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커덩" 묵직한 철문의 쇠소리가 혼미했던 내 정신을 깨운다.
"그래...여긴 검찰청이지... "
그날 새벽 난동을 부리고 파출소에서 검찰청으로 이송되었다.
그래...술을 너무 많이 마셨었지...그렇게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그녀가 보고싶어서 미치기 직전 이였으니까...이별에 너무 아파서 그렇게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되었어.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다시는 그녀를 찿지 않을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 했었다. 전화도 하지말고 그녀의 홈피도 들어가지 말자고 술을 먹으면서 그렇게도 다짐 했었는데...그런데 또 전화를 하고 말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것 만 같았다. 그래서 목소리만 들을려구 했는데...전화기 넘어 그녀석의 짜증내는 목소리만 아니였어도 그렇게 흥분해서 그녀 집에 달려가지 않았을 텐데...
어느덧 술이 만취한채 차를 몰고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가면서도 다짐 했었다. 또 상처 주지 않을 거라고 그냥 무슨 얘기를 하든 조용히 얘기만 할거라고...그렇게 핑계거리를 만들고 그녀를 보고 싶었던 거였는 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취하는 방 문앞에 우뚝 섰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면서 이성을 잃어 버렸다. 주먹으로 유리문을 쳤다. 방범틀 넘어 놀라서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보인다.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정반대로 나는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녀석이 뒤늦게 방에서 나온다. 피가 흥건한 손으로 그녀석을 가리키면서 나오라고 했다. 그녀석은 나오지 않은채 나를 슬슬 약을 올리고 있었다."어이고 못배워 쳐먹어 가지고..." 어이가 없었다. 졸업은 못했지만 그래도 서울 명문대 출신인데...그래서 너는 고작 지방 삼류대 다니냐고...그순간에도 그말을 하면 그녀가 상처 입을것 같았다. 그녀에게 하는 말이 될것 같아서...벌써 상처 주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녀석은 날 보면서 비꼬는 투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성을 잃은채 그녀석에게 뭐라고 소리 질러댔다. 무슨 말이였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자리는 네녀석의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 해대면서...
얼마후 경찰관 두명이 대문을 넘어서고 나에게로 어슬렁 거리면서 다가왔다. 그때서야 정신이 좀 드는 듯 했다. 나는 혼자 경찰서로 가겠다고 터무니 없이 버티고 있었다. 그녀와 그런곳에 까지 같이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갑자기 너무 미안해 졌다. 이미 엎질러져서 다신 줏어 담지 못한다는 걸 잘안다.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
인근 파출소까지 가는 중에 경찰차안에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왜그랬냐고 나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 머리속으로 미안하다를 수십 수백번도 넘게 되뇌였다. 차마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 못했다.
일년을 알고 지내면서 7개월을 그렇게 사랑했는데...정말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는데...많이 힘들게 한것도 아는데...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서도 난 그녀와의 이별을 수긍할 수 없었던 거였다. 한시라도 빨리 깨달았으면 그런 상처를 만들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좋은 사랑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지난 추억들을 내가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냥 내가 조금 아프다고 해서 내가 조금 고통스럽다고 해서 그녀도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파출소에서 그녀가 사건처리를 하지 않아서 그녀와 그녀석은 돌아갔다. 그런데 나는 좀 남아라고 한다. 벌금을 안낸게 있어서 검찰청으로 이송해야 된다고 했다. 벌금? 그래...있었다. 예전에 면허정지 기간에 운전을 해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었다. 그래...내지 않았었구나...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말야.
검찰청에 도착해서 이상한 생각을 했다. 담당 검찰관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그에 해당하는 만큼 구치소 생활을 해야 된다고 하는 말에 그냥 구치소 생활이 하고 싶었다. 아니...어쩌면 도피처를 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검찰청에서 형에게 전화를 걸어서 차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는 몇일 있다가 집에 들어간다고 하고선 구치소로 이송되기전 검찰청 유치장에 조용히 들어갔다.
