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 가는 산행] 하늘 내린 인제 레포츠축제 & 방태산
하늘 내린 인제 레포츠 축제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기 좋은 강변
7월20일부터 4일간 수변공원 일원에서 펼쳐져
▲ 인제 내린천 일대에서 7월 20일부터 4일간 펼쳐지는 레포츠축제 행사 중 하나인 워킹대회.강원도 오대산(1,563m)에서 발원해 홍천과 인제를 적시고 흐르는 내린천은 여름 한 철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강이다. 짙은 숲에서 흘러내려오는 계류는 맑고, 바위벼랑을 감돌아 흐르는 강변 풍광은 빼어나다. 그래서 내린천은 물놀이, 낚시, 래프팅, 번지점프,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레포츠 천국으로 사랑 받고 있다.
또 1급수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열목어와 산천어가 노니는 호젓한 계곡은 며칠을 지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다. 내설악의 원시림과 내린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펼쳐지는 스릴과 모험의 천국, 인제! 그 신나는 여름 축제장에서 노닐기 전후에 ‘내린천 지킴이’인 방태산 산행을 곁들여보자.(전문)
인제를 적시는 내린천은 ‘여름을 부르는 강’이다. 오대산 서쪽 계곡에서 발원해 인제땅 내부를 관통하며 북서쪽으로 흘러 소양강에 몸을 섞는 동안 주변에 빚어놓은 풍광은 어디 한 군데도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계류엔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숲과 넓은 바위들이 있어 좋은 쉼터가 된다. 강물에 몸을 담근 채 주위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는 여름날의 추억을 쌓는 데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강줄기를 따라 포장도로가 잘 나있어 승용차로 접근하기도 수월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여름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강
내린천엔 진동계곡·적가리골·조경동계곡 등 비경이라는 단어가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순수 자연미가 그대로 남아있는 계곡이 많다. 아담한 폭포와 소(沼)가 어우러진 계곡 풍광이 수려하고, 그 물속엔 열목어·산천어·꺽지 등이 헤엄치고 있는 것이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원지도 많다. 하류의 다락구미유원지·피아시유원지, 중류의 황소유원지·서리유원지·궁동유원지, 상류의 미산계곡유원지 등등. 이 중 상남면 미산계곡이 가장 인기 있다. 내린천 최상류의 홍천에서 흘러내려온 물줄기와 홍천서 흘러온 방내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은 미산계곡 안에서 가장 너르다. 여기는 모래톱과 자갈밭이 잘 형성되어 있어 텐트 치기도 좋고,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민물고기도 많다. 그래서 안전한 물놀이와 낚시를 동시에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
▲ 물 속에서 시워함을 즐기는 물축구 대회(왼쪽) 험한 길에서 펼쳐지는 사륜자동차 경주대회(오른쪽)
유명한 약수도 많이 몰려있다. 현리에서 10km쯤 떨어져있는 방동약수는 300여 년 전 한 심마니가 산신령의 계시로 수백 년 묵은 산삼을 캔 자리에서 솟아난 약수로, 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내린천 최상류엔 개인약수와 삼봉약수도 있다.
개인약수는 비포장길을 따라 산중턱까지 오른 뒤 다시 방태산 원시림의 짙은 숲을 헤치고 40분쯤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약수. 약효가 가장 뛰어난 약수로 오래 전부터 명성을 날려온 삼봉약수는 ‘한국의 명수 100선’에 당당히 포함되어 있다. 한계령에서 남쪽으로 5km쯤 떨어져있는 필례약수도 톡 쏘는 물맛이 일품이다.
내린천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또 있다. 바로 래프팅(rafting). 대자연의 품이 그리운 태양의 계절에 거센 물살을 헤쳐나가며 즐기는 래프팅은 한여름에 즐길 수 있는 레포츠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국내 래프팅 대상지 중 최대 유속을 자랑하는 내린천엔 모두 3개 코스가 있다. 평균 3급을 유지하고, 비가 온 뒤엔 4급에 이르는 강한 급류도 흐른다.
