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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 절약, 신용이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 故정주영 회장

정희경 |2006.07.11 22:46
조회 138 |추천 4


근검 절약, 신용이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현저동 산꼭대기 셋방에서 신당동으로 옮겨 쌀가게를 할 때도, 하나씩 둘씩 서울로 올라온 동생들을 데리고 살 때도, 아내는 쌀도 팔고 두부도 팔면서 나름대로 가용 돈을 벌었다. 해방 전, 부모님까지 함께 살게 되자 그때 살고 있던 신설동 한옥이 20여 명의 대가족으로는 돌아눕기도 힘들게 좁아, 돈암동의 좀더 큰 집으로 이사를 했다. 큰 집이래야 고작 건평 20여 평의 집이었기 때문에 누이동생 희영이 내외는 제대로 된 방 하나도 차지하지 못하고 다락방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아도서비스’ 자동차 수리 공장은 종업원이 60여 명이나 되는 꽤 큰 회사였지만 나는 아침 밥상에 김치 한 가지와 국 한 대접 이상의 반찬을 용납하지 않았고 어머니와 아내는 그 많은 종업원들의 식사를 매일 공장으로 머리에 이어 날랐다. 고향에 사실 때 아버님은 농한기 겨울에도 새벽에 삼태기를 들고 나가서 쇠똥과 개똥을 주워다 거름으로 쓰셨고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할아버님 서당 앞에 오줌통을 놓아 서당 아이들 오줌을 모으셨다. 빗나가기 좋아하는 그 나이에 서당 아이들이 일부러 다른 데에다 소변을 보면 어머님은 볶은 콩을 나누어주며 달래기도 하셨다. 아버님은 멀리 마을에 가 계시다가도 소변이 마려우시면 반드시 집에 오셔서 거름에 보태셨고 어머님이 치시는 누에는 먼 골짜기에서 산뽕잎을 따다 먹이셨는데도 항상 다른 사람보다 훨씬 그 수가 많았다. 고향에서 소학교에 다닐 때 어머님은 학교가 파해 돌아온 나를 잡아 밭이랑을 정해주시며 깨밭을 매라고 하시곤 했다. 조밭 가에 깨를 심은 것은 깻잎 냄새 때문에 소가 조밭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애써 번 돈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애써 지은 조밭 농사를 소를 불러들여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어느 산골 청년의 생활을 소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산골 청년의 말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친구 중엔 도시에 취직해 월급이 몇십만 원이나 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 월급을 이리저리 쓰고 단 10%도 저축을 못한답니다. 나는 그 친구들에 비하면 수입은 절반도 채 안 되지만 그래도 매달 반 이상을 저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면 멀지 않은 장래엔 내가 그 친구들보다 훨씬 잘살 거라고 믿어요.” 어린아이를 안은 젊은 아내 옆에서 확신에 차 말하던 그 청년의 말이 옳다. 나는 열아홉 살 때부터 객지로 나와 부둣가의 막노동과 건설 현장의 돌 나르기 등 안 해본 일이 없던 노동자 시절부터 무섭게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장작값 10전을 아끼기 위해 저녁 한 때만 불을 지펴 이튿날 아침과 점심 도시락까지 한꺼번에 밥을 지으면서 덤으로 구들장도 불기를 쏘여 냉기를 가시게 했다. 배가 부른 것도 아닌데 연기로 날려버리는 돈이 아까워서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몸으로 품을 팔아 번 돈을 그런 데에다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최초의 안정된 직장이었던 복흥상회의 쌀 배달꾼이었던 때도 전차삯 5전을 아끼려고 새벽 일찍 일어나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구두가 닳는 것을 늦추려고 징을 박아 신고 다녔고 춘추복 한 벌로 겨울에는 양복 안에 내의를 입고 지냈고, 봄가을에는 그냥 입으면서 지냈다. 신문은 늘상 일터에 나가 그곳에 배달된 것을 보았다. 쌀 한 가마 값의 월급을 받으면 무조건 반을 떼어 저축했고 명절 때 받는 떡값은 무조건 전액 저축으로 넣었다. 형편없이 적은 수입이라도 쥐어짜고 졸라매어 저축을 하다 보니 사글세방이 전세방이 되고, 전세방이 비록 초가집이지만 내 집으로, 초가집이 더 그럴듯한 집으로 옮겨졌다. 뿐만 아니라 저 청년은 착실하다, 든든하다는 신용으로 연결되는 주위의 평판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덤으로 얹어졌다. 나 자신이 무서운 절약 생활로 집을 장만하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현장 근로자들을 만날 때마다 근검과 절약, 저축을 열심히 권고하곤 했다. “집도 없으면서 텔레비전은 왜 사서 셋방으로 끌고 다니는가, 라디오 하나만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것은 다 아니까 집 장만할 때까지는 참아라, 회사에서 작업복에서부터 수건, 심지어 속옷까지 다 주니까 옷 사는 데 돈 쓰지 말고 저축해라, 양복은 한 벌만 사서 처가에 갈 때만 입어라.” 요즘 풍조는 더 이상해져서 집보다도 자가용을 먼저 사고, 기저귀 가방에 아이를 들쳐 업은 젊은 아낙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버는 대로 쓰고 버는 이상 써서 언제나 빚을 이고 사는 사람을 나는 신용하지 않는다. 어려워도 어려운 가운데 다소 여유가 있어도 전혀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근검 절약하기를 권고한다. 