얼마나 잤을까? "철커덩"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침녘에는 나혼자 유치장 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그좁은 방이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술이 덜깬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 땀냄새 탓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앞쪽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왜 들어 왔는지 손은 어쩌다가 그랬는지 이것 저것 물어봤다. 손...힘없이 손을 들어 올려서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손전체가 온통 굳은피로 범벅이 되어서 완전히 걸레가 되어 있었다. 아리게 새볔에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그려졌다. 순간 그녀의 나를 원망스럽게 보던 표정이 떠오르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미안하다.미안하다.미안하다. 나는 계속 그말만 되뇌였다.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이젠 누울 자리가 없어졌다. 벽에 기댄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무용담이나 들어야 했다. 솔직히 관심도 가지않지만 방이 좁다보니 어쩔수 없이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온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살만하단다. 후~그나마 다행인건가...? 지금 그게 문제가 되냐고...
저녁 여섯시...경찰관이 문을 열고선 다 나오라고 한다. "그래...그냥 몇일 잊고 지내자! 혹시 알어?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많은 걸 묻어 버리고 나올지."
버스로 이동해서 주례에 있는 부산구치소에 도착했다. 이것 저것 간단한 신상 물어보고는 봉투한장 주면서 소지품을 다 넣어라고 한다. 그러곤 맞지도 않는 죄수복을 주고선 갈아 입어라고 했다. 죄수복...빠삐용이라는 영화를 볼때는 굵은 줄무늬의 죄수복이 조금은 멋스러워 보인적도 있었는데...참...
사진을 찍고 방을 배정 받았다. 죄수번호7326 평생을 잊지 못할 번호가 될것이다. "철커덩" 낮에 들었던 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였다. 바로 이문뒤에 내가 내려야할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안에는 분명 온몸에 문신을 한채 나를 잡아 먹기위해 험악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놈들이 있으리라...순간 긴장 되었다. 잠시나마 그녀의 생각을 잊는 순간이기도 했다.
몇평이나 될까? 좁은 방안에서 다섯명의 장정들이 나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어차피 각오하고 들어 왔는데도 말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놈이 턱으로 내 자리를 가리킨다. 화장실 옆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항상 신입이 화장실을 끼고 있더니...그사실을 몸소 확인하게 될줄이야. 나는 위압감에 짖눌려 조용히 그자리에 앉았다. 아주 조용히...애써 태연한채.
분위기 적응할 시간도 없이 한명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방에서 방장정도 돼 보이는 사람이였다. "자네는 어떤죄로 들어왔는가?" 일부러 근엄해 보일려구 하는 말투가 역력히 티가 났다. 나는 또박 또박 왜 들어왔는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벌금을 못내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바로 내앞에 있던 녀석이 피식 웃는게 보였다. 순간 "저녁석 조심해야 되겠는데..."하는 생각이 짧게 뇌리를 스쳤다. 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계속 말을 이었다. 벌금이면 얼마 안있다가 나가는거니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한다.그냥 피서왔다고 생각하고..."제기랄"
불길한 예상은 항상 들어 맞는다. 아까 내가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놈이 계속 나한테 깐죽거린다. 내손에 아직도 핏자국이 있는 걸 보고 "18놈아 빨리 손 씻어라. 나는 피보면 돈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동생뻘 밖에 안돼 보이는 놈한테 초면에 쌍욕을 들어야 하고 어이가 없었다. 자존심의 가벼움이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까? 깃털이 웃고 가겠군...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냥 말없이 일어나서 화장실로 손을 씻으로 갈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석은 피를 보면 돌아서 그런것도 아니다. 그냥 시비나 거는 그런 시시껄렁한 놈이 분명 틀림 없으리라. 아쉽게도 불길한 생각은 또 적중했다. 손을 씻을려구 일어난 나보고 자기 앞으로 오란다. 또 대꾸 없이 그렇게 밖에 할수 밖에 없었다. 아~자존심!!! 순간 그녀석이 일어나더니 나의 복부에 그녀석의 주먹을 정확하게 명중 시켰다. 욱! 단마디 외침과 함께 그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래... 이럴줄 알았는데...젠장! 새벽에 먹은 술이 다 올라 오는 듯 했다. 참자!참자!참자! 그리고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여기에 내편은 아무도 없는 걸. 그녀가 내 곁을 떠나는 순간 난 이미 혼자가 되버렸어. 젠장!젠장!젠장! 그순간에 그녀가 보고 싶어지는 건 뭐야?! 그녀석은 내가 대답을 안했다고 그랬단다. 개새끼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 안해줘도 되는데. 방장이 그만하라고 하면서 그녀석한테 욕을 해댔다. 그러니깐 니가 양아치라고. 그래 그나마 좀 낫군...여기서 방장은 카페방장이나 채팅방의 방장과는 질이 완전히 틀린다. 좁은 공간에서 그의 권위와 힘은 막강하다. 그냥 동네 아저씨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그였지만 순간 고맙게 느껴졌다. 젠장...
