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아팠다
조그마한 몸으로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그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잠을 청하고만 있었다.
쿨럭댈 때마다 그 작은 목에서는 거릉 거릉 가래 삭는 소리가 나며 아기는 괴로운지 이내 작은 몸을 뒤척여 본다
아기 옆에 우두커니 앉아 무엇을 해줄고 곰곰 생각해 봐도
병마와 싸우는 작은 아기에게 무엇하나 해줄것이 없어 그저 고사리 같은 손만 꼬옥 잡아 주었더니 아기는 그대로 손을 꼬옥 잡고 여전이 거칠지만 고른 숨소리를 내며 스르륵 잠이 든다.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은 힘들고 나약한 누군가에게 무한한 평안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어릴적 남동생과 격투기를 하다가 그만 눈썹 언저리가 찢어진 적 있다
갑자기 눈앞으로 꺼멓고 뜨끈한 무언가가 주르륵 흘러내릴 때까진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어린 나이에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열혈강호와 같은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그림..
눈을 타넘어 흐르는 붉은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급한대로 소독을 하고 날이 밝는 대로 병원을 찾았는데 어디엔가 나를 눕혀두고는 간호사 언니는 구멍이 뚫린 흰 천을 내 눈위에 덮었고 그 구멍 밖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은 갈고리 같은 무언가에 실을 넣고 있었지
이제 보이는 것이라고는 덮인 천의 회색뿐이고 망치로 맞은 듯한 마취한 내 눈썹에선 첨예한 무엇인가가 들락 날락 하고 있었다
손발이 차가워 지고 내 몸은 떨리고 있었나 보다
그때 따뜻하면서도 듬직한 무엇인가가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는데 바로 아버지의 손이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꼬옥 잡으시고는 미세하게 떨고 계셨다. 그 체온이 내 손에서 팔로 팔에서 마음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나는 그 차가운 무언가가 내 이마를 들쑤시는 것 따위는 잊을 수 있었다.
아가의 손을 지긋이 잡고서 편히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면서 벌써 십여년 지난 옛날 옛적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예전에도 내 손을 잡아주던 단단한 손이 있었다
그 손은 내손보다 조금 작고 투박한 손이었는데 (사실 난 이쁜 손을 좋아했지만^^) 웬지 그 사람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 졌었다
그 사람은 내 손을 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 손이 그 십여년전 그 날의 그 손과 너무나 느낌이 때문이었을까....
이제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면서 나는 또 한 번 기대해본다
십여년전 그 손처럼 내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조심스런 만남이 늦지 않은 미래에 찾아와 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