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번째 동화이야기
- 낯선 할머니의 노크 -
오늘도 여전히 한산한 거리.
올해로 벌써 6년째 된 그녀의 약국.
지희네 가게가 부산 서면에 자리 잡은지도 어느덧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지희이지만 아직까지도 그녀의 어
깨에 놓인 짐은 거인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기만 하다.
지난해 무리하게 늘린 아파트 대출금, 매달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가게세,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늘어나는 교육비, 거기다 갑작스레
다가온 남편의 실직.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붉은 하늘의 노을을 바라 보며 지희는 오늘
도 긴 한숨을 토해낸다.
"지영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네.선생님! 6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요."
"그러게 말이다. 세월이 정말 유수같구나."
그녀의 말에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영이가 미소를 짓는다.
"지영아! 우리 오늘 모처럼만에 시원한 모밀 국수나 먹어 볼까?"
"네! 선생님 저두 시원한게 먹고 싶던 참이였어요."
"그랬니? 나랑 통했네. 그럼 저기 밀밭식당 가서 주문하고 오려무
나"
"네! 다녀 올께요."
지영이가 나가고 지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잠시 자료를 찾는다.
삐리리~~~ 손님을 알리는 부저음 소리.
고개를 돌리며 지희는 "어서오세요"하고 인사를 하려다 입을 다문
다.
허름한 누더기 옷에 칙칙하고 습한 냄새를 품기며 한 눈에 보아도
동양하러 온 거 같은 낯선 할머니. 며칠을 씾지 않았는지 얼굴과 손
은 시커멓고 그녀의 손에 들려진 볼펜 몇자루마저 불쾌하게만 느껴
지는 지희.
할머니를 흘겨 보며 지희는 냉랭한 목소리로 토해내듯 한마디 던진
다.
"우린 그런 싸구려 필요 없으니 그냥 나가 주세요! "
고개를 획 돌리며 지희는 혼자말로 이렇게 내 뱃는다.
'손님도 없어 죽겠는데 왠 거지들만 이렇게 오는지...'
지희는 할머니는 안중에도 없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하던 일을
시작하려 한다.
할머니가 돌아서며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지희는 긴 한 숨을 쉬며
펜을 드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 약국안이 마치 태양이 피어오르 듯
온 주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지희는 일어나 할머니가 나가던 문쪽
을 돌아 보았다.
'내가 왜 이러지? 갑자기 무슨 일이지?'
눈을 부비며 앞을 유심히 보던 지희는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
고 만다. 가슴이 요동치며 저 깊은 심연에서 뜨겁게 피어오르는 용
암의 불길 같이 솥아오르는 눈물.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눈물
이 그녀의 온 가운을 적시며 지희의 온 몸을 뒤 흔들어 놓는다.
지희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랬다. 오랫동안 꺼져버린 그녀의 영혼에 불을 지핀 할머니의 노
크. 할머니가 나가던 모습에 서서히 예수님의 온화한 뒷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였다. 그것은 지희의 메말라 버린 영혼을 위해 방문한
하나님의 노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