겁낼 필요는 없다. 전문업체를 찾아 노 젓는 법 등 기초기술과 안전교육을 받은 뒤 8인승 고무보트에 몸을 실으면 어렵지 않게 내린천 별천지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래프트(배)·노·헬멧·구명조끼 등 래프팅에 필요한 장비들은 모두 레저업체가 갖추고 있다. 래프팅 참가비는 1인당 30,000원선. 송강카누학교(02-3473-1659, 033-461-1659), 우주레저(02-599-5887) 등 수십 개 업 성업 중이다.
미산·진동·방동·필례계곡에서 쉼없이 흘러내리는 맑은 물줄기가 만들어낸 내린천은 전국 제일의 급류타기 코스로 총 연장 70km에 이르는 코스를 갖추고 있어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래프팅의 종가다. 특히, 2007년 6월28일부터 7월2일까지 40여 개국 선수들이 참여하는 세계월드컵래프팅대회 유치확정으로 전 세계에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눈길이 내린천으로 집중될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레포츠 축제
▲ 1,2 인제 활공장에서 펼쳐지는 패러글라이딩 대회엔 전국에서내로라 하는 조인(鳥人)들이 도전장을 내밀다. 3,4 험한 물살을 헤쳐나가는 카약은 격렬한 레포츠다.
해마다 여름이면 내린천 주변에선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하늘내린 인제 레포츠축제’는 7월20일(목)부터 23일(일)까지 나흘간 내린천 수변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행사 규모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우리나라 최대의 레포츠 축제다.
올해엔 ‘북극을 담은 내린천, 사하라를 품은 레포츠’라는 슬로건으로 종목별 레포츠 공식대회는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강화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래프팅 출발지점인 하추리 수변공원에선 매일 밤 축제 참여자 모두가 즐기는 클럽파티 공연이 젊음의 열정을 토해낸다. 국내 정상급 뮤지션인 노브레인, 주석, 데프콘, 러브홀릭 등이 참여하는 파티가 진행된다. 맥주파티 시간엔 참가자에게 무료로 맥주를 제공한다.
▲ 번지점프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다.내설악에서 흘러온 북천과 내린천이 합류하는 합강정에선 일반 체험과 공연행사가 진행된다. 국내 최대 높이(63m)의 번지점프장에선 강물로 떨어지는 스릴을 맛볼 수 있고, 강변에선 ATV와 수륙양용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워터피아가 설치돼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한여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 전국물축구대회가 매일 밤 이곳에서 펼쳐진다. 결승전은 축제 마지막 날인 일요일 오후 9시에 진행된다.
맑은 계곡이 많은 인제에서도 비경이란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아침가리(조경동) 트레킹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트레킹 행사(11:00~15:00)에 참가하려면 진동분교에서 집합한다.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된다(참가비 1인 5,000원). 래프팅·카약(10;00~17:00) 30,000원, 합강정에서 펼쳐지는 번지점프·슬링샷(10:00~18:00) 30,000원, 수륙양용차(10:00~18:00)는 10,000원, ATV(10:00~18:00) 30,000원.
무료 행사는 주로 내린천 수변공원에서 매일 펼쳐진다. 통나무 썰기·림보통과하기·물풍선 터뜨리기(13:00~15:00), 물대포 오래 버티기·얼음조각 퍼포먼스·얼음 위 커플 오래 버티기(16:00~19:00) 등이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 합강정에서 물축구체험장(11:00~15:00)을 운영한다.
# 숙박
내린천 물줄기를 따라 하류부터 노루목산장(033-461-1966), 고사리관광농원(033-461-1369), 궁동관광농원(033-461-7778) 등 관광농원이 여럿 있다. 미산계곡 부근엔 합수여관(033-463-6787), 솔개민박(033-463-3734), 속새월(033-463-9983), 밤나무(033-461-1516) 등의 민박집이 있다. 좀더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황토민박(033-463-7225), 미산민박(033-461-684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칠전동의 물새소리송씨네(033-463-7789 www.sansaesori.co.kr)는 강 풍광이 아름다운 펜션이다.
# 별미
강줄기 주변엔 내린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요리한 매운탕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보통 30,000원 정도면 어른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 교통
서울→인제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10여 회(07:20~21:0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요금 11,300원 / 상봉 터미널에서 매일 20회(05:40~18:00) 운행. 3시간10분 소요. 요금 12,600원.
