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남지사 영업기획팀 권용민(29)씨의 이력은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중퇴한 권씨는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주유소에서도 근무했다.
검정고시로 대불대 인터넷응용학과에 입학한 뒤 목포대 컴퓨터공학과에 편입했다. 학점은 4.5점 만점에 3.5점 수준. 대신 대학 시절 인터넷으로 종이 수제품을 팔아 한 해에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면접에서 "통신과 방송을 융합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지난해 말 1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KT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했다. 반면 그와 함께 응시한 공인회계사.변리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 100명 중 4명만이 '바늘구멍'을 뚫었다. 이 회사 인사팀 공준서 과장은 "학벌이나 자격증을 앞세운 지원자보다 실무에 강한 인재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학벌 좋고, 학점.토익점수 높은 '점수형 인재' 대신 실무 경력을 쌓은 지원자가 각광받는 것이다.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KT 등은 최근 실무형 인재를 뽑기 위해 채용 과정도 바꿨다. 이직률이 낮고 조직문화에 잘 적응한다는 것이 실무형 인재를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 지방대 출신 많아져=올 초 입사한 SK텔레콤의 신입사원 중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은 전체의 20%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 회사 신입사원의 절반 이상이 'SKY 대학' 졸업자였다.
실무형 인재를 뽑기 위해 이력서를 보지 않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블라인드 면접' 등을 도입한 결과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3년 80%에 달하던 SKY 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지난해 전형에서 20%로 내려갔다. 대신 지역 사정에 밝은 지방대 출신으로 전체 신입사원의 30%를 채웠다.
2003년에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전체의 10% 미만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학벌이나 점수보다 지원자의 전공 역량과 인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 전형 방법도 변화=기업들은 실무형 인재를 뽑기 위해 채용 전형도 바꾸고 있다. LG전자는 올 초 2000년 이후 6년 만에 신입사원 정시채용을 부활했다. 면접을 확대해 지원자의 실무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겠다는 게 그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 면접 시간을 기존 60분에서 160분으로 늘렸다.
대학 교수 100여 명으로 면접 출제위원단도 구성했다. 이 회사 안승준 상무는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토익(TOEIC) 점수 하한선은 내려가는 추세다. KT는 올해부터 지원자들의 토익점수 기준을 기존 750점에서 600점 이상으로 조정했다.
◆ 왜 실무형 인재인가=업체들은 업무 적응이 빠르고 이직률이 낮은 것이 실무형 인재의 장점으로 꼽는다. 올 초 KT가 조사한 결과 회사를 떠나는 신입사원의 80% 이상이 수도권 대학 출신자였다. 이 회사 공준서 과장은 "지방 근무자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 직원이 업무에 더 빨리 적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김장기 인력팀장은 "인턴.공모전 등으로 실무 경험이 많은 인재들은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