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랑하는 아내와 싸웠습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 바쁜 회사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달에 거의 3주 이상은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지요. 평소 부부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자연히 모처럼 한국에서 맞는 공휴일이나 주말 등에는 본가나 처가에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3주만에 귀국한 날입니다. 아내를 오랜만에 보니 이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둘이 tv를 보다가 아내가 하는 말이 이번 설에는 처가 쪽에서 어떤 통보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설이라고 아내의 외할아버지께서 외삼촌 댁에 방문하시고 또 큰 아버지 께서는 저녁을 함께 하자고 청하셔서 설에 두집을 다 들려야겠다구요. 말인 즉은 설 연휴동안 처가, 처의 외삼촌댁, 처의 큰아버지 댁 이렇게 세집을 다니도록 스케쥴이 짜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 생활 많이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시차적응 시기라는 게 겉으로는 표시도 안나면서 사람 자신은 무지 피곤한 시기입니다. 며칠 간은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오고 잠이 오는 시간은 예측 불허요, 그 잠이란 것을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게 됩니다. 제 본가 쪽에서는 해외 출장 다녀와서 피곤할테니 설 오전에 본가 들렸다가 오후에 처가 들렸다가 빨리 집에가서 둘이 시간 보내며 쉬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마침 설 연휴 시간을 비우게 되니 그 차에 처가에서 이런 스케쥴을 구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처가는 가족 개념만큼은 아직도 대가족 단위 비슷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가장 단위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지만 인사치레도 자주 있고 모임도 자주 가지는 그런 집안 입니다. 사실 저는 일 때문에 바빠서, 또 모처럼 쉬는 날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런 처가계통의 모임에는 거의 참석을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본가에만 충실했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잘못이라면 두 집안에 똑같이 잘못했지 처가에만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찌됬든 이런 스케쥴이 정해졌다고 아내가 통보(?)를 해오자 저는 불쑥 화가 치밀더군요. 우리 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에 본가에서는 아침먹으로 가서 4시간 보내고 오후에는 처가에가서 처가에서 자고 다음날 처의 외삼촌 댁에 가서 인사드리고 저녁에는 처의 큰 아버지댁에 가서 인사드릴 계획을 계획이라고 말하는 걸 듣다 듣다 못해 화가 났던 겁니다. 평소에 저에게 잘해주시는 장인 장모님이 참 야속하게만 느껴지더군요. 우리 부모가 사생아셔서 친척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피곤할테니 쉬어라고 시간을 내어주신 것을 처가쪽에서 이런식으로 일방적으로 계획을 짜서 통보 아닌 통보를 해오니 참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저도 화가 난차에 "내가 데릴사위냐? 우리 부모는 사생아냐? 시차적응도 못했는데 무슨 설날에 본가에서 아침만 먹고 처가 집을 1박2일로 세군데나 다니면서 인사를 드리냐 솔직한 소리로 그렇게 다닐 시간이 있으면 우리 시골과 우리 친척을 먼저 뵙는게 순서 아니냐?"고 소릴 쳤더니 아내는 아내데로 평소 저의 동서는 처가쪽으로 얼마나 잘하는데 하며 흐느껴 울더군요. 사실 장인 장모님이 자릴 만들어 두시고 청할 때마다 못뵈었던 건 사실이고 그 건 죄송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야하는 형태가 양가 어른들께 다소간 소흘할 수 밖에 없는터라 적어도 장인 장모를 차별대우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을 이해 못하시고 '그 동안 못왔으니 이번 엔 꼭 와서 세 집을 들려라'는 통보가 오고 이런 문제로 귀국 첫날 부터 싸우게 되니 참 속이 상하는군요.
이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갈등에서 문제가 저에게 있는걸까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까요? 여러분의 지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