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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필요할 때

우정아 |2006.04.21 19:35
조회 280 |추천 3


Better than Peanut Butter!

아무리 땅콩버터 보다 나으면 뭘하나?

뚜껑이 열려야 먹지요.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여도 컵이 없으면 못마시잖아?


약 2주 전에 배고픔에 휩싸여 수퍼마켓으로 달려가 땅콩버터 한병과 빵 한봉다리를 사 온적이 있다. 집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자 마자 빵을 먹으려고 했으나, 땅콩버터 병뚜껑이 절.대.로. 안 열리는 것이었다. 고무장갑도 껴보고, 뜨거운 물에 뚜껑을 달궈도 보고, 싱크대 모서리에 때려도 보고... 손목이 시큰거리도록 매달려 돌리고 또 돌려봤지만 미동도 없는 병뚜껑. 그때의 좌절감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병을 깨서 버터를 먹어볼까하는 과격한 상상까지 해봤으니.


예전에 내가 유학오기 직전. 생전 처음으로 혼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할 때. 이미 유학중이던 한 선배언니가 어느 게시판에 아주 인상적인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때의 제목이 바로, "남자가 필요할 때." 오랜만에 정성껏 저녁상을 차리고, 새로한 밥을 푼 다음, 마지막으로 김치를 놓으려는 순간. 그만 병뚜껑이 절대로 열리지 않아 서글펐다는 사연이었다.


땅콩버터 뚜껑이 꼼짝도 안하자 바로 그때 그 사연이 떠올랐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는 않은 그 언니는 현재 병뚜껑을 열어줄 뿐 아니라 그 외 모든 덕목도 모두 훌륭하신 남편과 함께 계신다. )

 

어쨌든 2주 동안 열지는 못하고 들여다 보기만 하다가, 오늘 비장하게 땅콩버터를 들고 나선 곳은 바로 수퍼마켓.

수퍼마켓의 직원 역시 힘을 좀 들이긴 했으나 어쨌든 나는 병뚜껑을 열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

남자가 필요할 땐, 일단 수퍼마켓에 가야했던 것이다.

남자를 사 올수는 없어도, 최소한 이용할 수는 있으므로.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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