잠도 많이 자지를 못했다. 술도 많이 마셨다.몸은 천근 만근이다. 그런데도 잠이 오질 않는다. 생소한 공간이면 생소한 생각을 해야 될텐데... 생소한 곳에서도 그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녀를 잊기 위해 얼마나 무모한 짓을 많이 했었던가. 정말 실성한 환자처럼 하루종일 걸어도 보았다. 깡소주를 수도 없이 들이켰다. 술이 취한채로 아파트 꼭대기에서 떨어져 볼려구도 했었다. 그런데 죽음은 쉬운게 아니였다. 아니 용기가 없었다. 자살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정말 바보 짓이라고. 그럴 용기로 살아가는게 정답이라고.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안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 정말 사는게 더 힘들때가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약을 먹고 차안에서 손목을 그었다. 그러면 죽을 줄 알았다. 아니... 죽지 않을거란걸 알았다. 그냥 그렇게 그녀에게 협박이라도 하고 싶었던 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주고 있었다. 나의 상처를 더 깊이 새기면서.
아침 다섯시에 기상을 했다. 그리곤 다섯시반에 아침밥을 먹었다. 어제 그 재수없던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원래 이런곳에는 다 신고식이 있다나 뭐래나. 그래도 나는 양호한 편이라고 나를 위로?해준다. 구치소 생활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덪 붙여 가면서. 씨팔 조카게 친절한 새끼.
벽에 기대고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살아왔던 과거들 살아오면서 만났던 여자들 정말 많은 이별을 해봤지만 이렇게 아픈 이별은 처음이였다. "집착" 그녀가 내사랑에 대해서 내린 정의다. 그래 어쩌면 집착 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인란 말인가... 나는 그런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말았는데. 어느 누구한테도 그런 사랑은 주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그녀와의 사랑이 더 아프고 애절했다. 항상 그녀와 함께면 행복하고 들떠 있었다. 내가 사업만 망쳐먹지 않았어도 그녀와 아직도 행복할수 있었을 텐데. 모든게 나로 인해 빚어진 결과였다. 나로 인해 힘들어 졌고. 나로 인해 이별을 만들어 버렸다. 그때 한번만 눈감아 줬어도...휴~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운동 시간이 되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같이 나가서 좀 걷자고 한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밖에 나가서 햋빛을 보는것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를 따라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장을 빙빙 돌면서 걷고 있었다. 햇살이 운동장 전체를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햇살도 별 의미가 없었다. 그녀와 같이 밭지 못하는 햇살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 처럼. 뜨거운 뙤약볕 속에서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푸샾을 하는 사람 뛰는 사람 걷는 사람 그런 장소에서도 그순간 만큼은 평화로워 보였다. 조금 눈에 거슬리는게 있다면. 모두가 하나같이 웃통을 벗고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등발에 다들 하나씩 나름대로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인간들 몸에 문신을 다 모으면 만화방을 하나 차려도 문안 할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덩치가 너무커서 그의 등에 새겨진 호랑이 문신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였다. 내 몸에 그문신을 갖다 대면 호피 두루마리로 변신할 것도 같았다. 같이 나갔던 사람이 한사람을 지목하면서 나에게 얘기를 해준다. 사형수였다. 그런데 10년을 이곳 구치소에서 수감중이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형선고 받고 십년을 구치소에 구감 중일수가 있나? 순간 의문이였지만 별로 물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니 귀찮았다. 그의 말대로 라면 언제 형장의 이슬이 될지 모르는데 그는 씩씩하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푸샾을 했다가 뛰다가 걷다가. 놀라운것은 가끔 옆사람과 얘기를 하면서 웃음을 입가에 내비치는 것이였다. 10년이라는 수감생활이 그를 둔감하게 만든 것인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웃게 될꺼야...분명...
