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분에 1,500원이니깐 나흘분은 3,000원 아닌가요?"
"똑같은 약인데 저 사람은 왜 1,200원 인가요?" 약국에 근무하면서 손님들과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보다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어떤 물건을 사든지 가격은 중요한 사항이지만 약값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더욱 민감한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돈이 약값의 전부인 줄로 알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약값 1,500원씩 받아서 어디 약국 운영이나 제대로 되겠나고 걱정하는 분도 계시다. 실제로 우리가 약국에 내는 돈이 약값의 전부가 아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한다. 아래 표를 살펴보자.
위에서 보다시피 실제약값(빨간선)과 우리가 내는 돈(파란선)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이 처방 받은 약의 총약제비(약값+조제료+기술료+복약지도료 등)가 10,000원을 넘지 않으면 환자는 무조건 1,500원(환자가 65세 이상일 경우는 1,200원)만 내고 나머지 약제비는 국가에서 낸다. 총약제비가 10,000원을 넘으면 환자는 총약제비의 30%를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국가가 부담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민원포인트'이다. 총약제비가 9,990원이 나왔을때 환자는 굉장한 이득을 보게된다. 이시점에서 환자는 최대 88%까지(65세이상일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총약제비가 10,010원이 나왔을때는 국가의 지원이 88%에서 70%로 급감하게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본인부담금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대부분의 개인병원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저렴한 돈으로 최대한의 약물을 투여하고자 민원포인트 직전까지 약값을 맞춰서 처방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약을 하루치만 더 처방받거나, 아니면 연고나 파스 같은 것을 추가로 처방받게 되면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서 갑자기 3~4,000원으로 뛰게 된다. 이것을 젊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쉽지만 나이든 어르신들이나 아줌마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맨처음 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그야말로 감기보험밖에 안된다. 10,000원 이하의 적은 약값에서만 국민들이 큰혜택을 볼 수 있고, 정작 심각한 질환에서는 보험적용이 안되 수백만원 이상을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고로 같은 처방전을 가지고 어느 약국을 방문하든 약값은 다 똑같다. 물론 약값을 계산하는 사람이 전산 착오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약값은 약국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정하는 것이고, 약국은 국가에서 정하는 대로 돈만 받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