 자주적이고 연대의 정신에 기초한 남미 국가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2005년에 “21세기 사회주의”를 선언했듯이 적절한 시기에 사회주의 선언을 하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참다운 세상을 건설해 나갈 것이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미제국주의와 국내보수반동 세력의 반혁명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에 부역하고 민중들을 착취하고 억업한 대통령을 두 번이나 끌어내린 볼리비아 민중의 투쟁으로 그러한 어려움을 돌파해내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에보 모랄레스가 2002년 단식투쟁 중에 한 말을 옮기면서 글을 맺는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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