내일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고 10년 후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결과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근검 절약만 해도 큰 부자는 못 되어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돈 빌릴 데가 없으니 돈을 좀 빌려달라는 부탁을 심심치 않게 들으며 살았다. 나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자본이 없는 게 아니라 신용이 없는 것입니다. 사람 됨됨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당신한테 돈을 빌려주어도 된다는 확신이 들 만한 신용을 쌓아놓지 못했기 때문에 자금 융통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일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신용만 얻어놓았다면 돈은 어디든지 있습니다.” 그 사람은 착실하다, 성실하다, 정직하다는 신뢰만 얻으면 그것을 자본으로 자신의 생애를 얼마든지 확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나는 장사도 기업도 돈이 있으면 더욱 좋고, 돈이 없어도 신용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안 사람이다. 과거에 한번 사기를 친 사람은 올바른 말을 해도 사기꾼 대접밖에 받지 못한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개인으로서 쌓은 신용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하고, 작은 사업으로 다진 신용이 보다 큰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게 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대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발전시켜주는 것이다. 무일푼으로 고향을 뛰쳐나온 내가 당대에 어떻게 이처럼 큰 사업을 이룰 수가 있었나 미심쩍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짚어둘 것은 나는 우리 나라 제일의 부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 사회에서, 세계 경제 사회에서 가장 높은 공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이다. 돈을 모아서 돈만으로 이만큼 기업을 이루려 했다면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나는 정직과 성실로 주인의 신뢰를 얻어 쌀가게를 물려받았고, 믿을 만한 청년이라는 신용 하나로 자금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으며, 상품에서의 신뢰와 모든 금융 거래에서의 신뢰, 공급 계약에서의 신뢰, 공기 약속 이행에서의 신뢰, 공사질에서의 신뢰, 그 밖의 모든 부분에 걸친 신뢰의 총합으로 오늘날의 ‘현대’를 이룬 것이다. ‘현대건설’ 하나만 해도 국제 금융가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20여 개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고, 정부 은행의 지불 보증 없이 ‘현대건설’ 어음 한 장만으로 아무 저당 없이 20억, 30억 달러를 융자받을 수 있는 확실한 신용도를 가지고 있다. 새도 부지런해야 좋은 먹이를 먹는다. 비슷한 수명을 가지고 비슷한 일생을 사는 동안 어떤 이는 남보다 열 배 스무 배 일하고 어떤 이는 그 몇십 분의 일, 몇백 분의 일도 못하고 생을 마친다. 열 배 일하는 사람이 열 배 피곤해야 정한 이치인데, 피곤해하고 권태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게으름으로 허송 세월 하는 이들인 것을 보면, 인간은 일을 해야 하고 일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루 부지런하면 하룻밤을 편히 잠들 수 있고 한 달 부지런하면 생활의 향상을 볼 수가 있고, 1년, 2년, 10년…… 평생을 부지런하게 생활하면 누구나 자타가 공인하는 크나큰 발전을 볼 수 있다. 부지런만 하면 게으른 이보다 몇십 배의 일을 해낼 수 있고, 따라서 몇백 배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 몇십 배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은 게으른 몇십 명, 몇백 명 몫의 인생을 산다는 이야기가 된다. 허송 세월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거든 첫째 부지런하기를 권한다. 부지런해야 많이 움직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노력해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부지런함은 자기 인생에 대한 성실성이므로 나는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신용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부터,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바른 생각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인생을 운영해 나가다 보면 신용은 저절로 싹이 터 자라기 시작해서 부쩍부쩍 크고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말하는 대로 의심 없이 믿어주는 커다란 신용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은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에 해당된다. 신용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다. 또한 신용이란 명예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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