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형사 고발했더군요.
잘 하셨습니다. 이제 조만 간에 학부모가 선생님을 형사 고발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 물고 뜯으면서 어디까지 파탄이 나나 보고 싶은 겁니까?
무너진 교권이 강력한 법으로 회복될 거라 생각했나요?
교총이 나서서 그렇게 학부모를 형사고발하면 일선의 선생님들이 잘 하셨다고 박수치고 그 학부모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성원할 것이라 생각하셨나요?
속 시원하다고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셨나요?
아, 정말 그런 선생님이 나올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교사에 대한 불신이 더 정당성을 얻을까봐 두렵습니다.
항생제 사용해서 병원균 죽이면 더 내성이 강한 병원균이 나오는 거 잘 아실 분들이 어째 그렇게 서두르시나요?
동양식 방법으로 가야 합니다.
더 이상 병에 걸리지 않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씩 천천히 풀어나가셔야지요.
교사에 대한 불신이 문제가 됐으면 교사를 믿고 존경하게 만들 방법이 뭔가 생각해 보시고,
자질이 부족한 일부(여러 선생님의 한결 같은 주장대로 정말 지극히 일부 교사의 문제일 뿐이라면) 선생님들을 잘 가르쳐서 자질을 키우게 하셔야지요.
몰지각한 학부모가 학교에 집단으로 몰려가서 죄 없는 선생님들을 모욕을 준 것이 문제라지만 제가 볼 때는 이미 여론 재판을 통해 그 학부모들은 본전도 못 찾았습니다. 그 이상하게 흐른 여론 덕분에 정작 비교육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한 선생님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필요도 없어졌고 말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 선에서 얼른 사태를 마무리 하시고, 근본적인 치유책이 과연 무엇일까를 숙고해 보셨어야죠.
어쩌자고 학부모 전체를 적으로 만들 자극적인 방법을 선택하셨나요?
학교에 달려가 선생님들께 폭언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학부모들을 보면서 땅에 떨어진 교권만 생각하신다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 겁니다.
사실 절대 다수의 학부모들은 약자입니다. 학교나 교사에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표현 못합니다. 자칫 어설프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자기 자녀가 학교에서 선생님들한테 미움 받을까봐 겁을 내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바로 그 두려움 때문에 일단 문제를 터뜨린 다음에는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해당 교사의 사표나 담임 교체와 같은 극단적인 요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여러 학부모를 동원했다고 했지요? 그 것이 다 겁이 나서 그런 것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큰 소리를 치고 교사와 학교에게 압력을 가하지만, 그게 다 약자의 자리에있기 때문에 그런 극단적인 행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지만, 사실은 제도적으로 자질이 부족한 선생님들까지 철저하게 보호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너무도 흔하게 자행되어온 교권 남용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진통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힘겨운 몸짓을 통해 이제 겨우 시작된 것에 불과합니다. 이 몸짓이 잘못 방향을 잡으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배척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제대로 방향을 잡으면 우리 교육이 기사회생 하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까요? 당연히 아직은 강자의 자리에 서 있는 선생님들이어야 하는 겁니다.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 존경할 줄 모른다고요? 그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남을 존경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고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한다고요? 만일 요즘 아이들을 그렇게 본다면 이 또한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우상을 찾습니다. 그런 우상이 없으면 정신적인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문제는 대상이죠. 그 대상들 속에 선생님이 못 들어가고 있다면 그 자리에 들어갈 방법을 모색하셔야지, 아이들을 형편없는 놈으로 규정하고 그저 힘으로 통제할 방법만 찾는 다면, 영원히 평행선을 긋는 것이 될겁니다.
그러니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선생님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입니다.
문제 교사를 바르게 지도하고, 고질적인 문제 교사는 퇴출하고, 잘못된 교육 제도를 바로 잡고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가정 교육 탓하지 마세요. 가정 교육 잘못하는 부모들 다 대한민국 공교육 체제 속에서 커온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잘못 가르쳐서 저런 어른이 됐으면, 여러분이 책임져야죠.
그렇게 학교를 정상화시켰는데도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가 멋 모르고 학교에 와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선생님들도 얼른 동영상으로 그 장면을 찍어서 뉴스에 내 보내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뭐라 하기 전에 여론이 그들을 흠씬 두들겨줄 테니까요. 이번 사건처럼 의견이 분분해 지지도 않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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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전직교사입니다. 현재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지만, 재직시절 존경했던 교장 선생님의 유훈을 받들어 글을 올리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분이 제 홈피를 보시고 현직 교사로 착각을 하시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