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 만남.
테이메르력 1300년 3월 15일
한 과목당 100명 이상이 모여 수업을 듣는 카니바스톡 학교, 가르치는 과목은 크게 마법, 검술, 정령술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마법과 검술은 필수 과목이고 정령술은 선택 과목에 속한다. 이유는 정령술에 지망하는 학생이 너무 적고, 또 정령술을 쉽게 소화해 내는자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중에서 검술을 배우고 있다. 마법과 정령술은 주문 한마디만 외우면 쉽게 싸울 수 있는 장점이있다. 하지만 난 이게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마법과 정령술은 자신의 마나량에 따라 포스가 다르지만 왠지 내게는 무익한 느낌이 들어서다. 검술은 익히면 익힐수록 민첩성도 높아지고 체력도 올라가기 마련인데 나머지
과목들은 그런 이득이 많지 않다. 그리고 마법과 정령술을 쓸 때 주문을 외우는 시간이 길다는 것, 또 그 많은 주문을 내 머릿속에 구깃구깃 외워 넣어야 한다는 게 생각하면 골치만 아프다.
그렇게 검술만 익히기를10년, 10살때 부터 단련해 온 내게 당할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과목에 능한 이 학교 교장을 빼면 나를 가르친 선생들도 나를 당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학교 내의 모든 선생들이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는 매우 유명 해 있었다.
"케이아스."
"네, 양아버지"
"어허~내가 학교에서는 그런 칭호를 쓰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들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한 번 불러 본 것 가지고 진짜 까다롭게 구네..."
"그래도 지켜야 할 건 지켜야지, 안 그래?"
"칫! 네, 헬비스 선생님! 그건 그렇고 절 부르신 연유가 뭡니까?"
"흐음~그건 말야....."
헬비스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을 이었다.
"왕실로 부터 공주를 보호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그래서요?"
"네가 그 임무를 수행해라."
"제가요?"
"그래, 몇 달 전에 검술대회가 있었던 거 기억하나? 왕족들도 참가했던..."
"당연히 기억하고 말고요, 제가 그때 우승까지 했었잖아요."
"그때, 왕의 자제분이 너를 눈여겨 보시고 지금 널 선택 하신거야, 그러니까 거절 하지말고 받아들여."
"보수는 얼마죠?"
"100 파운드."
"예? 그것 밖에 안돼요? 지금 세상 돌아가는 판을 보아하니 아마도 평생 붙들려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돈 너무 염치없는 보수가 아닌가요? 밀린 학비만 해도100파운드가 훌쩍 넘어가는데 적어도 200 파운드는 줘야죠."
"...쯧! 말은 해볼께, 하여튼 약속된 시간은 바로 내일 오전 9시까지니까, 늦지말고 일어나,...그럼 이제 그만 가봐."
"네, 헬비스 선생님, 그럼..."
나는 깍듯이 인사하고 그의 사무실에서 나와 숙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탁자 위의 달력을 봤다.
"...오늘이...테이메르력으로 1300년 3월 15일이라.... 내일 부턴 달력 볼 시간도 없겠군.... 에잇! 밤도 깊었으니 잠이나 자자."
그날 밤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보름달은 왠지 너무 처량 맞아 보였다..................
테이메르력 1300년 3월 16일
이른 새벽, 요란하게 울려대는 알람시계소리 때문에 잠에서 깻다. 알람을 끄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5시 30분,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를 정리한 후 욕실로 들어가서 아직 겨울의 냉기가 가시지 않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잠에서 완전히 깨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15분 만에 샤워를 끝마치고 나와서 여행 갈 채비를 했다. 챙길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 한 벌과 나머지 여분의 한 벌, 그리고 왕성이 있는 수도로 내려가면서 먹을 양식과 교장에게 선물로 받은 투핸드 소드였다. 투핸드 소드의 각자 검날의 길이는 내 팔 길이 정도 됐고, 아주 약간 초승달 모양처럼 휘어 새벽 빛을 받아 밝은 은빛을 발산했다. 나는 검의 상태를 점검한 후 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허리춤에 찼다.
