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내운명"
4년전 여대생 서영란(28)과 노총각 정창원은(37) 운명처럼 만났다. 9살의 나이차, 학벌차,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영란씨는 창원씨를 무작정 좋아했다. 살아온 환경탓인지 다소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접혔던 창원씨는 그런 영란씨에게 부담을 느꼈지만 결국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사랑으로 함께 한지 이제 2년이 됐다. 그러나 청천벽력같이 영란씨는 간암말기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시한부 선고이후 2년만에 세상과 이별할때까지 기적같은 생명의 연장을 보았지만 2년전, 시한부 3개월 선고는 이들 커플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창원씨는 죽음을 앞둔 영란 씨를 기꺼이 아내로 맞이했다. 투병생활 2년째,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둘은 더이상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의 매듭을 이었다.
암병동의 '닭살 커플'
영란씨의 몸은 80%가 암 덩어리다. 폐와 뇌까지 전이된 암은 이미 그녀의 신경들을 하나씩 마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재치 있는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 영란씨의 명랑함은 늘 곁에 있는 창원씨 덕분이다.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했지만 선생님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영란씨는 교대에 진학하기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대형마트의 생선코너 판매관리직으로 일하던 창원씨를 만났다.
9살이나 많았지만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눈길이 갔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대학의 문턱도 넘지 못했던 창원씨는 처음엔 영란씨의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사랑을 믿게 해주겠다고 시작한 만남. 암이 온 몸에 퍼져도 영란씨는 그를 위해 웃고 그를 위해 노래하고 그를 위해 춤춘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녀는 산다.
보잘것없던 인생에 빛이 되어준 영란. 창원씨는 영란씨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간의 60%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 아예 병실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창원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실 안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영란을 위로하려 삭발을 했고 대소변까지 받아냈다. 혹시 그녀가 찾을까봐 어쩌다 장모님이 오셔도 주차장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창원씨. 사람들은 창원씨를 영란의 '1분 대기조'라고 부른다.
끝내 불발로 끝난 결혼식
잇몸과 손끝까지 영란의 몸 곳곳에 퍼진 암. 네 번째 객혈이 시작됐다. 시작되면 멈출 방법도 없고,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언제든지 위급상황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인생을 정리해야할 때이지만, 영란씨는 창원씨와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사진과 영정사진을 찍고 싶은 영란.
결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 외출을 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입원 후 처음으로 목욕탕도 가면서 영란씨는 조금이라도 예쁜 신부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만져보는 새하얀 웨딩드레스. 하지만 양가 가족들은 창원씨의 미래와 영란씨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며 결혼식을 반대한다. 그러나 결혼식만은 꼭 올리고 싶은 두 사람이다.
결혼식은 12월 4일. 영란씨에게 바로 전날 혼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6일 영원히 이별을 고했다. 주인을 못찾은 웨딩드레스를 남겨두고...
MBC 5월 3일 오후 11시 5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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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say
글을 읽으면서
내내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던 적이 처음인 듯 하다_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_
나에게 여러번 되물어봤다_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오랫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_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