춘천→인제 종합정류장에서 매일 7회(06:15~19:05)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7,000원.
수원→인제 종합터미널에서 매일 8회(08:00~18:3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요금 15,500원.
대전→인제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회(09:20, 16:00)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18,800원.
홍천→인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0분 간격으로 수시(06:40~19:50)운행. 1시간30분 소요. 요금 4,800원.
드라이브코스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인제 합강교(우회전)→31번 국도(현리 방면)→15km→하추리 래프팅 출발지.
[축제 따라 가는 산행] 하늘 내린 인제 레포츠축제 & 방태산숲 짙고 물 맑은 비경의 유토피아
휴양림~구룡덕봉~주억봉~휴양림 회귀코스 6시간 소요
“적가리골은 뭐니 뭐니 해도 여름에 최고지요.”
유토피아는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인제 방태산(1,443.7m)과 개인산(1,341m) 둘레로는 ‘삼둔 사가리’라 불리는 한국적인 이상향이 있었다. 살둔·달둔·월둔의 삼둔과 아침가리·명지가리·적가리·연가리 이렇게 사가리는 오래 전부터 흉년과 전쟁 등을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왔다.
▲ 방태산 적가리골을 찾은 모녀가 맑은 계류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 걱정 없는 적가리골
방태산에서 흘러내리는 적가리골은 한여름에 하루 이틀쯤 보내기에 좋은 환상의 휴양지. 1997년 계곡 깊숙한 곳에 자연휴양림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인근 주민들이나 여행 마니아들만 알음알음 찾아들던 곳이다. 내린천에서 펼쳐지는 레포츠축제를 구경하고, 적가리골의 휴양림에서 묵으면서 방태산 산행을 곁들인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정일 듯하다.
방태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휴양림 도로 가장 상류의 널찍한 공터에서 시작한다. 승용차 20~30대는 너끈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입구엔 큼직한 방태산 산행안내판이 서있다. 예전엔 방태산 산길은 동네 나물꾼이나 약초꾼이 다니던 길을 중심으로 뚫린 좁은 오솔길 정도가 전부라 길 잃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휴양림이 생기면서 정비하기 시작해 이젠 제법 등산로다워졌다. 물론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 잃고 헤맬 염려도 거의 없다.
▲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의 조망. 오른쪽으로 보이는 깊은 계곡이 적가리골이다.
산길은 완만하다. 그냥 떠먹어도 좋을 듯한 옥빛 계류를 왼쪽에 끼고 오른다. 물살 하얗게 부서지는 너럭바위에 앉아 두 발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행 후 나른한 휴식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숲은 꽃밭이다. 매발톱, 벌깨덩굴, 풀솜대….
평탄한 산길을 10분쯤 걸으니 갈림길. 왼쪽은 구룡덕봉으로 돌아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主億峰)으로 곧장 이어진다. 원점회귀산행을 하는 등산인들은 여기서 대부분 왼쪽 길로 접어든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40분만에 수량 넉넉한 계곡을 건넌다. 식수를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로 여겨 수통에 물을 채운다. 그러나 여기서 15분만에 심마니와 약초꾼들이 임시 숙소로 삼는 모둠을 만난다. 모둠터 옆엔 반드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샘이나 계류가 있게 마련이다. 역시 등산로 옆엔 작은 계류가 흐르고 있다. 만약 아래서 식수를 받지 않았다면 여기서 반드시 채워야 한다. 이후로는 능선길이라 물을 구할 곳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산길
“이거, 장난이 아니구먼.”
산길은 갑자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팔라진다. 처음에 평탄하다고 쉽게 여겼던 이들은 반드시 당황하게 된다. 중간에 아름드리 전나무 한 그루가 문지기처럼 일행을 맞이한다. 쉬지 않을래야 쉬지 않을 수 없는 절묘한 자리.
