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위생사가 한명 더 들어왔다. 키가 5피트도 안되어 보였다. 조선 여형사냐..5피트도 안되다니.. 하지만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큰눈이나 오똑한코, 도톰한 입술. 그 누구의 심미안으로도 통과할수 있는 미모였다. 얼굴보고 뽑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늘 끊이질 않던 신세계치과에선, 이번 인사관리에 관한 입장표명이 불가피해보였다.. 어찌나 예쁜지.. 5피트의 단신이 오히려 더욱 그녀를 빛나게 했다. 그토록 아름다운 얼굴에 키까지 늘씬하게 커버렸다면 오히려 매력이 감소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치과처럼 처음부터 괜히 사람 겁주는 곳에 6피트가 넘는 미녀가 금속질의 연장을 들고 환자를 보고 씨익 웃는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난 단지 치열을 교정하러 온거지. 인류의 평화를 내걸고 미래에서 온 기계인간과 싸우고 싶은건 아니니까. 게다가, 치위생사가 키가 작다는 것은, 테니스선수가 구구단이 서투른것만큼이나 하찮은 컴플렉스다.. 그녀는 치료내내 날더러 엄살이 심하다고 힐난했다. 내가 만약 기름을 넣는 중에 손님에게 차가 더럽다고 두번이상 말했다면 그가 지독히도 우리나라 말을 못 알아듣는 파키스탄인이 아닌 이상에야 분명히 내 멱살을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치과에서 그누구도 파키스탄 출신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멱살을 잡지는 않았다. 그녀가 내게 행하는 것이 안마 시술이 아닌다음에야 아프고 쓰린게 당연하지 않은가. 심지어 산통에까지 비유되는 것이 치통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비난이 밉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의 작은 키와 예쁜 얼굴에 버금가는 마치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와 억양때문이었다. 고3때 내 담임이 만약 그런 목소리로 나의 성적과 진로에 관해 충고해주었다면, 난 아마 서울대라도 갔을 것이다.(물론 거짓말이다.) 성적표를 받은 날처럼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나는 너무너무 아팠다. 나를 너무너무 아프게 했다. 신세계치과는 치위생사를 얼굴보고 뽑는다는 쪽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만약 치위생사가 아니라 동사무소 서기가 날 이정도로 아프게 했다면 분명히 난 국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했을 것이다.. 뭐..그건 좀 과장이지.. 세상에 왠만한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그녀는 나의 이빨을 아프게 할 운명이었을테고, 어쩌면 세상엔 그녀로 인해 이빨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아파야 할 운명을 가진 사내도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나의 운명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 진료예정일이 한달정도 남았다. 또 그녀가 진료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