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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출교 사태에 대해서....

고영호 |2006.04.20 21:58
조회 7,472 |추천 48

전 고려대학교 05학번 고영호 입니다.

4월 5일 있었다는 17시간 교수 감금을 두고 주도자로 판정된 12명에게 출교, 정학 및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리겠다고 학교에서 발표해 여러가지로 말이 많은 실정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 자리에 없었기에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전 4월 5일 당시 그저 '아 시위하는구나' 정도, 그리고 보건대 통합과정에서 있었던 학교측의 기만에 대해 들었을 뿐입니다.

 

여러가지로 알려져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보건대는 고려대가 아닌 정릉에 있는 고려 중앙 학원의 재정으로 돌아가는 다른 대학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 재정통합을 통해 규모를 줄이라는 압력을 넣자 06년도부터 보건대를 고려대에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전까지 있던 학생들에게는 '통합'이라는 말을 운운하며 완전히 고려대생 한 가족처럼 받아들일 것만 같이 행동했던 학교는 지난 2월 새터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학사지원부를 점거한 시점부터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원래 있던 정릉의 보건대는 '폐교'된 것이며, 따라서 그 곳에 있던 학생들은 이번 신생된 고려대 소속 보건 과학대와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학생들이 순진했죠. 그냥 통합되면 다 고려대생 취급 해주는 줄 알았던 겁니다. 그것에 항거하기 위해 보건대 생들과 총학 선본들이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저것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려는 게 아닙니다.

4월 5일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 이제까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교 측의 언론플레이에 너무나도 많이 당해온 나머지 도저히 학교측의 '감금'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17시간 동안 물도 밥도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라는 주장이 학교에서 나왔지만 실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의 말로는 '화장실 보내 드렸다, 먹들 것 담요 담배 다 가져다 드렸다, 물도 가져다 드렸는데 네놈들이 마시던 물은 더러워서 안마시겠다며 마시지 않으셨다'는 식의 얘기가 오갔다고 합니다.

 

..실제 참여하지 않았던 저로써는 어느 쪽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측에서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스승을 감금하냐'고 하지만 그 '들어준다'는 말의 모호성이 상당히 큽니다. 잠자코 정말 귀만 열고 들어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루어주지 않아서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웃기는 얘기 같지만 실제 그렇습니다. 학교 측에선 요구안을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결국 '높으신' 분들을 못만나고 그 밑의 교직원 분께 요구안을 전달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러고 나서 회의가 다 끝나고 어떤 사항이 결정된 후 그것을 공표할 때 학생들이 반발하면 '왜 요구안을 내지 않았냐' '냈으면 검토라도 했을거 아니냐'며 발뺌합니다. 교직원분께 드렸다고 하면 '어 안왔는데? 행정오류인가보다'라는 몇 마디 말로 일축해 버립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시위를 벌일 때 '높으신' 분들께 요구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야 적어도 발뺌은 못할테니까요.

 

이번 17시간 '감금' 사태도 그런 맥락인 것 같습니다. 직접 요구안을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시위가 격해진 것이겠지요. 물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처럼 표현되기에 따라 17시간 감금을 했는지, 17시간 점거 시위를 벌였는지, 17시간동안 문 앞에서 평범한 시위를 벌였는지가 확연히 달라집니다만. 언론에서의 보도도 믿을 수가 없지요. 언론 성향이 보수냐 급진이냐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출교 조치, 다시는 원래 대학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일종의 학생 신분에서의 사형제도라고 들었습니다. 전 이것이 정당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감금행위(만약 진짜 감금행위가 있었다면)가 있기 전에 학교 측에서 학생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려고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학생들을 보고 '어린 것들이 뭘 알어' 하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이와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한지 정당하지 않은지, 그 여부를 떠나서 일단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일부러 확대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본보기'와 '전례'를 만들어서 앞으로의 학생운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이겠지요.

 

다만 서글픈 것은 3월 22일에 있었던 고려대 교육투쟁에서 교수님이 한 학생을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고 일으켜주지 못할 망정 구두발로 밟아대며 '네가 학생이야? 엉? 학생이야?'고 심한 언사와 구타를 한 사건은 철저히 알려지지 않게 하면서 이번 일과 같은 일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부풀려서 언론에 뿌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몇 번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매년 매번 벌어지는 일이지만, 고려대학교 학생으로서 서글픈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시위 장소에서 그 시위를 직접 보지도 않으신 분들은 욕하지 마세요...그렇게 맘에 들지 않으신다면 시위 장소에 직접 가서 그들과 대화해보세요...뭐가 잘못되었는지,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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