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아 죽을 시간 없다”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의 창업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 80) 회장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지만 매일 전철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15년된 구닥다리 승용차를 몬다. 해외여 행 때 항공기 좌석은 언제나 이코노미석. 호텔에 묵을 때에는 객 실 안의 바(Bar) 요금이 아깝다고 주변 편의점에서 물을 사다 마 신다.
그러나 자린고비 노(老) 기업인은 유니세프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이며 이케아는 서유럽에서도 사회기여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오는 30일로 여든살이 되는 캄프라드 회장이 26일 스 위스 S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평생 몸에 밴 검약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나더러 인색하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내 원칙, 회사의 규칙을 지킬 뿐이다.” 캄프라드 회장은 낡은 볼보를 가리켜 “아직 15년밖에 안 된 새 차”라고 말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부자 4위에 이 름을 올린 그는 280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갖고 있 다.
스위스 로잔 부근에 살고 있는 그는 인터뷰가 있기 바로 며칠 전 에도 로잔의 한 예술학교에 50만스위스프랑(약 3억70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를 할 때에는 큰 손이지만, 회사 살림에는 더없이 짠 손이다. “이케아 그룹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돈을 버는 만 큼 아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이케아 직원들은 이면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이에 대해 캄프라드 회장은 “안 될 이유라도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1943년 설립된 이케아는 전세계 32개국 202개 매장에 종업원 9만 명, 연간 매출액이 12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가구판매업체다. 주력상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조립할 수 있게 한 중저가 가구. 유럽에서는 이 회사의 카탈로그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브랜드다.
캄프라드 회장은 ‘타고난 장사꾼’이다. 그는 5살 때부터 집 앞 마당에 가게를 차려놓고 시계나 펜, 크리스마스 카드 따위 잡동 사니를 팔았다. 조금 자라서는 스톡홀롬에서 성냥을 싸게 팔며, ‘박리다매’의 노하우를 깨우쳤다. 17살에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자 아버지가 약간의‘상금’을 주셨다. 그는 그 돈으로 이케아를 창업했다.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는 1950년대에 주택 100만가구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건설 붐은 가구 판매를 늘릴 호기였다. 이 케아의 DIY 가구 아이디어는 한 직원에게서 나왔다. 가구를 분해 해 납작한 상자 모양으로 포장, 고객들이 승용차에 싣고 가 집에 서 조립할 수 있게 한 것. 창고 비용과 운송비용, 매장 면적이 줄어든 덕에 제품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후회스러운 과거는 있다. 캄프라드 회장은 1994년 직원들에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 1 0대 시절 네오나치 그룹에 들어간 일을 털어놓고 용서를 빌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기업을 키워온 캄프라드 회장은 “여든 살이 됐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없다”며 “할 일이 너무 많아 죽을 시간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