방에 돌아와서 TV를 보고 있었다. 솔직히 난 구치소에 들어 오기전 TV가 비치되어 있을거라곤 기대도 안했었다. 처음 방에 들어섰을때 제일 반가운게 TV였다. 그나마 밖의 생활과 이어질수 있는 유일한 끈이라고 생각 들었다. 잊을려고 그렇게 들어간 곳인데 밖과 연결이 안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TV를 보고 반가워 해야하는 내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정말 내생각은 뭐란 말인가? 모든게 뒤죽박죽이다. TV보고 있는 나를 방장이 부른다. "네..." 그는 나더러 밖에서 무슨 일을 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과 예전에 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명**사장을 아냐고 묻는다. 그래서 안다고 대답했다. 내가 그를 모를리가 없잖아...한때 다 망했던 사람 내가 실장으로 있으면서 20억 이상을 벌어다 줬으니깐. 방장이 나더러 그럼 니가 *실장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네"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순간 그사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명**형님이 자기 고향 선배인데 라이온스클럽만 나오면 내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 그사장은 그랬다. 항상 친구들이나 거래처 사장들 한테 내자랑을 하고 돌아 다녔다. 자기를 살린 인물이라고. 자기사업을 이을 거라고. 술자리가 있으면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녔고 중요한 사람이 있으면 불러서 소개해 주는걸 잊지않았다. 그랬던 그였지만 결국은 자기 아들한테 다 줘버리더군. 나는 그아들놈과 대판 싸우고 그만 뒀어야 했다. 나의 몫을 챙기지도 못하고... 내가 *실장이란걸 알고는 그의 태도가 확 바꼈다. 자기형님 동생이면 자기 동생도 된다는거다. 팔자에도 없는 형님 한분이 생겼네... 제일먼저 그가 호의를 보인것은 바로 옆에 있는 아까 운동장에 같이 나갔던 그사람과 자리를 바꾸라는 거였다. 참나! 유치하기 짝이 없다.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말했다. 호의를 보이는 사람한테 정색을 할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전 괜찮습니다. 얼마 안있다가 나가는데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그래도 바꾸라고 한다. 옆사람이 일어나서 반강제로 그렇게 자리를 바꿨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한테 신고식?을 치러준 그놈이 흘깃 나를 본다.