내가 막 밖으로 나가려할때 교장이 들어오면서 나를 보곤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케이아스, 왠일인가? 자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난적은 극히 드물었는데, 어제 저녁이라도 잘못먹었나? 아니면, 꿈자리라도 안 좋은가? 세상에 이런일이 다 있다니 다시 살고 볼일이야. 허허~"
"거 한번 일찍 일어난 것 가지고 새삼스럽게 뭐에요? 영감탱?"
"뭐라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말버릇하고는!"
- 퍽
교장은 들고 있던 나무 지팡이로 내 머리를 찍어 내렸다.
"아! 아프잖아요! 댁은 좀비요? 머리에 피가 말랐게? 그리고 허구헌 날 그 얘기만 해요? 지겹지도 않아요!!??"
"아니! 인석이~ 그래도!"
- 퍽
"아! 진짜 너무하시네, 오늘 떠나는 사람을 이렇게 마구 패도 되는거요!? 영감?"
- 퍽
"그냥 개인적으로 송별회 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침부터 소란피우지 말고..."
"칫! 영감탱이가...제길!"
나는 조용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교장을 따라 2층의 대강당으로 갔다. 언제 봐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크기와 아름다움, 왕궁 못지않게 넓은 평수와 나무로 된 장식과 예쁜 보석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강당의 테두리에 계단 형식으로 설치된 수백 개 이상의 걸상에는 아침 일찍 일어난 각 과목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앉아있었다. 교장이 강단에 올라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학생여러분! 쉬어야 할 시간을 빼앗아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서 이렇게 불러 모은 것이니 불평사지 마시고.... 지금은 정확히 7시 10분, 앞으로 1시간 50분 후면 저기 중앙에 서있는 케이아스군이 왕실에서 클레오네 공주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남쪽으로 2000킬로미터 떨어진 테스메르 수도로 가야합니다. 지금은 동양의 옌 제국과 전쟁 중이라 공주의 안전 보장을 확신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 간은 못 보게 될테니 가서도 무사하라고 기도해줍시다."
".........................."
교장의 말에 학생들은 곧바로 침묵했다. 그리고 기도를 끝마친 후에 학생들은 다시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하더니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케이아스 마스터님! 임무 마치고 돌아오셔서 공주님 얘기 좀 해주세요!"
"하,하핫! 알았다."
"아싸바리! 나도 빨리 마스터님 처럼 열심히 해서 공주님을 지키는 호위기사가 되야지! 공주니임~~~! 2년만 기다리세요오~~~~~~~~~~! 제가 갑니다아~~~앗!!"
계속되는 누군가의 오버에 학생들의 시선은 그에게 몰렸다. 학생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비꼬며 술렁대기 시작했다.
"아~! 쟤 왜 저래? 재수 없어!! ..#$*&*^%#%&@@%&"
"자~자~자~! 모두 조용! 조용히 하세요! 그럼 이걸로 모두 마치도로 하겠습니다. 다들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교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고작 기도 한 번 하는 것 가지고 왜 사람을 불러 내냐며 짜증내곤 각자 자기들의 숙소로 들어갔다. 나도 순간 어이가 없었다. 고작 이 기도 한 번 하는 것 가지고 아침부터 그렇게 두들겨 맞았다는게 너무 억울하다. 하여튼 저 영감탱이 때문에 편할 날이 없다니까...
"케이아스,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나? 같이 산책이라도 하자꾸나."
"휴우~ 뭐... 그러죠~"
나는 숙소로 들어가 여행 가방을 가지고 운동장 구석에 설치된 망루 위로 올라갔다. 산 위에서 보는 풍경이라서 그런지 아름다웠다. 마을에는 집집의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동쪽에 위치한 시장에서는 아침 식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벼댔다. 그리고 마을 위로 보이는 넓은 평원에는 아직 덜 녹은 눈이 덮혀 있는 푸른 초원과 맑은 하늘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그때 뒤늦게 따라 올라오던 교장이 말했다.