먼저 출발했던 청년들이 나무 아래 있다가 우리를 보곤 반색한다. 겁도 없이 막걸리를 여러 통 배낭에 넣고 왔는데, 도저히 지고 올라갈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우리를 만난 것이다. 인상 좋은 청년이 막걸리를 권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산에서 등짐 보시(?)만큼 숭고한 일이 또 있던가? 우리 모두 막걸리를 한두 잔씩 들이킨다. 갈증도 가시고 기분이 적당히 좋아진다.
“아따, 그 좋은 것 마시고 다 땀으로 빼는구먼-.”
가파른 산길에서 다시 땀을 잔뜩 쏟는다. 얼마나 숨을 헐떡였을까. 방태산 주능선 상의 안부에 다다른다. 모둠터에서 능선에 오르기까지 40여 분 내내 가파른 경사였다.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산길. 숲엔 붉은 병꽃나무, 산철쭉, 은방울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앙증맞은 금강애기나리도 있고, 함박꽃도 화사하다. 고산지대라 여름이 늦은 편이다. 이렇게 30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시야가 훤해진다. 홍천 내면과 인제 조경동을 잇는 월둔고개에서 구룡덕봉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난 것이다. 길가엔 트럭이며 사륜구동차가 여러 대 있었다. 대부분 나물을 뜯으러 올라온 차량이다. 나물꾼들의 배낭엔 나물취며 곰취, 참나물 같은 봄나물이 가득하다.
임도를 10분쯤 오르면 구룡덕봉(1,388.4m) 왼쪽 사면을 비스듬히 지나 넓은 공터에 도착한다.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량이 많다. 서쪽 봉우리 위에 큼직한 안테나가 서 있다. 지도상의 1395.5m봉인데, 이 봉우리 정상에 구룡덕봉 표지판이 서 있다. 여기서 조망하는 방태산 일대의 산세는 정말 경이롭다.
경이로운 조망 선사하는 구룡덕봉 정상
▲ 구룡덕봉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매니아들도 많이 찾는다.
북으로는 방태산~구룡덕봉~1249m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큰 호를 그리고, 그 안쪽에 푹 안긴 적가리골이 오묘하다. 계곡에 묻혀있을 땐 알 수 없었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운석분지라는 주장을 믿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다. 산세가 변화 없이 밋밋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마당바위와 이폭포저폭포 등의 절경지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적가리골이 ‘삼둔 사가리’ 중 하나라는 사실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또한 남으로 개인산(1,341m)으로 이어진 듬직한 산줄기 오른쪽으로 비경의 개인동계곡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 방태산 적가리골의 최고 명물인 이폭포저폭포. 쏟아지는 물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달아날 듯하다.남쪽과 동쪽, 그리고 북쪽 너머 멀리로는 오대산을 지나 구룡령, 갈전곡봉, 점봉산,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마루금이 황홀하다. 옅은 안개 때문에 비록 흐릿하게 보이지만 어찌 감탄사를 아낄까. 다만,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약한 분뇨 냄새는 조망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장엄한 풍경으로 기쁘고, 고약한 냄새로 안타까운 구룡덕봉. 휴양림측에선 빠른 시일 안에 이곳에 간이화장실이라도 설치해야겠다.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으로 향한다. 들꽃에 취해 설렁설렁 걷다보니 30분만에 주억봉 직전 갈림길이다. 숲 짙어 그늘 드리워진 널찍한 터에선 수십 명의 등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들고 있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지당골이고, 왼쪽으로 가면 주억봉 정상이다. 주억봉 정상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 구룡덕봉 전망과 맞먹는 조망을 자랑하는 정상을 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적가리골이 한눈에 보이는 정상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20분. 휴양림 주차장에서 오전 9시3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3시간5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준족이라면 3시간30분 이내에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에선 적가리골도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백두대간의 첩첩 산줄기도 두 눈에 들었다. 그러나 조망으로만 본다면 구룡덕봉에 조금 못 미치는 듯하다.
정상은 키 작은 철쭉나무와 붉은 병꽃나무들이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의 풀밭엔 등산인들이 삼삼오오 식사를 한다. 그런데, 레포츠축제가 열리는 한여름이라면 이곳에서 중식을 하는 것보다는 주억봉 갈림길의 펑퍼짐한 공터가 더 나을 듯싶다. 땡볕 피할 만한 그늘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배낭을 푼다. 올라올 때 뜯은 곰취를 반찬으로 삼으니 소박한 도시락이 푸짐해진다.
