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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 휠체어 고치러 간 날.

강기웅 |2006.06.05 01:15
조회 40 |추천 1

        봉사자로 일하면서 불평을 하면 안 되는데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때가 언젠가 하면 다른 봉사자와 함께 일하면서 왠지 내가 일을 더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 때이다. 더욱이 날씨가 너무 너무 덥거나 힘든 일을 할 때면 불평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 그 날이 또 닥쳐오고야 말았다.

        폴린이 바닷가에서 브렌는과 산책을 즐기다가 바닷물에 잠기는 바람에 휠체어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휠체어는 폴린과 같이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잘 사용하다가 하루라도 사용하지 못하면 그 불편함은 말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이 내가 일하는 날이었는데 그 날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다. 폴린은 그 날 이후 며칠 동안은 봉사자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봉사자들이 밀어주는 휠체어 맛이 들린 듯도 해 보였는데 글쎄 내가 일하는 날이 되자마자 제프에게 휠체어를 당장 가서 고쳐 오라는 것이다. 왠지 나를 위해 일을 아껴둔 듯 했다.

        "제프, 어디 가서 휠체어를 고쳐야 하는데?"

제프는 은근히 미안한 표정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와 관련된 일이기에 이번에도 폴린이 부탁하지 않았으면 아라쉬나 데이빗에게 부탁할 참이었나보다.

        "그게. 리키... 여기서 택시를 타고 한 세네시간 쯤 가야해...그러니까 왕복으로 음...여섯 일곱 시간 걸리지... 괜찮겠어? 내가 보조수당 더 줄게.."

제프가 인상을 쓰면서 부탁을 하는데 차마 No라고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한동안 폴린에게 밋보여서 만회할 기회를 옆보고 있던 찰나에 이번 기회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때였다. 그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No라고 말하면 제프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으응.. 나는 괜찮지. 근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택시를 타려고. 차라리 내가 아라쉬랑 갔다 올까? 그게 나을 것 같은데."

제프랑 가는 것 보다 아라쉬랑 가면 일도 수월하고 내가 도울 것도 없기에 그나마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택시를 제프가 탄다는 것은 제프의 엉덩이에도 큰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야. 내가 가야지. 폴린일인데. 그럼 이따가 1시쯤 출발하자. 그전에 점심 잘 먹어놓고."

제프는 바로 폴린에게 가서 내가 승낙했다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휴~ 왜 나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낫다. 물론 자원봉사자로서의 가져서는 안 될 자세였지만 그날따라 더운 날씨에 힘든 일은 나에게만 시킨다는 불만이 쌓여 있던 차에 오늘일 까지 겹치니 본이 아니게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되어 예약된 택시가 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장거리 여행을 할 때마다 제프의 소변 문제 때문에 착용해야 하는 아기용 기저귀를 제프에게 채우고 휴대폰, 약간의 현금 등 제프가 말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택시에 탔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이었다. 휠체어를 고치러 가는 길은 꽤 멀었다. 3시간을 쉬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갔다.

        '아니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길래 이 먼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간다는 건지원..'

제프는 오랜만의 긴 여행이라 그런지 그런대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중간 중간 엉덩이 아프지 않냐면 제프를 챙겼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풍경과 모처럼 바깥구경을 나와서 그런지 기분이 출발할 때 보다는 한결 좋아졌다. 영국의 모습은 비슷비슷했다. 도로 옆에 펼쳐져 있는 들판과 거기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양떼, 소떼, 말떼와 한국처럼 높은 고층 빌딩이랑 아파트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주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프는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폴린이 처음 휠체어를 구입한 가게를 찾아냈다. 어느덧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우리는 휠체어를 맡기고 가게 안을 구경하였다. 가게는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물품들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휠체어들도 있었는데 제프는 그 중에 하나가 앞으로 자신이 구입할 것 중에 하나라며 뽐내듯 새 휠체어가 가진 성능을 이야기했다. 가게 다른 편에는 다른 장애인이 와서 새 휠체어를 타보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가게 점원들은 상당히 친절했고, 장애인이 물어보는 것에 일일이 답변을 해 주었다. 장애인용 택시를 볼 때부터 영국의 장애인복지제도와 그와 관련된 사업들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음을 알았지만 휠체어가게는 나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장애인들이 비싼 전동식 휠체어를 구입할 때 정부에서 그 가격의 상당부분을 지원을 해 준다고 한다. 구매 능력이 없는데 꼭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는 무상으로 구입을 해 준다니 영국의 복지지원정도가 어는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한 시간쯤 되자 폴린의 휠체어가 다 고쳐졌다며 확인을 해 보라고 한다. 우리는 말끔하게 고쳐진 바퀴한쪽을 확인하고는 다시 택시에 실었다. 제프는 바로 폴린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보고 했다. 정말 착한 제프다.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해는 어느덧 지고 있었다. 우리가 피곤한 몸으로 가바니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때가 한참 지나서였다. 오는 도중 피곤했지만 일을 하고 있었기에 제프가 볼 수 없었지만 차마 운전석 옆에서 졸수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졸음을 쫓으며 와야 했다. 도착한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브렌는이었다. 브렌는은 택시에 타고 있는 제프에게 가고 싶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정신없이 굴었다. 제프는 그런 브렌는을 보면서 피곤하지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수고했어, 리키."

폴린은 말끔하게 고쳐진 자신의 휠체어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은 폴린을 보니 보람도 느끼고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조금 힘이 나는 듯 했다. 리타도 수고했다며 웃으며 등을 뚜들겨 주었다. 폴린은 바로 고쳐진 휠체어로 옮겨 탔다. 그리고 앞으로 뒤로 갔다 하면서 확인을 해 보는 듯 했다.

        "폴린, 너무 세게 움직이지 마. 또 고장 나면 이젠 나도 몰라~"

제프의 농담 섞인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한껏 더 살려 주었다.

        "잘 고쳐진 것 같아. 고마워 제프. 그리고 리키. 오늘 저녁은 takeaway해서 먹자. 그래야 나중에 리키가 설거지 할 필요도 없으니까. 리타, 가서 메뉴판 좀 가져다줄래?"

그날 제프는 겉으로는 그리 피곤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몸에 갔다 온다는 것은 솔직히 상당한 무리였다. 10시쯤 되자 제프는 폴린에게 오늘은 수고 했으니까 일찍자러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침실로 향했다.

        "리키, 수고했어.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또 생기면 그때는 아라쉬시키면 되니까. 고생했어."

        "으응. 아냐. 네가 더 고생했지. 그런데 나도 많이 피곤하네. 그러니까 버저누르지 말고 그냥 내일 아침까지 자도록 해, 알았지?"

제프는 나의 농담에 넉살스럽게 웃더니 바로 눈을 감았다. 침실 문을 닫고 나오면서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그런데,

        "딩동!"

문을 닫고 몇 발자국 옮기자마자 제프의 버저소리가 났다. 나는 잔뜩 인상을 쓰며 침실 문을 열었다.     

        "내가 buzzer 누르지 말라고 했잖아"

제프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게. 오줌이 마려운데 어떡하지, 리키, 리키, 리키!!"

정말 못 말리는 제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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