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작가란 언덕배기에서 풀 뜯어먹고 있는 소 한마리만 봐도 그 소의 전생과 후생, 그 모든 생의 업이 떠올라 눈물이 팽도는, 또는 곡기를 끊은 채 술만으로 이박삼 일을 보낼 수 있는, 뭐 그런 괴이한 존재들이었다. 일반인과는 유전자부터가 다르며 살아온 환경도 결코 범속해서는 아니 되었다. 빨치산을 아버지로 두었거나 남의 집의 양자로 보내졌거나 하는 과거를 가진 건 기본이고 작품이 안 써지면 엽총으로 자기 머리를 쏴서 자살을 한다거나 하는 기행도 서슴지 않아야 하는 그런 종족들이었다.
그랬다. 나는 지극히 평범했다. 그게 나의 콤플렉스였다. 그래서 나의 습작기와 등단 무렵은 이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에 바쳤다. 나는 작가가 되지 못하리라. 된다고 해도 그들처럼, 내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선배들처럼 쓰지 못하리라는 절망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나야말로 별종이었다. 문제적 인간들로 가득 찬 곳에서 나는 별다른 문제를 가지지 않은 역설적 의미의 문제적 인간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중력이 강한 별에서 온 사람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잇었다. 때는 바야흐로 거품의 시대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화려한 것 투성이었다. 별난 사람들 천지였고 모 신문의 별지에는 날마다 신기한 인물들로 한 면이 다 채워졌다.
-김영하, 「평범」中
--------------------------------------------------------------
내 평범성에 일종의 지겨움 같은 것이
갈수록 팽창될 즈음- 이 글을 읽게 됐다.
22해를 살아오는 동안
악운이 나를 향해서만 달려와 낮은 소리를 읖조린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나의 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운이 트였던 때도 없었다.
새로운 장소에 가도 사람들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나를
그들 사이에 스스럼없이 끼워주었고 그렇다고 날 좋아라 하거나,
특별하게 대해주지도 않았다.
특별히 잘난 것 없지만 모난 사람없이 둥굴둥굴한 가족들 틈에서
나는 우연한 듯 생겨나 우연한 듯 세상을 살았다.
이렇다 보니 이 글을 읽는데 구구절절 '내 말이...' 싶은 건 어쩜 당연했다. 이 글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인기소설가 김영하가 좋아졌다.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