폐소공포증... 저녁을 먹고 갑자기 답답해져 왔다. 침침하기 짝이 없는 그공간이 나의 심장을 압박하고 있었다. 숨을 크게 쉬어보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봐도 쉽게 진정 되지 않았다. 이런게 폐소공포증인가? 어제는 괜찮았었는데. 너무 답답했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갑자기 복통이 찿아왔다. 신경을 쓰고 술을 많이 마시면 항상 복통이 찿아온다. 사실 난 4년전에 한번 죽었었다. 십이지장에 종양이 생겨서 대수술을 했었다. 키174센티에 몸무게가 42킬로 까지 빠졌었다. 그때는 의사도 가망이 없다고 했었다. 수술 받기전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었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은 나를 위해 울어주고는 했었다. 오히려 내가 그사람들을 위로 했다. 내가 죽냐고... 수술 받으면 괜찮아 질거라고... 진짜 그랬다. 다른이들은 내가 죽을줄 알고 있었을때 나는 다시 살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2002년 6월 월드컵으로 한국의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을때였다. 한국4강신화와 함께 나도 그렇게 다시 살아났다.2006년 6월 또 월드컵이다. 월드컵을 사랑하지만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듯 하다. 그녀와 같이 월드컵을 한국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싶었는데... 그 옆자리가 내가 아니라서 씁쓸했다. 미치도록 고통스러웠다.복통이 자꾸 심해져 갔다. 참을수 없는 고통으로 방바닥을 뒹굴었다. 친절한 그새끼가 간수를 불러줬다. 구치소 의무실로 옮겨졌다. 나는 내병의 고통을 잘안다. 분명히 염증수치가 올라가서 그럴것이다. 그 고통을 잠재우는 방법도 안다. 소염 진통제 한두방에 항생제와 링겔 한병이면 된다. 구치소 의무과장이 없어서 30분이상을 고통속에서 그렇게 방치 되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담당자가 와서 병세를 물어본다. 얼굴에 식은땀을 가득 흘리고 어렵게 어렵게 설명을 했다. 우선은 진통제를 놓아준다. 조금 있다가 링겔을 들고 들어와서 주사바늘 꽂을 혈을 찿는다. 그런데 이양반 완전히 초짜다. 이핏줄 저핏줄 다 찔러본다. 그래 첫인상이 믿음이 안갔어... 겨우 찔러댄곳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찔른 곳이 아려서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시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조금 괜찮아 지는 듯 했다. 괜찮아지면 뭘해? 그녀가 그 순간에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인데. 그녀와 사랑하면서 항상 장난으로 이런 말들을 했다. "맨날 보고 있어도 너가 너무 보고싶어. 이건 완전히 중병이야. 날 치료해줘." 그런 말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옆에서 날 지키고 있는 간수한테 부탁을 했다. 형한테 전화한통해서 내지갑에서 카드 찿아서 벌금 내라고. 현금카드에 120만원이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를 위해서 모아둔 비상금이였다. 그녀에게 ck청바지와 티파니 하트 목걸이 귀걸이 셋트를 선물하기 위해서. 벌금으로 물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조금 있다가 간수가 왔다. 지금 연락이 안된다는 것이다. 젠장 재수 지지리도 없는 놈. 내가 조금 괜찮아진 기미가 보이자. 링겔들고 방으로 가란다. 정말 야박한 놈이다. 내 팔뚝에 주사바늘 막 찔러댈때 부터 정이 안가는 놈이였다. 한손으로 링겔을 쳐들고선 간수뒤를 따라 그렇게 방으로 들어갔다. 4동 5호실로...
방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들어 버렸다. 약기운에 그렇게 잠들어 버렸나보다. 동이 틀 무렵이였을 거다. 간수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오라고 한다. 출소!!! 그러면서... 밖에서 형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링겔 꽂은 자국에서 링겔 호스를 타고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정말 무심하기 그지없는 녀석들이다. 내 손으로 바늘을 뽑고 방에 있는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그렇게 밖을 향해서 나갔다.
밖에 공기는 다른 듯 했다. 매연으로 분명히 찌들어 있을테지만 신선했다. 나가자 마자 형의 잔소리만 빼고는 그래도 나름대로 밖의 공간이 좋았다.
내가 뭘 얻기 위해서 그곳을 들어 갔는지는 아직도 해답을 찿을수가 없다. 지금도 아프고 여전히 그녀가 보고 싶은데...이글을 쓰면서 다시 되짚어 봐도 모르겠다. 그런데 몇가지 알아 낸게 있다면... 다시는 바보같이 죽음 따위는 생각 안할거라는 것과. 내가 아프다고 그녀에게 똑같은 아픔을 되돌려 주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내손목의 상처가 아물 듯 내마음의 상처도 아물 거라는 것. 그리고 정말 아프지만 그녀를 영원히 잊지못할 것라는 것 등. 그래... 이정도의 해답으로 조금의 위안을 삼자.
휴~상처는 깊고 갈길은 멀다.
사랑했었다.
아직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야.
안녕...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