정상에서 갈림길로 내려와 지당골로 방향을 잡는다. 산길은 매우 가팔랐다. 인적이 적은 탓인지 길도 거친 편이다. 숲엔 어여쁜 큰 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장기산행 중인 듯 짐을 잔뜩 짊어지고 가던 등산인 한 명이 무릎에 탈이 났는지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무릎이 튼튼한 사람도 조심해야 할 만큼 가파른 구간이다.
주억봉 안부 갈림길을 출발한 지 50여 분만에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만약 산행할 때 이 쪽 코스로 오른다면 여기서 물을 채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 샘터인 셈이다. 산길은 계곡을 왼쪽에 두고 이어진다. 경사는 급격하게 완만해진다. 내려갈수록 평지에 가깝다. 튼튼한 통나무 다리가 놓인 작은 지류를 서너 개 건넌다.
마지막 샘터를 출발한 지 30여 분만에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구룡덕봉이요, 왼쪽은 휴양림. 아침에 지났던 바로 그 갈림길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휘파람까지 불며 내려간다. 계곡엔 휴양림을 찾은 가족들이 옥빛 계류에 발 담그고 이른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우리는 이폭포저폭포나 마당바위에서 쉬기로 하고 잰걸음을 한다. 공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30분. 점심시간까지 총 6시간의 즐거운 산행이었다.
▲ 큰앵초(왼쪽위), 쥐오줌풀(오른쪽 위), 매발톱(왼쪽 아래), 풀솜대(오른쪽 아래), 금강애기나리(가운데)
# 산행길잡이
방태산은 휴양림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이 가능하다. 휴양림~구룡덕봉~주억봉~휴양림 원점회귀형 산행이 가장 일반적이다. 총 10.2km 거리로 6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만약 너무 오래 걷는 게 부담스러우면 구룡덕봉이나 주억봉까지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식수는 능선으로 오르기 전에 만나는 계곡에서 받아가야 한다. 경사는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추락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걷기 좋아하는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을 듯하다.
# 숙박
방태산 자연휴양림(www.huyang.go.kr 463-8590)은 전국에 산재한 휴양림 가운데 여름을 보내기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휴양림으로 꼽힌다. 성수기엔 예약하기 어려우므로 야영하는 게 낫다. 이용료 9평형 55,000원, 12평형 67,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자연휴양림 부근에 꽃피는산골(463-7397), 산촌황토민박(463-1930), 산여울(463-4634), 방동약수산장(463-5094) 등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지역번호 033)
# 별미
방태산 휴양림 입구인 방동에서 진동리쪽으로 가다보면 갈터 마을이 나오는데, 이 마을의 진동산채가(463-8484)는 산채요리 전문점이다. 방태산에서 뜯어온 산채로 차리는 식탁이 싱그럽다. 산채비빔밥 1인분 6,000원, 산채정식 12,000원.
# 교통
인제→현리 버스터미널에서 매일 10회(08:00~19:40) 운행. 40~50분 소요, 요금 2,470원.
서울→현리 상봉터미널에서 매일 8회(07:20~18:10) 운행. 3시간50분 소요, 요금 14,100원 /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2회(09:10, 15:5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14,100원.
현리→방동리 정류장(461-5364)에서 군내버스가 매일 7회(06:20, 09:30, 10:40, 13:00, 15:20, 17:30, 19:30) 운행. 휴양림 입구에서 하차. 15분 소요, 요금 900원. 산행 기점인 휴양림 공터까지 도보로 1시간 소요.
드라이브 코스 △인제→합강정→31번 국도(현리 방면)→내린천 수변공원→현리→현리교(건너기 직전 좌회전)→418번 지방도→8km→방동교(우회전)→4km→방태산 자연휴양림 △서울→6번 국도→구리→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검문소(우회전)→451번 지방도→31번 국도(인제 방면)→상남→현리교(건너자마자 우회전)→방태산 자연휴양림. 서울 기준 3시간30분 소요.
글·사진 민병준 르포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