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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콤보세트 이야기.

차성근 |2006.06.02 01:17
조회 144 |추천 0


집에 있었다.

이제는 집에 있었다는 이유가 주말이라서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만큼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 마냥 좋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는데 왕따는 아니다.ㅋ)

서서히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짜여진 시간에 쫒기지도 않는

이틀은 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저녁 7시무렵에 무심코 들어가보는 몇 안되는 싸이트중에

하나인 MAD9. 사이트를 접속해봤다.

" 무영검... 21:50... 9시 50분이라... 간만에 한번 갈까? "

그런 마음을 먹고 뒤늣은 세면을 마치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가냐?"라는 부모님의 황당하단

눈빛을 등에 업고 집을 나섰다.

영화표를 예매하고 지갑속에 꼬깃 접혀있는 행사중인 빙고표를

꺼내들고 계산에 들어갔다.

두돌콤보.란에 도장을 받으면 세줄이 완성되는 상황이였다.

(세줄을 완성하면 극장표 4매와 콤보세트 2개가 상품으로

주어지는데 완전 기쁘다.ㅋ)

세줄완성을 목전에 두고 스넥코너에 도착한 나는 주저없이

"두돌콤보 주세요!!"라고 외치고 빙고표를 내밀었는데 순간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두돌콤보는 커플세트였던 것이다..."

 

켄슬!!을 외치기도 전에 기계적인 손돌림을 발휘한 그녀는

내 앞에 음료수 두잔과 팝콘을 셋팅했다.

상상해 보자... 사람은 손이 두개밖에 없는지라 콜라 두잔과

팝콘을 들 수 없단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음료수 한잔과 팝콘을 집어들고 빙고표에 도장을 정성스레

찍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콜라 한잔 드실래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등을 돌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상영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대답보다도 그녀의 표정이 보기 두려웠다...)

영화표 한장사기에 익숙해졌다 싶은데 쓸데없는 이유로

씁쓸한 기분을 떠안고 영화관람을 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니 벌써 11시 40분이나 되었다.

역시 이 시간의 부천 북부역은 신나보이는 표정들의 사람들이

한가득이여서 보는 나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몇대 남지 않았을 버스정류장으로 종종 걸음으로 걸으면서

잠시 생각했었는데 느닷없는 콜라의 주인이 된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님

살면서 몇주에 한번씩 보게되는 미친넘.에 비유를 했을까?

 

 

 

그냥 마냥 씁쓸한 미소만 지어진다.

두돌콤보는 커플셋트군... 쳇-

 

 

 

PS.

집에 오는 버스안에서 상상한건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아주 아주 이다음에 애인이 생긴다면 여자친구의 손을 꼭붙들고

스넥코너의 그녀를 찾아가 보란듯이 콤보셋트를 주문하고

"아!! 맞다!! 너 콜라 안마시지??  또 깜빡 했다!!"

라고 멋지게(?) 연기할 것이다.

오늘 밤에 누워서 연습하고 잘꺼다...ㅠ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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