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전에는 여자 앞에서 군대와 축구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더욱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가장 금해야할 것이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축구는 몰라도 군대 이야기는 여전히 하지 않을수록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아는 여동생과 이런 대화를 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등 소위 국가선양을 했다는 사람들에게 병역면제를 해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예비역인 나로서는 감정적으로 격해질 뻔한 말이었고 이성적으로도 납득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런 사람들에게 병역면제를 해줘야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국가를 널리 이롭게 했다면 그래서 보상이 필요하다면 다른 것도 있을 터인데 왜 하필 병역면제인가.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제도적으로 병역면제의 길을 터준다면 합법적인 특권지역을 만들어주자는 말과 같다. 그런데 지금 이것을 하자는 말인가. 내가 아는 그 서민 여동생은? 아니 내 주변의 서민 여자들은?
여자들만이 그리 생각한다는 것도 오류이지만 분명 군대경험이 없는 아니 병역의무가 없는 여자에게는 보상은 병역면제다라고 생각하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지게 한다면 어떨까.
현대전쟁의 양상은 전과 다르다. 어찌 총들고 산넘고 물건너 뛰어다니는 일만이 전부겠는가.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인데 군부대 안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공익근무요원이라던가 방위산업체에 근무한다던가 아니면 그 어떤 것을 만들더라도 길은 있다. 시대가 바뀐 마당에 남자만이 병역의 의무를 진다는 것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만약 여자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지게 한다면 더이상 군대이야기는 술자리에서 금해야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서로 힘들었던 시절을 술 한 잔에 담아 쓰게도 달게도 삼킬 것이다. 그러면서 밤은 깊어지겠지. 그런 풍경, 상상해 봄직하지 않을까.
덧글, 내일 예비군 훈련을 간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아마도 이 글은 내 스트레스의 연장선 상에 놓인 부산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