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너, 왜 나 좋아해.?"
어제밤엔 쓸데도 없이 그런 게 궁금해져서
그녀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녀가 대답하길
내가 잘생겨서 좋다네요.
옆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쓰러지고
드디어 미쳤네. 잘생긴 사람 다 얼어 죽었네~
난리가 났죠.
그녀는 그 와중에도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눈은 어떻고 내 코는 어떻고..
시끄러워서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어쨋든 난 그녀의 농담 같은 대답 덕분에
내 얼굴이 막 좋아지려는 참입니다.
샤워 후 뿌옇게 흐려진 거울에 비춰 보면
그런 대로 잘생겼다 싶은 내 얼굴.
하지만 형광등 불빛 눈부신 엘리베이터 안에선
참 아니다 싶은 내 얼굴.
밥상 앞에선 나와 꼭 닮은 아버지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뭘 그렇게 보냐고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에게
괜히 웃으며 말하죠.
"아버지, 우린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아버지는 더운 밥먹고 헛소리한다며
나무라시면서도
말끝엔 허허 웃으시죠.
그녀 덕분에 더욱 화목해진 우리 집 아침 밥상!
허허, 그녀가 나보고 잘생겼다네요~
그여자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씩 남자 친구 얼굴을 보고
몰래 웃을 때가 있어요.
참 재미있게 생겼거든요.
누구나 그렇다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 생긴 남자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죠.
어젠 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자길 왜 좋아하냐고 묻더라구요.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또, 주위에 친구들도 있고 해서 기도 살려 줄 겸!
그렇게 대답했어요.
"잘생겨서~ 난 기가 잘생겨서 좋아~."
친구들이 웃고 자지러지는 그 시끄러운 사이!
난, 남자 친구에게만 소곤소곤 진실을 이야기해줬죠.
"사실대로 말하자면
니 눈은 좀더 컸어야 하고
코는, 너 콧대는 어디갔니?
그리고 입은 너무 커.
너 가끔 하품할 때 보면 하마 같은 거 알지?
그래도 니가 좋은 거 보면
아무래도 난 정말 널 사랑하나 봐. 그치?"
남자 친구는 그 말을 다 듣고도
좋다고 허허 웃더라구요.
생각해 보니까
그래서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나 봐요.
누구만큼 잘생기진 않았어도
누구보다 웃음 많은, 따듯한 남자.
얼굴이 잘생겨야 남잔가요?
마음이 고와야 남자죠~