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단짝친구가 하나있다. 첫 만남으로부터 벌써 15년. 서로가 서로의 삶에 충실하느라 그렇게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콩달콩 전화를 자주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친구들과 더 자주 만나고 더 전화를 많이 하면 했지 이 친구와는 1년에 10번을 만나면 정말 그 해는 아주 자주 만난 것이 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망설임없이 서로를 단짝이라 부른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서도, 항상 같이 붙어다녀서도 아니다.
우리는 마음이 통한다.
여자 vs 여자. 연인도 아닌데 우리는 텔레파시를 교환한다. 가끔 다른이들이 우리를 보면 놀란다. "물 좀 줘" 라는 말이 없었는데도 그냥 말없이 물을 건네고 받는 사람은 물을 마신다. "응" "으응" "흠" "끙" 등의 의성어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뭔가 감이 안좋아 전화를 걸면 무슨 일이 있거나 내가 몸이 안 좋을 때 갑자기 안부전화가 오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호흡을 같이 하고 천연덕스럽게 서로를 자신이라 생각한다. 그래, 우리는 "짝패"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에서 석환(류승완 분)과 태수(정두홍 분)가 그런 단짝이다. 참 재미있다. Mi3를 보고 연속적으로 짝패를 보았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영화를 두편을 보았는데 무진장 바쁘게 혼자 사물놀이패를 돌릴려고 하는 짝패가 mi3보다 더 재미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영화를 시니컬하게 보는 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나만의 취향을 각인시키며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사소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면서 영화를 씹는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하는 말은 항상 비슷하다. "이 부분은 뭐가 들어가야 했는데 아쉽고, 거기서 CG가 왜 들어가야 하며 왜 OST는 오버해서 부르는지 모르겠고 캐스팅은 XX보다 XX가 낫고, 무슨 장면에서 테이블이 삐딱하게 있었고, 앞에 앉은 인간이 머리가 커서 짜증났는데 왜 요즘 자막은 밑에 붙어 있고, 이건 번역이 잘못되었고, 그 부분은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하는데 감독은 왜 그걸 이해 못했는지, 원작에서는 이렇게 표현 된게 영화에서는 완전 다르게 표현되고... 궁시렁 궁시렁 궁시렁"
아마도 감독들이 제일 싫어하는 관객 스타일일 것이다. X도 모르면서 괜히 궁시렁 대는 -_-
그런 내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에 청소부 아줌마들이 눈치를 주고 관리자가 나가라고 할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머리속엔 류승완과 정두홍의 허탈한 웃음이 자리잡고 있다.
짝패의 러닝타임은 88분, 영화를 보고 검색을 하다가 알아낸 것이다. 88분동안 44분을 웃고 44분을 찡그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3초 웃고 3초 찡그리고 다시 3초 웃고 3초 찡그리고...
웃긴데 심각하고
심각한데 웃긴다.
다찌마와리에서 보여 주었던 웃음이다. 상황은 안좋고 대사는 심각하다. 연기자의 표정은 비장하다. 그런데 관객이 웃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큰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여느 코메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폐부에서 씁슬한 웃음을 짜내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나 홍콩 영화에서 느끼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류승완 감독에게 반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짝패에서의 코메디는, 호프집 옆 테이블의 대화와 같다. 옆 테이블에서는 심각하다. 근데 내용은 알고보면 웃기고 황당하다. 그렇다고 대 놓고 웃을 수는 없다. 처음에 필호(이범수 분)의 걸죽한 사투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옆사람 눈치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내용은 정말 심각했다. 근데 정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웃을 부분이 아니다.
영화의 중반쯤에는 모두가 눈치 안보고 웃고 있다. 기분이 좋다. 무언가 탈피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짝패"가 코메디 영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짝패는 액션영화다. 그런데 여타 다른 액션과는 다르다. 한국식 액션. 아니 이것은 류승완식 액션이다. 사람들이 킬빌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비슷하면 어떠냐, 이것은 단순히 겉모양의 차이다. 거위알이나 오리알이나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맛은 다르다. 짝패의 액션은 다찌마와리의 완성형이다. 인터넷에서 뚝뚝 끊기는 다찌마와리를 완결까지 보고 난 뒤의 감동이 100배가 되어 몰려 왔다. 나는 어쩌면 엄청난 거물과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의 작품과 그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하다. 류승완을, 그리고 류승완, 정두홍의 "짝패"를 만나게 되어서. 타인의 취향에 자신의 취향을 녹아들게 하는, 아니 자신의 취향에 타인의 취향이 따라오게 만드는 감독을 만나게 되어서. 그래, 난 행복하다.
Q~친구여/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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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뱀다리.
영화를 보고나서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한컷 한컷을 다 묘사하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류승완과 짝패 찬양론을 펼치면서 글을 쓰게 된 것은 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류승완 감독에 반한 것도 있지만 영화의 세세한 부분은 관객이 직접 보고 서로 다른 주관적 느낌을 가지게 되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아직도 왜이리 영화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지 모르겠다 -_-a) 5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머리속에 맴돌고 있는 짝패의 마지막 대사를 삼키며 글을 마친다.
"아....ㅅㅂ"
뱀다리2.
Q~도망자 (영화 `짝패` 삽입곡)/다이나믹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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