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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전..

편창선 |2006.05.01 04:55
조회 6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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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의 아름다운 도전 / 류해욱 신부

진흙이 자기를 빚어 만드는 이에게
“당신이 무얼 만드는 거요?”  
“당신이 만든 것에는 손잡이가 없잖소.”라고 말할 수 있느냐? (이사 45, 9)

최근 빈센트 병원의 토비아 수녀님이 이메일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방영되었다는  영상물 하나를 보내 주셨다. 처음에는 별 내용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수녀님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으니 빨리 후딱 봐 드려야지 하는 가볍고 교만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고 밝은 표정의 아이의 얼굴이 작은 화면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름이 뭐냐고 묻자, “유태호”라고 외친다. ‘어, 나랑 종씨네’라고 생각하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몇 살이냐고 묻자, “여섯 살.”이라고 크게 말하지만 말의 어눌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 아이의 몸이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아이에게 노래를 해 보라고 하자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 `떴다! 떴다! 비행기`를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잘 모르다가 서서히 드러난 아이의 몸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여섯 살 태호에겐 양팔이 없다. 팔이 없는 태호에게 발이 손의 팔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다리도 온전치 않다. 엉덩이와 종아리 사이에 허벅지가 없다. 발가락도 8개뿐이다.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입양기관으로 옮겨진 태호는 엄마도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고등학생인 미혼모에 의해 버려진 태호는 생후 석 달 만에 입양기관을 통해 스님들이 운영하는 중증장애 아이들의 기관인 상락원에 오게 되었다. 상락원 스님의 말씀이 처음에 왔을 때 손수건 하나로 덮으면 딱 가려지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고 한다.
태호는 입천장이 뚫려 있는 구개파열증이었고 산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의사는 이런 증상을 지닌 아이는 대개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데 태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경우라고 말한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발가락으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고, 몸통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태호를 보면 힘겹고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도움을 주려는 스님에게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웃는 태호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서서히 가슴 찡한 감동이 물결치게 되었다. 스님은 태호가 할 수 있지만 스님의 도움을 청하라고 일러준다. 몇 번 양치를 하고 스님의 도움을 받아 양치질을 마치는 태호. 인간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스님의 배려일 것이다.

입천장이 뚫려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수술을 받고 이제 말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태호는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목소리이지만 천연덕스럽게 '안돼요, 왜이래요 ……. 이러시면 안돼요' 인기가요 `어머나`를 불러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태호를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 삶과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학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상락원에 와서 태호에게 과외수업을 해 준다는 유치부 교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태호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렇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지닌 놀라운 잠재력을 보지 못하고 외면의 모습만 보고 쉽게 단정하는 것이 아닐까?

태호에게 재활치료는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앉을 수 있기만 해도 대단한 자립이다`고 생각하던 물리치료사는 이제는 보조기를 착용해서 설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다. 힘든 재활치료를 이겨내는 놀라운 의지의 태호이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이다. 고통스러움을 이겨내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견디어 낸다.

태호가 다니는 정민학교의 수(水)치료 선생님도 처음부터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물을 좋아하며 이제 보조기를 하고 능숙하게 수영하는 것을 보며 `어쩌면 수영선수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주일에 한번 매주 토요일 만나는 결연가족 부모도 처음에는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고 세상에 이런 아이도 있다는 것이 놀랍고 어색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정이 붙게 되었고 그들 삶에서 기쁨의 원천이라고 한다. “태호가 오면서 집안에 활력이 넘치고 사람 사는 집이 되고 가족 간의 사랑과 우애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태호를 직접 돌보고 있는 상락원의 원장, 지웅 스님은 오히려 태호가 자기 인생의 스승임을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러나 태호를 보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태호가 부딪히고 맞이해야 할 세상보다 힘들겠느냐`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 제가 지금 힘들어하는 게 사치로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요'

 태호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태호가 몸에서 뭐가 없어요?” 라고 묻자 태호는 웃으면서 “팔.”이라고 말한다. “팔이 없어서 다리로 살기 힘들지 않아요?”라고 묻자,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태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꾸밈이 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놀라운 성숙함이 배어 있다. 태호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그는 주저함 없이
“아빠.”라고 외친다. 그의 꿈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하고 커다란 자동차를 운전하며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꿈이랄 것도 없는 소박한 희망사항이겠지만 중증장애를 가진 태호에겐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도전일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제목을 ‘태호의 도전’이라고 붙인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수식어가 오히려 사족이 될 수 있지만 태호의 경우에는 꼭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태호의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제작진의 멘트가 가슴에 여운으로 남아 있다. “태호의 도전은 외롭지 않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태호의 밝은 미소 뒤에 담겨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상락원 원장 지웅 스님의 사랑과 배려가 없었다면!!!

방송 후 게시판엔 “사랑스런 태호, 태호야 힘내. 너를 보며 많은 걸 배운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나도 정말 크게 외치고 싶다.  “태호야, 너는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네가 아빠가 되어 네 아이와 가장 멋진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단지 그들의 겉모습만 보고 차별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팔이 없는 태호도 두 팔을 지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아니, 바로 우리에게 인간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스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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