"허음~ 케이아스... 막상 학교를 떠나려니 기분이 어떤가?"
"뭐, 그냥... 고향과도 다름없던 이 학교를 떠나려니 좋지만은 않네요..."
"그래, 그러겠지... 10년 전 버려진 고아였던 너를 데려왔던 날이 마치 엇그제의 일 같구나...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나 엄청 약골이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말이 9시 까지지 왕족들을 모시는데 적어도 30분 전까지는 가야했다.
"자~! 케이아스! 그럼 이제 슬슬 움직이자꾸나, 2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한번에 이동하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무리인 것 같다."
"참, 그전에 헬비스 선생님이라도 만나보면 안돼요?"
"아쉽지만, 새벽에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내일 새벽이나 되야 들어오니 빨리 가자."
"네, 별수 없군요."
"자, 그럼 이동한다. 텔레포트 많이 해봐서 알지? 많이 어지러워도 조금만 참거라."
"네."
내가 대답하자마자 교장은 텔레포트를 했다. 그렇게 나와 교장은 한버네 200킬로미터씩 이동해서 테스메르 수도로 옮겨 갔다. 역시 왕성이 있는 수도는 입구에서 부터 뭔가 달랐다. 다른 도시들 보다 심한 검문과 삼엄한 경계를 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당연한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테이메르 왕국과 옌 제국은 전쟁 중이고, 또 수적이나 기세로 봐도 몰리고 있는 옌 제국이 왕의 목을 따서라도 전쟁의 형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자객들을 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역시 왕이 사는 곳은 다르군요, 건축 양식에서 부터 차이가 확 나네요."
"당연하지, 여기 사람들은 삶의 질 자체 부터가 달라. 봐, 보통 평민들의 사는 집 크기가 우리 마을의 부자가 소유한 집 크기와 비슷해, ... 그만큼 정부의 손길이 2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 까진 미치지 못한게지."
"하긴, 국토가 넓다 보니까 어쩔수 없겠군요..."
"..............."
교장과 나는 여러 가게들과 여관들이 양쪽으로 길게 들어선 거리를 통해 왕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테스메르 수도는 우리가 살던 곳과 많이 달랐다. 교장이 말하는 삶의 질부터가 달랐고 건축 양식이며 시설도 크게 달랐다. 그리고 기온도 달랐다. 테스메르 수도는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완전 북쪽인 내가 살던 마을보다 따뜻한 날씨였다.
한참을 걷자 저 멀리 2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성벽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성벽 앞으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마차가 보였다. 백마 두 마리가 끄는 흰색의 마차였다.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마차는 우리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때 스무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의 청년이 마차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크게 소리쳤다.
"더글라스씨!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어서타세요."
"왕자님, 이 노인네 아직 귀 안 멀었습니다.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으셔도 되요."
"하핫! 미안해요~ 기분 나빴다면 용서하세요."
그 친절한 왕자는 머리를 글적이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가 친히 마차에서 내려 우리가 탈 수 있도록 마차의 문을 열어 주었다.
"자~ 타시죠."
"고맙습니다. 왕자님."
"아,뭘요! 윗어른을 모시는데 당연히 이 정돈 해야죠, 참, 그리고 이 아이 이름은 뭐죠?"
"아, 케이아스라고 합니다. 카니바스톡 학교의 검술을 배우는 아이들 중에선 단 하나밖에 없는 훌륭한 인재 입니다. 얼마 전 길드에서 소드 마스터의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생각나는군, 몇 달 전 검술대회에서 우승했던 자인가? 잠시 까먹었었어.. 미안 .... 하여튼 이렇게 만나게 되서 반갑다. 난 보스칼이라고 해, 나이는 스물 세 살이고... 너는?"
보스칼 왕자는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면서 물음에 대답했다.
"저는 스무 살 입니다. 왕자님."
"아아~! 그냥 형이라 불러줘, 괜찮으니까."
"그래도 앞으로 한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