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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신동 그도 한국핏줄!!

최경미 |2006.06.22 18:49
조회 29 |추천 0


작년 유소년 최우수선수 ‘프레데릭’ 한국系 엄마는 청소원…
승용차가 너무 낡아 주말 원정경기 못가고 운동장서 혼자 훈련
소년은 꿈꾼다 월드컵 무대에서 골잡이 스타 될 날을…

[조선일보 박종인기자]

프레데릭 레츠링(Frederic Letzring). 12세. 독일 분데스리가의 막강 클럽 함부르크 HSV 유소년팀 공격수. 아버지 인골프 레츠링(Ingolf Letzring·56), 어머니 전영남(田英男·46). 국적은 독일이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한국이 지자 누나 미셸(16)과 함께 TV 앞에 엎어져서 울어버린 한국 소년이다.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만든 아버지 레츠링씨도 “왠지 모르겠지만 나도 굉장히 분했다”고 했다. 그 아이가 작년에 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 루디 퓔러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았다. “프레디(애칭)는 새로운 퓔러다(Fredi ist der neue Rudi V­?ller).”

지난해 독일 주간지 밤(Bam)지는 독일 전역 유소년(10~15세)을 대상으로 우수선수 평가전을 실시했다. 3600명이 출전한 이 대회 예선을 거쳐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프레디는 다른 소년 11명과 함께 9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열린 본선에 나갔다. 공을 차면서 안 떨어뜨리고 버티기, 공을 패스하며 장애물 통과하기 등 4개 종목에서 프레디는 종합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이었던 퓔러는 아버지 레츠링씨에게 “프레디가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꼭 내 어린 시절을 닮았다”며 “앞으로 프레디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 그늘이 많다.

“감독이 아이들 축구화 신발끈을 묶어주거든요. 그런데 프레디의 신발 밑창이 떨어져 있었어요. 감독이 신발 한참 보고, 애 얼굴 한참 보고, 나를 한 번 보더라고요.” 아들 자랑이 끝없던 엄마가 갑자기 일어나 휴지를 집어들곤 창 밖을 바라본다.

축구화를 사 줄 돈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승용차를 타고 클럽을 오갈 때 프레디는 엄마와 함께 전철을 타고서 돌아오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난방이 잘된 승용차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온몸이 땀으로 젖은 아이는 벌벌 떨면서 전철 좌석에 앉았다가 지친 다리로 집으로 걸어갔다.

주말이면 벌어지는 지방 원정경기는 몇 번 가보지도 못했다. “차가 너무 낡아서 멀리 가지를 못해요. 그냥 주말에는 동네 운동장에서 혼자 연습해요.” 그런 아이를
동네 노인들은 축복을 내린다. “프레디, 힘내라고. 신이 함께하잖아?” 열두 살 어린 나이지만 프레디도 집안 형편을 잘 안다. 요새 벌어지고 있는 월드컵, 거리 응원도 한 번 간 적 없다. 23일 2시간이면 갈 하노버에서 벌어지는 한국-스위스전도 TV로 볼 예정이다. 거기까지 갈 형편도 못 된다.

서울에서 한 직장을 다녔던 레츠링 부부는 1989년 결혼과 함께 독일로 삶터를 옮겼다. 1994년 프레디가 태어나고 몇 달 뒤 행복한 삶은 끝장났다. 무역회사 경험을 살려 뛰어들었던 사업, 결국 부도가 나 버렸다. 그 후 가족 경제는 회복되지 못했다. 레츠링씨는 식당 웨이터로, 전씨는 건물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의 프레디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다섯 살 때 프레디는 갑자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고, 부모들은 “어릴 때 운동해서 나쁠 거 없다”는 생각에 동네 축구팀에 가입시켰다. 첫 포지션은 골키퍼. “그런데 그 팀이 지역 리그에서 언제나 꼴찌였어요. 그러니 프레디는 늘 골 못 막는 골키퍼로 찍혀 버렸죠.” 그러던 어느 날 프레디가 자기도 공격수를 하고 싶다고 졸랐다. 하도 졸라서 감독에게 부탁해 그날 경기에 공격수로 집어넣었더니,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골을 넣고” 경기에서 이겼다. 그리고 결국 그 대회에서 꼴찌팀이 우승을 해 버렸다. 학부모들은 “기적의 공격수”라고 감탄 반 질투 반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얼마 후 함부르크로 이사온 11세의 프레디는 HSV 유소년팀 최연소 영재훈련팀원이 되었다.

프레디의 꿈은 늘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작년에 유소년 평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히면서 ‘지구 위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상품권’을 부상으로 받았을 때, 프레디는 “멀리, 아주 멀리 가고 싶다”며 남미에 있는 휴양지 바베이도스를 골랐다. 가족은 10시간 넘게 남쪽으로 날아가 흰 백사장과 야자수 아래에서 2주일 휴가를 즐겼다. 아버지 레츠링씨는 “지금 형편이 못 돼 프레디를 잘 못 도와주고 있지만, 끝까지 애를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는 게 소망인 소년. 바베이도스보다 더 먼 곳, 더 높은 곳을 향해 프레디, 파이팅!

(함부르크=박종인기자 [ sen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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