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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가 하나인 남자 편-

주동희 |2006.05.26 17:33
조회 138 |추천 1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도,

인터넷 사이트에 새 계정을 등록할 때도

난 딱 한 가지 비밀번호만 사용합니다.

건망증 심한 내가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럼 내겐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녀와 헤어진 후에 모든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2년 후..이 시간에 여기에서 만나자.

그때 우리 둘다 솔로구, 지금 마음 그대로라면..

그땐 운명이라고 생각할게"

 

몇 년 후 어디에서 만나자..

이런 약속은 영화에서만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그녀는 인문대에서 가장 예쁘기로 소문난 퀸카였습니다.

 어느 날 운 좋게도 그녀가 학교 수위 아저씨랑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됐고,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신 그 아저씨가

바로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날부터 등교할 때마다 드링크로 공략을 했어요.

아저씨는 건실한 청년이라면서 점수를 두둑하게 주셨고,,

결국 난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졸업과 동시에 우리의 사이도 끝이 났습니다.

나보다 먼저 사회에 나간 그녀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보내주었습니다.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예쁜 그녀를 계속 예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자신..

내 친구들은 이기적인 그녀를 잊으라면서 위로해주었지만,

난 그녀를 잊는 일보다는,

더 멋진 남자가 되는데 노력을 쏟기로 했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

당당하고 근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요즘은 매일 매일 도서관에 가서 밤을 새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도서관이에요.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있거든요.

 

난 늘 공중전화 부스가 내다보이는 이 창가 자리에 앉습니다.

참, 비밀번호 얘기를 했었죠.

내 비밀번호는 6128이에요.

그녀와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 2006년 12월 8일이거든요.

이건 비밀인데요, 가끔 날짜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뒤 번호가 6128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봐요.

저 공중전화로....

그리고는

 

"세림이니?"

 

하고 물으면 상대방은 당연히,

 

"잘못 거셨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물론 상대방에겐 미안하지만,

그 날을 잊지 않으려는 내 나름대로의 기억장치에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하면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되는 거라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은밀하고도 유치한 비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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